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왕실, 입법안 미리 검열하고 로비·방해.. 여왕동의권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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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이 '여왕의 동의권'를 이용해 1000개 이상의 입법안을 미리 검열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영국 왕실이 여왕동의권이라는 비밀스러운 절차를 통해 의회에 법안이 회부되기 전 1000개 이상의 법안을 미리 들여다봤다고 보도했다.
여왕은 나아가 왕실의 사유재산이 공개되는 일을 막기 위해 관련 법안 초안을 고치는 압력성 로비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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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이 ‘여왕의 동의권’를 이용해 1000개 이상의 입법안을 미리 검열한 것으로 드러났다. 왕실이 선출 권력인 의회보다 먼저 법안을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상징 권력으로 여겨지던 영 왕실의 권한이 실제로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는 의미다.
영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영국 왕실이 여왕동의권이라는 비밀스러운 절차를 통해 의회에 법안이 회부되기 전 1000개 이상의 법안을 미리 들여다봤다고 보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즉위한 1952년부터 지금까지 여왕과 그의 아들 찰스 왕세자가 사전에 받아 본 법안은 최소 1062건으로 분야도 광범위했다. 사법, 브렉시트, 사회보장, 연금, 인종관계, 식품정책 등 주요 법안 뿐만 아니라 주차요금, 호버크라프트(공기부양정) 규정 같은 잘 알려지지 않은 법안도 여왕의 검열 대상이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여왕의 동의권은 정부 부처가 추진하는 법안이 의회에 회부되기 전 그 내용을 미리 볼 수 있는 영국 군주의 관습적 권한으로 알려져 있다. 논란이 커지자 영국 왕실은 “동의권은 형식적 절차이며 여왕은 정부 부처 보고에 늘 동의한다”며 “여왕이 입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왕실이 들여다본 법안에는 왕가의 사익과 관련된 법안들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여왕의 동의권 행사 자체가 이해충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왕은 나아가 왕실의 사유재산이 공개되는 일을 막기 위해 관련 법안 초안을 고치는 압력성 로비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날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73년 왕실은 통상산업부가 준비하던 ‘투명성 법안’을 수정하기 위해 고위 관료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했다. 법안 초안에 실린 여왕의 보유 주식 등 개인 재산 현황을 공개하도록 한 조항이 문제였다. 왕실의 로비 끝에 해당 법안에는 “국가 지도층 등은 재산 공개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추가됐다.
가디언은 이날 투명성 법안 관련 로비 정황 외에도 왕실이 로비를 통해 법안 원안의 통과를 방해한 사례가 최소 3건은 더 있다고 보도했다. 4건 모두 증거가 확보된 사례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이 입수한 국립기록물보관소 정부 서류에는 왕실 고문들이 여왕의 사유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도로 안전 및 토지 정책 관련 법안에서 여왕을 제외시켜 달라고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여왕과 찰스 왕세자는 상속 및 신탁 관리자의 권한과 관련된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기 2년 전인 2014년 해당 법안 초안을 먼저 검토하기도 했다. 신탁은 보통 부유한 가문이 자신들의 재산을 과세 및 대중의 조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적 준비 절차로 활용된다.
여왕이 재임 중 동의권을 행사한 법안의 수가 정확히 몇 개인지 묻는 가디언의 질의에 왕실 측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옥스퍼드대의 헌법 전문가인 토머스 애덤스 교수는 “가디언이 확보한 정부 문서에서 나타난 법 제정에 미친 여왕의 영향력은 보통의 로비스트에게는 꿈 같은 일”이라며 “동의권 존재 자체가 입법에 상당한 영향력을 부여한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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