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7일, 24시간 백신에 매달린 얀센 공장 "수억회분 문제없다"
1회 접종 장점, 한국 600만명분 계약
"이 반응로에서 바이러스 벡터를 만듭니다. 그런 뒤 다른 생산실에서 정제 작업을 하고, 얼려서 운송실로 보내죠. 미리 계약한 업체가 이를 받아 녹인 뒤 약병에 집어넣으면 백신이 완성됩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 볼티모어의 제약회사인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 생산시설을 둘러보던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취재진에게 이 회사 션 커크 부사장이 백신 제작 공정을 설명했다.
이곳은 존슨앤드존슨(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 최대 규모의 생산시설 중 하나다. 존슨앤드존슨 측은 나흘 전 미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냈다. 예상대로 이달 말 승인이 난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의 판도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백신은 시차를 두고 두 번 접종해야 하는 화이자·모더나 백신과 달리 한 번만 접종하면 된다. 또 일반 냉장 보관이 가능해 특별한 냉동시설도 필요없다. 접종 속도를 높일 수 있는데다 지금보다 더 광범위한 지역까지 배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세 번째 백신이 승인돼 시장에 나오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백신 부족 현상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현재 알려진 예방 효과는 평균 66%로 기존 화이자·모더니 백신에 비해선 낮다. 하지만 일반적인 백신 기준(최소 50%)은 뛰어넘는다.
이 회사는 존스홉킨스대 병원(베이뷰)과 도로 하나를 두고 붙어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현황 데이터를 매일 발표하는 그 병원이다. 의료진과 언제든 협업할 수 있는 이곳에 백신 연구시설과 생산시설을 모두 갖춰놨다. 이미 유럽에서 백신 승인을 받은 아스트라제네카도 이 회사에 일부 생산을 맡긴 상태다. 최고경영자(CEO)인 밥 크래머 사장은 "이달 말 존슨앤드존슨 백신의 사용 승인이 나는 즉시 몇 달 안에 수억 회 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회사는 존슨앤드존슨이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갈 무렵부터 생산시설을 확충해 놨다고 했다. 보통 원료 물질을 만들어 병에 넣기까지는 몇 주가 걸리는데, 그런 시설을 여러 개 갖춰 연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벌써 일부는 생산에 들어가 FDA 승인이 나면 다음 날 바로 배포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있다고도 했다.
크래머 사장은 "이 시설에 있는 300명 정도 인력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연구하고 생산하기 위해 그동안 주 7일, 24시간씩 일했다"며 "이제 그 성과가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호건 주지사는 이날 약국 체인 라이트 에이드의 협조를 얻어, 이 회사 필수 근무인력들에 기존 백신을 우선 접종해줬다. 본격적인 양산을 앞두고 감염 걱정 없이 백신 공급에 나서달라는 취지였다.
지금 미국에선 하루 수천 명씩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대규모 접종소가 속속 세워지고 있지만, 정작 백신이 공급되지 않아 제 기능을 다 못하고 있는 곳이 많다.
이런 백신에 대한 갈증은 이날 한 지역 매체 기자의 질문에서도 그대로 묻어나왔다. 이 회사의 백신이 볼티모어 지역에서 생산되는 만큼, 연방정부로 보내지 말고 직접 지역에 공급하면 안 되냐는 것이었다.
이에 호건 주지사는 "연방정부로 보내진 백신은 각 주의 인구에 비례해 배포된다"면서 "더 많은 백신을 확보하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금 우리는 모두 한배를 탔다. 메릴랜드에서 이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을 갖자"고 답했다.
한국 정부는 600만 회 분량의 존슨앤드존슨 백신을 2분기부터 공급받기로 계약한 상태다. 미국 내의 수요도 높은 상황에서 해외에 수출할 만큼 충분히 생산할 수 있을지 물었다. 호건 주지사는 "그렇지 않아도 이 문제로 한국의 과기부 장관, 주미대사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한국 정부가)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크래머 사장은 "국내외 백신 배분은 연방 정부 소관이지만, 지금 우리가 여기서 공급망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당초 약속한 백신 공급 목표를 분명히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랜드=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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