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대율 잇따라 100% 돌파..대출 문턱 높아진다
규제 마지노선 사수 난항..대출 속도조절 불가피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의 보유 예금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이하 예대율)이 잇따라 규제 마지노선인 100%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출은 계속 늘어나는데, 예금과 적금에서는 돈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서 은행들의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이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들의 평균 예대율은 99.8%로 1년 전(94.5%)보다 5.3%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예대율은 보유한 예금과 비교해 대출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은행들의 과도한 대출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도입한 지표다. 예금보다 대출이 많아져 예대율이 100%가 넘으면 은행은 추가 대출을 제한받게 된다.
은행별로 보면 이미 조사 대상 가운데 절반은 이 같은 예대율 규제 상한선을 넘어선 상황이다. 우선 국민은행의 예대율이 같은 기간 94.1%에서 101.7%로 7.6%포인트 오르며 최고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예대율 역시 94.4%에서 100.2%로 5.8%포인트 상승하며 100%를 돌파했다. 나머지 은행들의 예대율도 100% 목전까지 다다랐다. 우리은행은 94.1%에서 99.1%로, 신한은행은 95.4%에서 98.0%로 각각 5.0%포인트와 2.6%포인트씩 예대율이 높아졌다.
이처럼 예대율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음에도 은행들이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건 금융당국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관련 규제를 다소 느슨하게 시행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당분간 은행들이 5%포인트 이내 범위에서 예대율을 위반해도 경영개선계획 제출 요구 등의 제재를 받지 않도록 유예할 방침이다. 또 자영업자 대출에 대해서는 예대율 가중치를 기존 100%에서 85%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시적 조치다. 금융당국은 예대율 규제 완화 기한을 오는 6월까지로 못 박아 둔 상태다.
은행들의 예대율이 치솟은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더불어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뛰어드는 이른바 빚투 열풍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대출은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반면, 예금과 적금에서는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서 예대율 상승에 부채질을 하는 형국이다.
실제로 지난해 4대 은행의 원화 대출 잔액은 929조119억원에서 1027조8668억원으로 10.6%(98조8549억원)나 늘었다. 반면 이들의 정기 예금과 적금 등 저축성 예금은 같은 기간 548조7953억원에서 532조7288억원으로 2.9%(16조665억원) 줄었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 예대율이 앞으로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달 말 해당 은행들의 원화 대출은 1029조207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또 다시 0.1%(1조3402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예·적금 잔액은 528조4517억원으로 0.8%(4조2771억원) 감소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더 이상 마음 놓고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실제로 은행들은 앞으로 대출을 조여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은행들의 올해 1분기 대출 행태 지수 전망치를 보면, 가계일반과 가계주택에 대한 대출태도는 각각 –12와 -6을 기록했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면 대출 심사를 더 엄격히 보겠다는 의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 역시 각각 -3과 -6을 나타냈다.
이런 은행과 달리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이 여전히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의 같은 조사에서 은행 대출 담당자들의 차주별 대출 수요 지수는 ▲가계주택 3 ▲가계일반 18 ▲대기업 9 ▲중소기업 26 등으로 나타났다. 이 지표가 플러스면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는 뜻이며, 숫자가 클수록 더 많은 대출을 원할 것이란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 완화 시점이 조만간 끝나는 만큼, 은행들로서는 대출에 대한 속도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가 신용경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여신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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