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2년 연속 세수 감소..이런데도 선거용 퍼주기 경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지난해 국세 수입이 1년 전과 비교해 8조원 가까이 줄었다. 2년 연속 세수가 감소한 건 처음이다. 씀씀이는 반대로 크게 늘어 나라 살림은 안으로 곪아가는 중이다.
9일 기획재정부가 지난해분 국가 회계장부(총세입ㆍ세출부)를 마감한 결과다. 정부는 지난해 국세로 총 285조5000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7조9000억원(2.7%) 감소했다. 2019년(-1000억원)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국세 수입이 줄었는데 이전에 없던 일이다.
코로나19로 기업과 내수 경기가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55조5000억원으로 1년 전과 견줘 16조7000억원(-23.1%) 급감했다.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이다. 2018~2019년만 해도 70조원대 수준이었던 법인세 수입이 4분의 3토막이 났다. 소비가 얼어붙으며 부가가치세 수입도 5조9000억원(-8.4%) 감소했다. 지방소비세율 인상(부가세의 15→21%)으로 국세로 잡히던 부가세수 일부가 지방세로 편입된 영향도 있다.
법인ㆍ부가세 세수 감소 ‘쇼크’를 상쇄한 건 부동산ㆍ증권 관련 세금이다. 부동산 거래가 늘고 값도 치솟아 지난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전년 대비 7조6000억원(46.9%), 9293억원(34.8%) 각각 더 걷혔다. 상속ㆍ증여세수도 2조원(24.6%) 증가했다. ‘동학개미’ 열풍 속에 증권거래세 수입 역시 8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배 가까이(95.8%) 급증했다.
김선길 기재부 회계결산과장은 “예산을 편성하며 추산했던 것보다 양도세ㆍ증권거래세 등이 늘면서 실제 국세 수입은 4차 추가경정예산(279조7000억원) 대비 5조8000억원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정부 씀씀이를 따라잡긴 역부족이다. 기재부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관리재정수지(사회보장성기금 제외)는 98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들어오는 돈보다 100조원 가까이 더 많이 써 고스란히 적자로 쌓였다는 의미다. 세 차례에 이르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해 코로나19 대응용 지원 예산을 지난해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모자란 돈은 대부분 정부가 빚을 내(국채 발행) 메웠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82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빠르게 늘고 있어 올해 말이면 1000조원에 육박한다. 이마저도 보수적 전망이다. 오는 4월 지방자치단체 재ㆍ보궐 선거,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ㆍ야 대권 주자가 쏟아내는 선심성 지원 예산은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 국민에 선별 지급까지 얹은 4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추진하고 있다. 20조~30조원 규모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자영업 손실보상제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국민에게 매월 50만원을 지급하는 ‘한국형 기본소득제’를 들고나왔다. 두 정책 모두 연간 100조원에서 많게는 200조원이 넘게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이다.
가라앉은 경기에 세수 사정까지 빠듯한 상황이라 이들 정책을 뒷받침하려면 ‘빚잔치’ 말고는 답이 없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지율 경쟁에 매몰돼 주요 대권 주자들이 세수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포퓰리즘(대중 영합)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며 “여당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힘을 합쳐 방어하는 수밖에 없는데 대통령의 방관 속에 경제부처가 정치권 논리에 밀리고 있다. 대선을 앞둔 올해와 내년 재정 상황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ㆍ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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