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앞 풍력, 논엔 태양광..집·일터 뺏는 신재생 발전 거부"
풍력 이어 태양광도 규제 완화 조짐
"농민들 일자리 뺏는 개정" 반발
전남 12개 시·군 27곳 개발 갈등
지난 4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앞. ‘농·어촌 파괴형 풍력·태양광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든 주민 40여 명이 “풍력·태양광 반대”라고 외쳤다. 전남 12개 시·군에서 온 주민들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의 시설 규제 완화 움직임 때문에 집과 일터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주민들로 구성된 풍력·태양광 반대 연대회의는 이날 “전남 곳곳에 들어서는 풍력·태양광 발전시설은 주민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며 “삶의 터전까지 빼앗으면서 풍력·태양광 발전소 세우는 것이 신재생이냐”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남 곳곳에서 풍력 발전시설 입지 규제 완화를 노린 조례가 입법되는 와중에 농지까지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며 “논이 태양광 시설로 바뀌면 소작농은 일자리를 잃고, 집 앞에 길이 100m가 넘는 대형 풍력발전 시설이 들어서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전남 12개 시·군 27곳의 산과 바다, 논 등이 풍력·태양광 발전시설 개발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3일까지 풍력·태양광 발전에 반대하는 연대회의에 동참한 주민들 거주지는 순천·화순·보성·영암·해남·나주·장흥·여수·고흥·곡성·무안·함평 등이다.
친환경 발전시설 규제 완화를 놓고 주민들의 반발이 가장 거센 곳은 전남 화순군 동복면이다. 지난해 9월 화순군의회에 10가구 미만 주거지의 경우 500m, 10가구 이상 주거지는 800m 거리만 두면 풍력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발의됐다.
기존 규제는 주거지에서 1.5~2㎞ 거리를 두도록 제한했다. 종전 규제를 3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개정 조례안은 거센 반발 속에서 10가구 미만은 800m, 10가구 이상은 1.2㎞ 거리를 두도록 조정됐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주민들은 “1.5~2㎞ 떨어져 풍력 발전시설을 지어야 하는 원래 규제로 되돌려 놓으라”며 3273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까지 했다.
순천시에서도 7개 면 주민들이 풍력발전소 건립을 놓고 반발하고 있다. 순천시의회에 주거지 등으로부터 2㎞ 내에 풍력 발전시설을 짓지 못하던 규제를 1㎞로 낮추려는 조례를 입법 예고했지만, 반대 여론 때문에 보류됐다.
풍력·태양광 반대 연대회의는 “농지태양광 허용 법안 저지를 위해 집중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6일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 등이 발의한 농업진흥구역으로 지정된 농지에도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농지법 개정안’을 지목한 반발이다.
이 법안은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규제 완화를 통해 농가 소득을 늘리고 이농과 탈농을 막겠다는 것이 입법 취지지만, 농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되면 논을 가진 지주들이 소득이 높은 태양광 발전시설만 세우려 하지 땅 없는 소작농들에게 논을 빌려주겠느냐”며 “식량주권은 차후에 생각하더라도 농민들의 일자리를 뺏는 법안”이라고 했다.
풍력·태양광 반대 연대회의 관계자는 “오는 3월에 전남도민 토론회를 연 뒤 4월에는 전국 도민대회를 열어 전국적인 문제로 확산시킬 예정”이라며 “농지법 개정안 발의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을 항의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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