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총리까지 찾아갔는데..매출·순이익 뻥튀기한 씨젠

문희철 2021. 2. 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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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씨젠은 왜 해임권고·직무정지 처분 받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5일 씨젠 연구시설을 방문해 한국형 방역시스템을 구축한 진단시약 업계 관계자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감사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진단키트업체 씨젠은 문재인 대통령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방문한 업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K-방역의 숨은 영웅”으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2019년 말 코스닥 시가총액 43위였던 씨젠은 5위로 뛰어올랐다(8일 기준 4조2747억원).

이처럼 시장의 주목을 받던 씨젠이 불투명한 회계 처리로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8일 담당 임원 해임권고와 과징금 부과 등 중징계를 내렸다. 씨젠은 “관행이었다”며 앞으론 규정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① 고무줄처럼 수십억 순이익 요동

정세균 국무총리(가운데)가 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씨젠의료재단 분자진단센터를 방문해 씨젠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 두 종의 제품을 씨젠은 7개 해외 법인과 60여개 대리점에서 판매했다. 그런데 대리점이 진단 시약을 주문하면, 씨젠은 주문량보다 더 많은 물량을 임의로 떠넘겼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조사 결과다. 증선위는 “2011~2019년 실제 주문량을 초과하는 과도한 물량을 대리점으로 임의반출하고, 이를 전부 매출로 인식해 매출·매출원가·자산을 과대·과소 계상했다”고 밝혔다.

씨젠 연구원이 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씨젠 분자진단센터에서 코로나19 분석·검사를 진행 하고 있다. [뉴스1]

씨젠 측은 “대리점과 신의를 지키기 위해 반품을 받아주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반박했다. 씨젠에 따르면, 분자 진단 시약 제품을 공급하는 대리점과 씨젠이 체결한 계약상에는 ‘반품이 가능하다’는 조건은 없었다.

하지만 씨젠이 기존 제품보다 성능을 개선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대리점에 판매했던 구형 제품을 신제품으로 교체해줬다. “이렇게 반품 거래가 있었던 제품과 관련한 매출을 금융 국이 회계 규정 위반으로 봤다”는 게 씨젠의 주장이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 이런 방식으로 부풀려진 순이익은 2011년 기준 14억5700만원이다. 이 금액은 8억4800만원(2012년)으로 줄었다가, 2015년 140억7200만원으로 늘어난다.

순이익이 고무줄처럼 요동친 이유에 대해 씨젠은 “당시 분자 진단 제품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대리점에서 제품을 대량 구매한 뒤 반품하며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환불 과정에서 기존에 매출로 잡았던 금액이 감소했고, 매출이 줄자 순이익·이익잉여금도 줄줄이 감소하면서 금액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② 170억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이 지난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코로나19 진단시약 생산업체 씨젠을 방문해 연구시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면서 연구 목적으로 투입한 돈은 회계적으로 ‘비용’으로 처리할 수도 있고, ‘자산’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쓴 돈은 비용으로 처리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다만 이 돈을 투입한 연구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면 무형의 자산을 취득했다고 볼 수도 있다. 제조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고 기계와 같은 유형자산을 취득하면 이를 회계상 자산으로 잡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제약·바이오 기업은 R&D 비용을 자산으로 잡을 때 기준이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에 따르면 임상3상을 진행한 이후에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씨젠은 진단시약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출한 금액을 ‘자산’으로 처리했다. 문제가 된 R&D 비용은 총 170억4000만원(2011~2017년)이다.

이에 대해 씨젠은 “진단 시약 등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바이오기업은 제약기업과 달리 임상3상을 진행하지 않는다”며 “제약산업과 바이오산업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이면서 발생한 문제지만, 해당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향후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③ 부채 분류 바꿔 ‘현금 부자’ 행세

서울 성동구 씨젠의료재단에서 다수의 씨젠의 연구진이 코로나19 분석·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의 하나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할 수 있다. 씨젠도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5년 만기의 채권을 발행했다. 하지만 비유동 부채로 분류했다.

채권 지급기한이 1년을 초과하면 ‘비유동 부채’로,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한다면 ‘유동 부채’로 회계 처리한다. 문제는 씨젠이 발생한 5년 만기 CB가 ‘1년 이내에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조건이 붙은 CB는 유동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

하지만 씨젠은 CB를 비유동 부채로 처리하면서 기업의 현금 유동성이 실제보다 큰 것처럼 꾸몄다. 2014년부터 이렇게 잘못 분류한 금액은 총 1144억5600만여 원이다.

이에 대해 씨젠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관리 부분의 시스템·인력의 부족으로 발생한 단순 착오”라며 “이번 지적사항은 지난 2019년 3분기에 모두 반영해 재무제표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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