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문 10세, 軍 구타사망서 보이는 사인"..부검의도 놀랐다
이모 집에 맡겨졌다 숨진 열 살 여자아이가 이모 부부로부터 물 고문과 폭행 등의 학대를 받은 정황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부검의가 내놓은 1차 소견을 바탕으로 “피해자의 쇼크사 이전에 있었던 폭행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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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에 빠져 숨졌다”던 이모의 거짓말
9일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8일) 숨진 A양(10)을 최근 3개월간 맡아 키운 30대 이모 B씨와 그 남편은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요새 말을 잘 듣지 않고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해 이틀 정도 때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숨진 당일에는 훈육 차원에서 물을 받아놓고 아이를 물속에 넣었다 빼는 행위를 몇 번 했다”고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 사람이 몸을 붙잡고, 나머지 한 사람이 아이의 머리를 잡아 물속에 집어넣는 방식”이었다고 전했다. A양이 의식을 잃고 몸이 축 늘어지자 행위를 멈추고 이날 낮 12시 35분쯤 소방당국에 신고했다고 한다. “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을 쉬지 못한다”면서다. A양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A양 몸에는 얼굴·허벅지 등 전신 곳곳에 멍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아동학대를 의심한 구급대원과 병원 의료진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된 B씨 부부는 “아이를 몇 번 가볍게 때린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사망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물을 이용한 학대 사실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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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당한 아동에게 보이는 소견”
A양의 시신을 부검한 부검의는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1차 구두소견을 내놨다. 폭행으로 생긴 피하출혈이 쇼크를 불러왔다는 것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상이나 출혈로 갑자기 올 수 있는 쇼크사라고 한다. 아이 전신에 멍이 많이 있던 것으로 봤을 때 그전 폭행과 물고문이 쇼크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며 “군대 구타 (사망) 사건에서 보이는 사인”이라고 말했다.
B씨 부부는 경찰에서 집에 있는 플라스틱 파리채와 플라스틱 빗자루로 A양을 때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폭행 등 이유로 피하출혈이 있는 아동이라면 쇼크사가 가능하다고 한다”며 “욕조에서 사망해서 익사도 사인으로 고려했지만, 1차 부검 소견에서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많이 맞았다가 쇼크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양의 정확한 사인은 구체적인 부검 결과가 나오는 2주 뒤쯤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A양에 대한 B씨 부부의 학대가 언제부터 이뤄졌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용인시에 살던 A양은 지난해 10월 말에서부터 11월 초부터 같은 시에 사는 B씨 부부의 집에서 지내왔다. A양 어머니는 이사 등 가정 문제로 딸을 B씨 부부에게 맡겼다. A양은 학교는 정상적으로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양 어머니가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경찰에서 “개인 사정으로 딸을 언니 집에 보냈다. 영상통화 등으로 딸과 이따금 연락하며 지내왔으며 직접 보러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있기까지 A양과 관련된 학대 의심 신고는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B씨 부부에게는 12세 딸, 5세 아들, 2세 아들 등 자녀 3명이 있었다. 다른 친척 집에 머물고 있던 첫째 딸과 둘째 아들은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맡겨진 상태다. 막내아들은 다른 가족이 돌보고 있다. B씨 부부는 정신과 진료 이력 등은 없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친자녀에 대한 학대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B씨 부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와 함께 여성청소년팀·강력팀 등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 부부가 A양에 대한 심폐소생술도 했다고 진술하는 등 살인에 대한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다”며 “향후 확인될 A양의 정확한 사인과 추가 수사를 통해 드러나는 사실을 폭넓게 살펴 B씨 부부의 혐의를 살인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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