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종용하는 시책"..설 앞두고 충북 직업전환 대책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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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자격증 따도 현장서 안 뽑을 것”
“징징거리지 말고 폐업하란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 중문 상가 거리에서 만난 상인 박모(60)씨의 말이다. 그는 충북도가 최근 발표한 ‘소상공인 직업전환’ 정책에 대해 “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에게 폐업을 종용하는 시책 같다”고 했다.
박씨는 중문 상가에서 2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년째 이어지면서 매출이 90% 이상 줄어들어 8명이던 직원을 2명으로 줄였다”며 “대출금 3000만원으로도 가게 유지가 힘들어지자 3억2000만원 짜리 아파트를 팔아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폐업한 소상공인의 직업교육을 돕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손해를 감수하면 여태껏 가게를 지켜온 상인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충북도가 제시한 직업전환 교육으로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도 나이가 많고 체력이 달려 취업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열쇠 기능공은 돈은 적게 벌어도 꾸준히 일할 수 있기 때문에 폐업을 대비해 자격증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경기도 용인에 있는 열쇠기술 학원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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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156억 투입…건설·반도체·전기기술자 양성
충북도가 지난 3일 발표한 소상공인 직업전환 교육·훈련 지원 대책이 실효성 논란에 빠졌다. 코로나19 종식을 기대하며 경제 회복을 기대했던 상인들은 “되레 자영업자 지원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이다. 충북도는 “자영업자 폐업률을 고려한 생계형 대책”이라며 이달 중 수요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충북도는 소상공인 직업전환 교육 등에 156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폐업을 앞둔 소상공인 2000명을 건설·반도체·전기기능사 자격증을 갖춘 근로자로 전환할 계획이다. 1인 기준 폐업지원금은 200만원, 교육훈련비 100만원, 교육기간 3개월 동안 생계비 월 100만원, 6개월간 취업장려금 180만원을 지원한다. 충북도는 올해 직업전환 교육을 시행해 본 뒤 2025년까지 소상공인 1만명을 생산직 근로자로 전환할 계획이다.
충북도가 직업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 폐업률이 올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돼서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코로나19로 회생이 불가능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그대로 놔둘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들에게 직업전환 교육을 제공해 소상공인의 재기를 돕고, 내국인이 꺼리는 생산직 일자리를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일자리지원센터 관계자는 “연령과 관계없이 기능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재취업이 수월한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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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소상공인 10만곳 중 24% 폐업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충북도 내 소상공인은 10만1594개소가 있다. 이중 24%(2만4821개소)가 지난해 문을 닫았다. 폐업한 업소 중 영업실적 하락으로 영업을 중단한 곳이 9729개소로 39%를 차지했다. 폐업 소상공인의 68%는 40대~60대였다. 충북 내 전체 소상공인 중 ‘임금근로자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1828곳에 달했다.
김한기 충북도 일자리정책과장은 “자영업자 중에서 폐업한 뒤 임금 근로자로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2000명 안팎으로 추정된다”며 “자영업자의 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도와 도내 기업이나 건설현장에 취업을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인 이모(34)씨는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 자영업자에게 일자리를 연계하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폐업 지원에 앞서 방역도구를 지원 등 대책이 먼저 나왔다면 이런 불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직업전환 정책 외에 382억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전통시장 상점 지원(201억원), 대출보증 지원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상인 김모(66)씨는 “매출이 줄어서 가게 주인이 기본급 200만원도 못 가져가는 곳이 많다”며 “소득이 줄어든 자영업자의 최소 생계를 보장하는 정책이 함께 제시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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