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표 공급대책'이 불 붙인 국민의힘 부동산 정책 경쟁

최현욱 2021. 2. 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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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 부동산 정책 경쟁 돌입
보궐선거 최대 화두 '부동산 공급 대책' 두고 갑론을박
지도부는 '상호비방 확전' 경계.."합리적 논쟁 이어가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나선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부동산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화두는 '부동산'이 될 전망인 가운데,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각자의 부동산 구상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정책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나경원 예비후보가 선제적으로 내놓은 공급·지원 정책이 경선 초반 주요 화두가 되는 모양새다.


앞서 나 후보가 청년·신혼부부의 주택 구입 시 1억 원 이상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약을 발표하자 범여권 후보들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후보들 간에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지원 규모가 지나치게 많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진 것이다.


오신환 예비후보로부터는 나 후보를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에 빗댄 '나경영'이라는 표현까지 나와 당내 비방전 수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에 민간·공공 물량을 통틀어 총 36만호의 주책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약을 발표한 오세훈 예비후보는 나 후보의 공약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토지 임대부 주택을 매년 1만 가구 씩 공급하겠다는 나 후보의 공약은 서울시나 중앙소유 토지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간토지를 매입해서 공급할 수 있는 경우, 토지 임대주택이 매우 비싸지기 때문에 실용성이 없다"며 "(나 후보가) 이런 실무를 모르기 때문에 그런 공약이 나오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 원더풀 7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신환 후보도 이날 입장문을 내며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매년 반값아파트 1만 호에 입주하는 청년, 신혼부부, 출산 가정에 총 1억 1700만원 대출이자 지원, 연간 고정예산 3600억 원이면 충분', 내용이 어찌 됐든 미래세대 주거안정이라는 취지는 좋다"며 "다만 정책 방향은 교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우선 반값아파트 1만 호에 입주하는 자체가 혜택을 받은 것인데 왜 대출이자까지 지원해야 하는가, 지원이 절실한 더 많은 분들과 혜택을 나누는 것이 옳다"며 "재정지원은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계층에 꼭 맞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오신환 후보의 지적이 이어지자 나경원 후보 측 정책본부가 이날 오후 반박 입장문을 냈다.


나 후보 측은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 소유는 1만 호를 공급할 땅이 없다"고 한 데 대해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역세권 개발을 추진 시 확보하는 기부채납 부지와 현물 주택, 서울시 소유 차량기지 정부를 활용하면 연 1만 호 공급은 전혀 문제가 없다"며 "서울 재개발·재건축 및 역세권 개발 면적이 매년 20만 평 정도 진행되면 1만 호 확보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는 차량기지 상부만 활용하여도 최소 5만 가구는 확보 가능하다"고 덧붙이며 "나 후보 공약에 대한 비판과 논쟁에 대해서는 기꺼이 환영하는 입장이나 최고의 전문가 그룹에서 내실 있는 연구와 검토를 통해 마련한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지 않고 왜곡된 공세를 펴는 것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 원더풀 7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편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국민의힘 예비후보들 간 의견 교환이 이뤄질수록 국민의힘 지도부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보다 더 좋은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건설적인 토론의 틀을 벗어나 상호 비방전으로 확전되는 모습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탓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자제를 해달라고 요구를 했는데 경쟁을 하다 보니까 조금 '옆길'로 새는 것 같은 그런 감각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 "경선 과정서 각자 자기가 하는 소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며 경쟁하라"고 한 데 이어 연일 경고성 발언을 이어간 것이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나경영' 등의 표현이 언론에 도배되다 시피 하면서 예비후보들도 각자 느낀 바가 있을 것이라 본다"며 "각자의 정책에 대한 합리적인 문제제기와 토론이 지지자들과 국민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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