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 이달 도입" 야당 "언론협박법"

남수현 2021. 2. 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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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SNS만 적용하려다 확대
전문가들 "표현의 자유 위축시켜
민주주의 발전 근본적 위협 초래"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미디어 언론 상생 TF 단장(가운데)이 9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마치고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양기대 의원, 오른쪽은 최인호 수석대변인. 오종택 기자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신문·방송 등 언론에 대한 최대 3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2월 임시국회에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또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대해서도 허위 정보를 걸러내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민주당 미디어·언론 상생 태스크포스(TF)는 9일 회의를 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명문화한 정보통신법 개정안을 포함한 6대 언론 규제 법안 목록을 확정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에는 언론과 포털이 다 포함된다는 대원칙하에 입법을 진행하기로 결론이 났다”며 “가능한 한 2월 중점처리법안에 이런 원칙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하고, 미진한 부분에 대해선 추후 신속히 입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에 언론은 제외하고, 유튜브와 SNS 게시물 등 온라인 허위·왜곡 정보만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했다.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정보통신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윤영찬 의원 역시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 “언론은 포함되지 않는다. 1인 미디어 등을 규제하는 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방침은 이후 달라졌다. 강성 지지층들을 중심으로 “왜 언론만 ‘가짜뉴스’ 규제의 적용 대상에서 빼느냐”는 반발이 일었기 때문이다(중앙일보 2월 9일자 14면). 결국 민주당은 9일 TF 차원의 논의를 거쳐 언론 기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야권은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언론에 대해 중압감을 주기 위해 그런 시도를 하는 것 같은데,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니다”며 “뭘 그렇게 조급하게 하려는지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검찰 죽이기, 법관 탄핵에 이어 언론에까지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야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당 회의에서 “(민주당의 언론 규제 법안은) 가짜뉴스를 명분으로 재갈을 물리는 재갈법,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협박법”이라며 “국민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언론·방송 장악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질서의 기둥에 해당하는 기본권”이라며 “언론을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하는 법안은 중대한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언론이 잘못된 보도를 할 경우 부작용이 많은 것은 맞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민주주의 발전에 근본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법을 만들고 추진할 게 아니라 신중한 공론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로도 언론의 허위·왜곡 보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과잉 입법’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조기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9월 윤영찬 의원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나 형법상 형사처벌 제도와 중첩돼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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