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후보자 의혹 해명에 진땀..비전문성 우려 여전(종합2보)

이종길 2021. 2. 1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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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업무 적격성보다 신상 검증 자리
불성실한 의정 활동·월 생활비 60만원·배우자·자녀 유학 경비 의혹 등 해명
한글 작성 논문 미제출로 논문 표절 의혹 키우기도
"문체부, 단순한 지원 아닌 시장 만드는 부처로 만들겠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9일 문체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는 업무 적격성보다 신상 검증의 자리였다. 불성실한 의정 활동, 월 생활비 60만원, 배우자·자녀의 미국 유학 경비, 박사학위 논문 표절 등 의혹에 대한 질문이 빗발쳤다. 황 후보자의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유정주 의원은 "여행을 좋아하셔도 본회의에 불참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국회 본회의 기간 다녀온 스페인 여행을 두고 한 일침이었다.

황 후보자는 2017년 7월 병가를 내고 가족과 함께 스페인을 여행했다. 당시 본회의에선 문재인 정부 출범 첫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논의됐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 스물여섯 명이 불출석해 정족수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집단 퇴장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위원들이 복귀해 겨우 추경안이 처리됐다. 황 후보자는 "여행을 출발할 때는 본회의가 없었다. 원내대표의 허락을 받고 갔는데, 그 뒤에 추경 본회의가 잡혔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사과했다. 병가 제출에 대해서는 "비서진이 사유를 적어낼 때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언론 보도로 불거진 월 생활비 60만원 의혹에 대해서는 "제 입으로 60만원 이야기를 꺼낸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황 후보자는 "언론이 보도한 액수는 아파트 월세, 보험금, 자녀 학비, 기부금, 채무 상환금 등을 제외한 신용카드비 720만원을 단순히 12개월로 나눈 것"이라며 "제 통장에 잔액이 없다고 전제하고 계산했다. 실제 생활비 지출은 300만원 수준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가족 명의 계좌가 마흔여섯 개나 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로 두 번 떨어지고 계속 출마하다 보니 계좌를 정리하지 못했다. 대부분 소액 계좌라서 (얼마가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배우자·자녀의 미국 유학 경비와 논문 표절 의혹에 날을 세웠다. 김예지 의원은 "배우자와 자녀가 2011~2015년 미국 유학비로 연평균 2700만원~5000만원을 썼고, 씨티은행 국내계좌 예치금을 인출해 사용했다고 했는데 이 기간 송금내역이 없다"며 자금 출처를 캐물었다. 같은 기간 황 후보자의 총 수입은 1억4200만원. 송금액보다 적어 유학 비용 조달을 두고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황 후보자는 "배우자의 친언니가 보스턴에서 아내와 딸이 살던 집 바로 앞에 살았고, 제 동생도 뉴욕에서 인근에 살고 있었다"며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해명했다. "당시 국회의원이 아니었으며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기였으나 월 250만원~350만원은 보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그는 자녀의 조기 유학 비용을 아끼려고 배우자가 편법으로 학생비자(F1)를 받았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아내가 F1비자로 미국에 가서 뉴욕대 TC 스쿨과 보스턴 스미스칼리지 면접을 봤으나 떨어졌다"며 "아내가 건강이 좋지 않았고, 나 또한 선거에 떨어져서 학교 진학을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녀의 조기 유학 논란에 대해서도 "(매사추세츠주) 알링턴에서 차상위층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에 무료로 다녔다"며 "만일 조기 유학이 목적이었다면, 그곳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며, 한국에도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후보자는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만큼은 충분히 해명하지 못했다. 그는 국회 국토위원으로 활동한 2017년 연세대 박사학위 논문을 취득했다. 국민의힘은 그 내용이 지도교수가 국회 연구용역을 받고 제출한 보고서와 똑같다고 지적했다. 배현진 의원은 "영문으로 직역해 베꼈다"며 "단순한 표절 논란이 아니다. 국회의원의 권력과 국민 혈세를 이용해 학위를 취득한 신종 수법으로, 심각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황 후보자는 "대단한 논문은 아니지만 제가 쓴 것이 맞다. 용역을 준 것도 오늘 알았다"고 해명하면서도 한글로 먼저 작성한 논문을 제출하지 않았다. 출처 미표기 지적에 "일부 방법론을 수학공식처럼 생각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후보자 지명 때부터 지적돼온 비전문성에 대해선 여야의 의견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의원, 교수, 법조인, 문학인, 영화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문체부 장관을 역임했다며 황 후보자를 옹호했다. 임오경 의원은 "한 분야에만 정통한 스페셜리스트보다 다분야를 아우르며 조율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의 역량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황 후보자가 부처 관련 업무 이력이 전무하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문화·체육·예술계보다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정권 마지막의 보험용 인사라고 입을 모았다. 황 후보자는 비전문성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털어내지 못했다. "문체부를 단순한 지원이 아닌 시장을 만드는 부처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나, 정책 집행이 미흡한 분야를 묻는 등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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