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에서도 블랙리스트.. 친정권 '보은 인사'에 경종

구승은 2021. 2. 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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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박근혜정부가 임명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을 '표적 감사'하고 후임에 청와대 내정자를 앉히려 했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폭로한 지 2년 2개월여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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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박근혜정부가 임명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을 ‘표적 감사’하고 후임에 청와대 내정자를 앉히려 했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폭로한 지 2년 2개월여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재판부는 “국민들에게 공공기관 임원 채용 과정에 대한 깊은 불신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1부(부장판사 김선희)는 9일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공공기관 임원으로 선임될 자격을 갖춘 내정자들이 최종 후보로 선정되기 위한 지원 필요성이 있었다”는 김 전 장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공기관 임원 내정자에 대한 지원은 이전 정부에서도 이뤄져 온 관행이라는 김 전 장관의 주장도 배척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을 공공기관 임원직을 전리품으로 여겨온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친정권 인사를 앉히는 ‘보은 인사’가 계속되어 왔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이전 정권에서) 설령 그런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명백히 법령에 위배되고 폐해가 매우 심해 타파되어야 할 불법적 관행이지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기소 당시 박근혜정부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게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판결의 법리를 그대로 가져와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이전 정권이 자행한 불법을 현 정권도 그대로 해왔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블랙리스트 사건을 두고 “민주주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 폭력”이라고 공언했었다.

2018년 12월 환경부 감사관실에서 블랙리스트를 받았다는 김 전 수사관의 폭로로 시작된 이 사건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여러 번 암초를 만났다. 대표적인 것이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일이었다. 당시 법원은 영장 기각 사유에 ‘국정농단,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한동안 공공기관 인사·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표현을 썼다. 마치 이전 정권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표현에 검찰 관계자들은 의아해했었다. 또 청와대에 대한 자료 접근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조현옥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을 소환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청와대 ‘윗선’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여지도 남겼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과 함께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피고인의 지위에 비춰 내정자를 확정하고, 그에 대한 지원 결정을 하는 것은 피고인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신 전 비서관의 진술 변경이 있을 경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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