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의원 "임종석의 '공정과 정의'는 무엇인가?"

최경준 2021. 2. 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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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본소득' 비판한 임 전 실장 조목조목 반박.. "정치, 형님·동생으로 하는 일 아냐"

[최경준 기자]

 
▲ 토론 나선 용혜인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토론에 나서고 있다.
ⓒ 남소연
 
"임종석 전 비서실장님의 '공정'과 '정의'는 무엇입니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원내대표)이 9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불쌍한 사람들에게 구호의 손길을 내미는 것'을 넘어 어떻게 공정과 정의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복지제도를 다시 세울 수 있겠느냐"고 공개적으로 물었다. "기본소득이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는 임종석 전 실장의 주장을 반박하면서다.

용혜인 의원은 "기본소득은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정책이 아니라 공동의 부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권리"라며 "그렇기에 기본소득은 말씀하신 바로 그 공정과 정의에 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임종석 전 실장은 지난 8일 역시 차기 대권주자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주장에 대해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쓰는 것이 미래 세대에게 고통을 떠넘기지 않으면서 더 공정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임종석 "지도자에게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

임종석 전 실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기본소득이란 말 그대로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빈곤선 이상으로 살기에 충분한 월간 생계비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2016년 스위스가 기본소득 지급 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을 때, 성인 1인당 월 300만 원, 18세 미만에게 월 78만 원 상당의 내용을 제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이어 "이재명 지사가 (기본소득의)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는 월 5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약 317조의 예산이 소요된다"면서 "월 50만 원이 아직 생계비에 터무니없이 부족한데도 이미 어마어마한 규모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유세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그는 또 "그런데 이낙연 대표의 지적에 (이 지사가) 많이 화를 내셨다. '알래스카 외에는 하는 곳이 없고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표현이 뭐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닌데 말이다"라면서 "그분은 명색이 우리가 속한 민주당의 대표이다. '사대적 열패의식'이라는 (이 지사의) 반격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관련기사 보기 : 이재명, 이낙연 겨냥 "사대적 열패의식 버려야")

임종석 전 실장은 특히 "저는 여전히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 현실에서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면서 "사회적 양극화는 지난 30여 년 지속적이고 가파르게 확대되어 왔고, 앞으로도 시장에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본소득처럼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선별해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임 전 실장은 담장 밖에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디딤목에 올라선 키 큰 이와 키 작은 이의 모습이 그려진 유명한 'equality(평등) VS equity(공평)' 그림을 게재했다.

용혜인 "'발 받침대' 놓는 게 아니라 담장을 허물어야"

용혜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공개서한에서 임 전 실장의 글에 대해 "대권 주자들의 기본소득에 대한 논평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면서 기본소득이 다시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며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인 저는 이런 현상이 너무나 반갑다"고 전했다.

용 의원은 이어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기본소득은 '정의롭지 못한' 아이디어로 느껴질 것"이라며 "기본소득은 한 사회가 자연으로부터, 혹은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공통의 재산, '공통부'에 대해 배당받을 권리"라고 밝혔다. 토지, 자연환경, 천연자원, 인류의 지적 발전, 빅데이터 등 공통부에서 나온 수익을 공평하게 나누자는 것이 기본소득이라는 설명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주장에 대해 "기본소득이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페이스북 캡쳐)
ⓒ 임종석페이스북
 
용 의원은 특히 "기본소득은 사회의 공통부에 대한 공정과 정의를 다시 세우는 일"이라며 "기본소득은 키 작은 사람들에게 '발 받침대'를 놓아주는 것이 아닌 바로 그 '담장을 허물자'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혜인 의원은 또 임종석 전 실장이 한 주장 가운데 사실과 다른 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기본소득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구했다. 우선 용 의원은 "기본소득이란 '충분한 월간 생계비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셨다"면서 "충분성은 (앞으로) 추구해나갈 것이지만, 그것이 아니라 하여 기본소득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지사가 제안한) 월 50만 원이 '생계비에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라고 말씀했다. 기본소득당은 매월 60만 원의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면서 "이 금액은 '1인 가구 생계급여'를 기준으로 했다. 기본소득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은 이미 이 50만 원 수준을 '생계비'로 책정해서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용 의원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들은 (금액을) 점차 늘려가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적기 때문에 시작조차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적절한 비판이 아니다"면서 "지금의 복지제도 속 생계급여 역시 매우 부족한 금액이지만, 누구도 부족하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고 임 전 실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용혜인 의원은 임 전 실장이 언급한 스위스 국민투표에 대해서도 "국민투표에 부쳐진 내용은 '월 300만 원의 기본소득 실시 여부'를 묻는 투표가 아니라, '기본소득 보장을 헌법에 명시할 것인지'를 묻는 헌법 개정안에 대한 투표였다"고 바로 잡았다. '300만 원'은 기본소득 국민투표 운동을 벌인 '스위스 기본소득 이니셔티브'라는 단체가 '그럼 기본소득은 얼마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냐'고 묻는 질문에 '이 정도는 필요하다'고 답한 금액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300만 원'이라는 자극적인 숫자만 놓고, '국민투표 부결'의 의미가 아닌 결과만 놓고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에 대한 반대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용 의원은 마지막으로 임종석 전 실장이 이재명 지사의 '태도'를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서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저 역시 정치인의 '태도'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형님-동생'하는 친소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닌,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그리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동시에 (임 전 실장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합리적 대화'를 막는 언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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