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웃으면서 설 맞을 기회, 또 허락되지 않았다"
[윤성효 기자]
▲ 대우조선해양 해고 청원경찰들이 '원직복직 투쟁'하고 있다. |
ⓒ 금속노조 |
"노동자에게 올해 설 연휴를 웃으면서 맞을 기회가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 투쟁은 계속이다."
창원 한국공작기계,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마산자유무역지역 한국산연, 사천 지에이(GA)산업, 거제 대우조선해양 청원경찰들이 설 이후에도 투쟁하기로 다짐했다.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설상가상으로 폐업·해고에 따른 '어두운 설 명절'을 보내게 된 것이다. 일부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몇 년째 투쟁하면서 지난 명절에 이어 투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일하다 해고된 청원경찰들이 '노숙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대우조선보안분회 조합원 26명은 2019년 4월, 대우조선해양 자회사(현재 매각)에서 해고된 이후 2년여 동안 투쟁해 오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일 대전지방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대우조선보안분회는 "행정소송 판결로 대우조선해양의 사용자성이 인정됐지만 사측의 외면 속에 있다"고 했다.
해고 청원경찰들은 지난 4일부터 대우조선해양 서문 앞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농성하고 있다. 사측의 항소 시한은 오는 16일까지다.
대우조선보안분회는 "사측은 항고를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노동자의 삶을 두고 시간 끌기로 사측의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년 10개월동안 노동자의 삶은 벼랑끝까지 내몰렸다"고 했다.
이들은 "법원 판결대로 사람을 살려야 하지만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 창원 한국공작기계 해고 노동자들이 고용승계 투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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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공단 내 옛 한국공작기계 노동자 3명은 해고된 이후, 2019년 11월부터 공장 앞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한국공작기계는 한국머신툴스로 바뀌었다.
해고자들은 "사측은 사내 천막농성장에 대한 이용료를 내라며 소송전을 진행 중에 있다"며 "우리는 컨테이너를 보수하고, 농성장을 꾸미며 하루하루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들은 2019년 12월 31일자로 해고된 이후 복직 투쟁하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한국지엠에 대해 10차례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다.
비정규직들은 "법원에서는 해고 전후로 해서 10번의 한국지엠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결을 했지만 사측의 법원 판결 이행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비정규직들은 한국지엠 부평공장 농성과 출퇴근 선전전, 시민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비정규직들이 원청을 상대로 낸 체불임금 관련 소송이 오는 25일 창원지법에서 최후변론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정규직들은 "법원의 판결대로 노동자들이 정규직이라면 받았어야 할 임금을 하루빨리 받을 수 있도록 판결기일의 연기없이 하루속히 판결이 나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 일본자본 산켄전기가 1월 20일 '한국산연'을 폐업한 가운데,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산연지회 조합원이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 윤성효 |
일본자본 산켄전기는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을 지난 1월 20일 폐업했다. 사측은 단수, 단전 조치에 이어 공장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는 공장 앞 천막농성 등 다양한 투쟁을 해오고 있다. 이들은 "한국산연 사장이 청산인이 되어 진행 중인 청산절차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외면하고, 노동자들과의 대화조차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원정투쟁할 수 없게 되자 일본 시민·노동단체는 '한국산연노조를 지원하는 모임'을 결성해 연대투쟁하고 있다.
한국산연지회는 "유례없는 한일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연대투쟁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며 "매주 목요일 한일 온라인 공동집회는 물론 일본 내 8개 산켄전기 영업소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오는 10일 조합원 단결마당을 진행하고, 현장으로 돌아갈 의지를 더욱 굳건히 세워나기로 했다. 이들은 "설 이후에는 외자기업 규제법안 마련을 위한 대장정에 나설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고 했다.
항공부품 관련 업체인 지에이산업은 지난 1월 31일 폐업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지에이산업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노동자들은 "사측이 명명백백한 불법파견 책임을 회피하려고 폐업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모기업'인 수성기체와 지분을 갖고 있는 '경남테크노파크'의 이사인 경남도청을 상대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에이산업 노동자들은 설 이후 경남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경남도의 역할이 부재한 가운데, 노동자들은 눈물로 설을 맞이하고 있다"며 "설이면 작으나마 선물보따리도 있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하나없이 가족들을 봐야 하는 조합원들을 보니 마음이 심히 아프다"고 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대우조선해양 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경남대책위'는 설 이후 경남도청 정문 앞에 '매각 반대 천막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홍지욱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코로나19의 악영향으로 노동자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며 "하지만 코로나19가 불법과 일방적이고 무분별한 폐업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사천 지에이산업 노동자들이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폐업 철회' 투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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