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소독제서 독성 메탄올 검출.."극히 소량, 오남용은 피해야"

천권필 2021. 2. 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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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의 버스승차대에 비치된 손소독제.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용량이 급증한 손소독제에서 독성 물질인 메탄올이 포함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손소독제의 과도한 사용은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고영림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발표한 ‘손소독제 사용 실태 조사 및 성분 분석’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온라인에서 유통 중인 손소독제 34종을 구매해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손소독제 성분에 표기되지 않은 메탄올이 1개를 제외한 모든 제품에서 검출됐다. 미국 등 해외에서 메탄올이 포함된 손소독제를 판매 중지한 경우는 있었지만, 국내에서 사용되는 손소독제에 메탄올이 검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원료를 관리·배합하는 과정에서 메탄올이 일부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손소독제에서 검출된 메탄올의 최대값이 1% 미만이므로 의도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도 “제조업체는 비의도적으로 메탄올이 함유되지 않도록 원료 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메탄올 손소독제' 얼마나 위험할까?

서울의 한 학교 교실에 손소독제가 비치돼 있다. 뉴시스

시중에 판매되는 손소독제는 살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알코올 중 하나인 에탄올을 주성분으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에탄올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메탄올은 독성이 강해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메탄올은 휘발성이 있는 무색의 유독성 액체로 자동차 워셔액이나 향수, 세제, 소독제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인체에 흡수되면 시신경을 손상해 눈을 멀게 할 수 있고 섭취할 경우 자칫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위험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탄올에 노출되는 경우 메스꺼움, 구토, 두통, 시력 흐림, 영구 실명, 발작, 혼수상태, 신경계에 영구적인 손상 및 사망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메탄올에 오염된 손소독제 제품의 사용으로 메탄올 노출 증상을 경험한 사람은 즉각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손소독제에서 검출된 메탄올의 양은 최대 567ppm에 이른다. 고영림 교수 연구팀은 메탄올이 일부 함유됐다고 해도 급성 중독의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검출된 메탄올의 양이 해당 제품을 하루에 10번 사용하고, 모두 흡입이나 피부를 통해 인체로 들어온다고 해도 실제 노출되는 양(11mg)은 치사량의 1% 미만이라는 점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 역시 “국내는 손소독제 완제품이 아닌 원료를 기준으로 메탄올 규제를 하고 있다”면서도 “완제품 규제를 하는 미국의 손소독제와 손세정제의 메탄올 함량 기준이 640ppm~2000ppm라는 점에서 이번에 검출된 양은 기준치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다만, 엘리베이터와 같은 좁은 공간에서 제품을 수십번 사용했다면 체중이 적고 호흡량이 많은 유·소아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작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손소독제에 메탄올이 검출됐다는 건 그만큼 제품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손소독제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면 상관이 없지만, 흡입하거나 눈 쪽에 노출되면 시신경에 손상을 줄 수 있어서 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1년간 메탄올이 함유된 손소독제 섭취로 인해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영구 실명했다. 이에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메탄올 성분이 검출된 77개 손소독제 제품의 전량 회수를 명령했다. 또, 메탄올 첨가 손소독제 명단을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부작용 신고도 받고 있다.


손소독제로 안과 사고 7배↑…“오남용 주의”
손소독제의 과도한 사용이 오히려 아동의 눈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손소독제가 눈에 튀어 다치는 어린이들이 크게 늘었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나왔다.

프랑스 연구진은 자국의 독성물질통제센터(PC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8월 손소독제에 의한 아동의 안구 손상사고 비율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공공장소에 손소독제가 비치되는 일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고영림 교수는 “엘리베이터에서 어떤 사람이 손소독제 용기를 눌렀는데 소독제가 아이의 눈에 들어갈 뻔 한 일을 목격하고, 이를 계기로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의 경우 물로 씻을 수 없는 때만 손소독제를 쓰도록 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굳이 손소독제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오남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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