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구속1호 장관' 김은경..法 "끝까지 책임 전가" 꾸짖었다

박사라 2021. 2. 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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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前 정부, 이런 대규모 사표요구 없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김 전 장관은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됐지만 3년 6개월 뒤 ‘현 정부 첫 구속 사례’로 기록됐다.


'정경심 법정구속' 재판부 김은경도 법정구속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그는 이날 김은경 전 장관과 같은 재판부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우상조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 김선희 임정엽 권성수)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은 (혐의를) 일체 부인하며 명백한 사실도 다르게 진술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해 법정구속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형사합의25부는 지난해 12월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재판부다. 소속 판사 3명 모두가 경력 20년 안팎의 부장판사로 이뤄진 ‘경력대등재판부’이기도 하다.


靑 공공기관 낙하산, 사표·표적감사 "전부 사실"

김 전 장관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이전 정권에서 임명됐던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받아내고, 이 자리에 청와대 추천 인사가 임명되도록 채용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공공기관 임원 13명이 사표를 냈다. 사표 제출을 거부하는 임원들을 표적 감사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이러한 의혹들이 실제로 행해져, 공공기관 채용의 공정성을 해쳤다고 판단했다. 청와대가 환경부와 상의해 내정자를 정한 것도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내정자를 제외한 지원자 130명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서류 심사와 면접에 임해 이들에게 유ㆍ무형 손해를 끼치고 심한 박탈감을 안겨줬다”며 “국민에게는 공공기관 임원 채용에 대해 깊은 불신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전 장관이 환경부 공무원들에 한 ‘찍어내기’ 인사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업무 수행에 있어 위축감을 느끼게 했다”고 질타했다.

김은경 전 장관 혐의별 1심 판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전 정부 관행” 변명에 재판부 “타파할 명백한 불법”
이런 범행들이 이전 정부에서도 이뤄졌던 관행이었다는 김 전 장관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전 정부에서 정권이 바뀌었을 때 일부 기관장이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 사건과 같이 계획적이고 대대적인 사표 요구 관행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령 이전 정부에서도 그런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명백히 법령에 위반되고, 그 폐해도 매우 심하여 타파되어야 할 불법적인 관행”이라고 못박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고 아랫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꾸짖었다.

재판부는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이 김 전 장관의 지시나 승인 없이 이와 같은 일을 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고 명시했다.

이 사건은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연루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비교됐다. 김기춘 전 실장 등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을 작성하고 문체부 공무원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미경 측 "판결 예상 못해…항소하겠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혐의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재판에 넘겨진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다만 일부는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죄 구성 조건이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예컨대 사표를 제출한 임원 중 이모 전 국립생태원장의 경우 “다음 자리를 보장받은 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며 그를 제외한 12명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아울러 김 전 장관의 사표제출ㆍ표적감사 관련 행위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환경부 공무원 등에게 내린 ‘지시 행위’는 무죄가 인정됐다. 직원들이 인사권자인 김 전 장관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도록 한 것이지,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인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서다. 신 전 비서관은 사표 제출 등 혐의 일부에 대해 김 전 장관과 공범으로 볼만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보다 낮은 형이 선고됐다.

현 정부에서 장관 출신이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2019년 12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이날 선고를 마친 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예상하지 못했던 판결이고, 사실관계나 법리적용과 관련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항소심을 통해 잘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비서관은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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