김은경 1심 판결까지 21개월..수사 지휘라인 검사 다 옷 벗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기관장들에게 일괄 사직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2018년 12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최초 폭로부터 23개월간 수사와 재판 끝에 법정구속됐다. 이 사건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2019년 3월 법원 영장전담 판사가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으로…"라는 유명한 정치적 기각 사유를 밝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건이 처음 알려진 건 2018년 12월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 정황을 폭로하면서다. 김 전 수사관은 자신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 근무할 당시 환경부로부터 8개 산하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등이 담긴 문건을 받았고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문건에는 사표 제출 여부뿐만 아니라 ‘현 정부 임명’ ‘새누리당 출신’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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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정치적 구속영장 기각' 논란
이 사건에 대한 ‘정치적 논란’은 검찰이 2019년 3월 청구한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다.
당시 실질심사를 맡은 서울동부지법 박정길(55ㆍ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일반적인 영장 기각 사유로 보기 정치적 발언으로 파문이 일었다. 특히 "김 전 장관에게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사정이 있었다"며 "최순실 일파(一派)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 됐던 사정"이라고 했다.
박 영장판사는 또 “(과거 정권 때부터의) 관행이라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본안 재판 결론을 내는 듯한 기각 이유로도 논란을 불렀다. 그는 환경부에서 이뤄진 공공기관 기관장 임명 비리를 두고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은 (이전 정부부터) 장시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법원이 같은 사안(문체부 블랙리스트)을 두고 박근혜 정부엔 블랙리스트라며 중형을 선고하고 이번엔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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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수사 3인방 옷 벗었다
김은경 전 장관 등 문재인 정부 고위급 인사를 처음 겨냥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지휘라인 검사들은 법원의 영장 기각 이후 모두 옷을 벗었다.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 권순철 전 동부지검 차장, 주진우 전 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2019년 7~8월 잇따라 사표를 냈다.
주 전 부장검사는 사표를 내기 전날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안동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주진우가 현 정부를 겨눴다 좌천당했다"는 말도 나왔다.
주 전 부장검사는 당시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환경부 수사 결과는 여러모로 부족했지만, 검찰 지휘라인과 수사팀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을 냈다”며 “정도(正道)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란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고 공직관이 흔들려 검찰을 떠나게 됐다”고 썼다.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한 주 전 부장검사는 현재 ‘채널A 강요미수’ 사건에서 이동재 전 기자의 변호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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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9개월 걸린 환경부 블랙리스트 재판
논란을 거듭한 끝에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2019년 4월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은 공판 준비단계에서부터 주목을 끌었다. 1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리던 2019년 9월 재판부는 검찰을 향해 공소장에 피고인들의 대화 내용이나 속마음이 따옴표 등으로 기재된 점을 지적하며 “피고인의 인상을 나쁘게 하기 위해 이런 기재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공소사실 자체가 지나치게 장황하고 산만하다”며 검찰에 공소장 변경 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22번의 공판 과정을 거치며 김 전 장관은 9일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첫 재판이 시작된 지 1년 9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김 전 장관과 함께 불구속기소 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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