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몸·머리 잡고 물고문".. 이모집은 지옥이었다

강희청 2021. 2. 10.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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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에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됐지만 끝내 숨진 10살 소녀가 기절 직전까지 이모와 이모부에게 물고문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이 가득 찬 욕조에 어린 조카의 머리를 무자비하게 밀어 넣은 이들 부부는 "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을 쉬지 못한다"고 119에 거짓신고를 해 학대사실을 감추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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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서 숨진 용인 10살 여아 수사


욕조에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됐지만 끝내 숨진 10살 소녀가 기절 직전까지 이모와 이모부에게 물고문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이 가득 찬 욕조에 어린 조카의 머리를 무자비하게 밀어 넣은 이들 부부는 “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을 쉬지 못한다”고 119에 거짓신고를 해 학대사실을 감추려 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는 용인에 거주하는 40대 A씨 부부는 맡아 키우던 조카 B양(10)의 온몸을 이틀간 플라스틱 빗자루와 파리채로 매질한 뒤, 물고문까지 가해 숨지게 했다고 9일 밝혔다.

A씨 부부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어제(8일) 오전 훈육 차원에서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아이를 물속에 넣었다 빼는 행위를 몇 번 했다”고 진술했다. 부부 중 한 명은 조카의 몸을 붙잡고 다른 한 명은 머리를 잡아 물속에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힘에 부친다고 번갈아 가며 역할을 바꿔 아이의 머리를 짓눌렀다고 한다. 이 사이 조카는 물 안에서 서서히 죽어갔다.

지난해 10월 양부모가 16개월 영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이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무자비한 아동학대 사건이 재발한 것이다.

욕조 밖 B양의 몸이 축 늘어지고서야 물고문은 끝났다. A씨 부부는 119에 신고했지만, 뉘우침은 전혀 없었다. 그들은 “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졌다”며 마치 B양이 사고사한 것처럼 위장했다.

하지만 B양 온몸에 난 멍자국까지 숨길 순 없었다. 구타와 고문에 쓰러진 B양의 몸에서 멍자국을 본 의료진은 “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A씨 부부는 그 자리에서 긴급체포됐다. B양의 양팔에는 줄로 묶였던 흔적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 부부가 B양을 결박하고선 폭행과 물고문을 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B양의 결정적 사인은 물고문 이전에 행해진 폭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신 부검의는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외상으로 생긴 피하출혈이 쇼크를 불러와 숨졌다는 뜻이다. 시신에서도 익사 흔적인 ‘선홍색 시반’(사후에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이 나타나진 않았다.

A씨 부부는 “아이가 요새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해 이틀 정도 때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학대가 언제 시작됐는지, 추가 학대는 없었는지 집중 추궁하고 있다.

B양은 지난해 10월 말~11월 초 사이 A씨 부부에게 맡겨졌다. 친모가 이사·직장 문제로 동생인 A씨에게 아이를 부탁했다. 이전까지 B양은 친부모와 살며 평범한 학교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부부는 B양과 함께 또래 친자녀 둘을 더 키우고 있었다. 경찰은 친자녀들에 대한 학대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부부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아울러 A씨 부부의 혐의를 살인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용인=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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