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코로나 우한 기원설 결론 못내.."실험실 유출 가능성 낮아"

WHO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을 이끄는 피터 벤 엠바렉 박사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부터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을 연구해온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이 “코로나19가 우한에서 시작됐다고 특정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가 우한 이외의 지역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사팀은 9일(현지시간) 중국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 한 달간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장인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코로나19가 우한에서 시작됐는지, 다른 지역에서 시작됐는지 규정할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조사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확보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이해를 크게 바꾸진 못했다”고 말했다.

WHO 조사팀은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이 코로나19의 감염 중심지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우한 화난(華南)수산시장에 대해선 “감염의 중심지가 아니었다”며 “우한에서 첫 환자가 보고된 2019년 12월 몇 주 전부터 이미 시장 밖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소속 량완녠 박사 역시 “초기 감염 사례 중 일부는 화난 시장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조사팀은 일각에서 제기된 우한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주장에 대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바이러스가 특정 동물에서 이를 접촉한 사람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엠바렉 박사는 냉동식품 운송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앞서 중국 전문가들은 "수입 냉동식품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냉동 환경을 거친 코로나19가 인간에 전파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중간 매개체로 지목됐던 천산갑. [사진 위키피디아]

바이러스가 어떤 동물에서 시작됐는지는 아직 밝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조사팀은 박쥐와 천산갑 이외에 다른 동물이 숙주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엠바렉 박사는 “박쥐가 코로나19의 자연 숙주이긴 하지만, 우한이 박쥐 서식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사람에게 직접 전염시켰을 가능성은 낮다”며 “다른 동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