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인사농단' 논란..두 판사 찍어 "대법관·법원장 안된다"

박사라 2021. 2. 10. 00: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법남용 때 행정처 근무한 판사
법원장 승진 못한 뒤 결국 사표
우리법·인권법 후배는 요직 배치
임종헌 재판 맡은 윤종섭 판사
6년째 중앙지법서 전례없는 근무
김명수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 논란이 법원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요직을 맡았던 법관들에 대해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연루 의혹을 이유로 사표를 내게 하는가 하면 진상조사에 참여한 법관들을 서울중앙지법 주요 자리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9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2020년 1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법원 내부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한 회식 자리에서 고위직 판사 두 명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한 명은 대법관 후보에 올랐고, 다른 한 명은 법원장 승진이 유력하게 점쳐지던 상황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그 자리에서 “그 두 사람은 대법관도 법원장도 돼선 안 된다, 내가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당시 행정처에 근무했다는 이유로 징계나 처벌 대상이 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실제 징계 대상에 오르거나 형사처벌을 받진 않았다. 이후 두 판사는 각각 대법관 후보에서 탈락하고, 법원장 승진도 하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법원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냈다.

김 대법원장의 ‘내치기 인사’ 논란은 올해 정기인사에서 재현됐다. 지난달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행정처 고위 관계자로부터 “김명수 대법원장이 부담스러워하신다. 승진은 기대하지 말라”는 내용을 전화로 통보받았다. 해당 부장판사는 이번 인사에서 ‘법원장 승진 1순위’로 꼽혔다. 그는 이를 사실상 ‘사표 종용’으로 받아들였고, 동료들에게 괴로운 심정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결국 인사 발표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법원행정처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해당 부장판사 역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됐지만 징계를 받거나 기소되지 않았다.

김명수 대법원장 ‘코드 인사’ 논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면에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역임한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거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에 참여한 법관들은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핵심 요직을 차지했다. 성지용 신임 중앙지법원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2017년 김 대법원장 지시로 만들어진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진상조사단에 참가했다. 대형 형사사건 배당을 결정하는 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에 임명된 고연금 부장판사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판사 블랙리스트’ 1차 조사에 참여했다. 송경근 신임 민사1수석부장판사는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 때 검찰 수사를 주장했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을 맡은 윤종섭 형사36부 부장판사는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유임해 “전례 없는 인사” 논란을 낳았다. 임 전 차장 측은 2019년 6월 윤 부장판사가 검찰 측 편을 드는 등 유죄 심증을 드러냈다며 기피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그런 윤 부장판사가 이번 유임 인사로 선고까지 할 가능성이 커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의 재판을 맡아 ‘편파 진행’ 비판을 받았던 김미리 형사21부 부장판사도 서울중앙지법에 3년째 유임됐다. 그는 진보 성향 법관 모임으로 평가되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장판사는 “오죽하면 김명수 대법원장의 인사 농단이란 말이 법원 내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박사라·이수정 기자 park.sara@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