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예방적 살처분, 이 야만적 행정을 멈춰야 한다

화성시민신문 2021. 2. 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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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편의주의적인 조류인플루엔자 방역대책, 이젠 변화해야

[화성시민신문]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의회 앞에서 열린 화성시 산안마을 살처분 반대 화성시민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지발언을 한 이상배 농부의 발언문을 정리해 기고문으로 싣습니다.  /편집자 주
 
 이상배 농부.
ⓒ 화성시민신문
안녕하세요?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에서 포도 농사짓는 이상배 농부입니다. 포도도 바이러스에 걸립니다. 그 나무만 캐내면 됩니다. 한 포도원에서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반경 3km 인근의 잘 익은 유기농 포도를 팔지 못하게 하거나 포도원 전체 나무를 캐내라 하면 어떻겠습니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입니까?

대한민국 최고의 청정 양계장을 운영하는 화성의 산안마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분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행정을 상상한 이를 찾아 일벌백계해야 합니다. 일본은 500m이고, 전문가 판단에 살처분 유무를 가릴 수 있습니다. 우리도 법령에 의거해 심의를 열어 살처분 범위조정이 가능함에도 하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반경 3km가 뭡니까? 대량학살을 위해 진화해가는 한국농정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옆집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렸다고 걸립니까? 멀리 떨어져 있다고 안 걸립니까? 그것은 거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얼마나 신경써서 방역을 하느냐에 따르는 것입니다. 선진형 방역 농장으로 명성이 난 산안마을입니다. 지난 55년 동안 한 번도 집단감염의 역사가 없는 양계장입니다.

양계장의 오래된 뉴노멀입니다. 철저히 방역하고, 사육환경을 최대한 쾌적하게 하고, 야생의 풀을 먹이고, 모래목욕을 할 수 있게 닭을 배려하며 사육하는 산안마을의 닭들입니다. 3km 반경 내에 어느 농장에서 AI가 발병됐다고 3만7천마리의 예방적 대량학살을 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행정폭력입니다.

행정은 예측가능해야 합니다

정부 방역지침보다도 더 섬세하게 진행하여 청정사육환경을 만든 농가까지 예방적 살처분을 하라 한다면 그 누가 돈 들여 시간 들여 방역에 힘쓰겠습니까? 대충 사육하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보상받고 말지, 하지요. 행정은 예측 가능해야 합니다. 또 행정은 책임이 따릅니다. 행정의 요구에 부합되게 관리하여 음성이 나왔다면 행정이 농장을 신뢰하고 보호하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일관성 없는 행적, 예측불가능한 행정, 책임지지 않는 행정을 어떻게 믿고 따르겠습니까?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켜 청정농장을 유지한 곳까지 예방적 살처분을 한다는 것은 행정을 불신하고 따르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이 얼마나 웃기는 모순입니까? 연일 대량학살을 시행하라고 압력공문이 내려옵니다. 행정 스스로 "행정을 불신하라", "행정에 강력하게 저항하라"라는 메시지를 연일 보내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행정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따른 농가가 더 심각한 생존의 위협을 절감한다면, 그 누가 행정을 믿고 따르겠습니까?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시선으로는 도저히 납득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산안마을은 모든 걸 걸고 분연히 일어난 것입니다.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는 매년 반복되는 행정폭력 앞에서 더는 순응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럴 때 일어나는 것이 시민불복종선언입니다. 저는 이 위대한 산안마을의 발걸음에 동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행정이 스스로 행정을 불신하게 하는 이 파렴치한 행정에 온 시민과 국민이 일어나서 저항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산안마을, 유정란 농장의 고향과도 같은 곳

한국 유정란 농장에서 산안마을은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그간 산안마을에서 배워서 나간 농장이 한국의 유정란계의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청정한 관리뿐 아니라 닭을 배려하며 키우는 것은 동물복지라는 말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진행한 산안마을만의 역사입니다.

그뿐 아니라 달걀을 통해 화성사회에 값없이 공짜로 먹고 마시는 초록축제를 배태시켰습니다. 시민사회와 환경단체가 일천했던 화성에서 정신적 역할까지 해온 것이 산안마을이었습니다. 미래 축산의 모델이며 사회혁신까지 이뤄가는 산안마을은 시대의 모범이며 대안입니다. 이런 산안마을을 일시에 살처분시키는 행정은 농축산을 담당하는 행정이 스스로 농축산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는 만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안마을이 무너지는 것은 한국 축산의 미래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산안마을이 무너지는 것은 화성시의 사회적 가치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산안마을을 꼭 지켜야 합니다. 산안마을을 지키는 것이 그린뉴딜이고 뉴노멀입니다. 문명 대전환기에 산안마을은 미래문명의 문법입니다. 시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같이 가십시다. 주변 양계 농장주 여러분. 서로 고발할 사안이 아닙니다. 산안마을과 여러분은 원팀입니다. 산안마을을 지지하시며 조금만 참고 같이 가십시다. 새로운 축산의 미래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십시다.

축산 차량 모두에는 GPS가 장착될 정도로 스마트 방역 시스템이 벌써 9년 전부터 가동되고 있습니다. 운전자와 농장관리인의 동선파악과 연동될 수 있는 최첨단 방역시스템입니다. 코로나19 방역보다도 더 섬세한 디지털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18세기 방식의 예방적 살처분을 감행하는 것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직무유기이며 행정실패입니다. 정은경 본부장 같은 사람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되지 못했기에 이 지경이 된 것입니다. 방역을 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돈 들여 매년 업데이트까지 하며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그것을 왜 활용하지 못했을까요? 돈은 돈대로 들여 이게 뭐하는 것입니까? 반드시 감사를 청구해서 과정과정을 살펴야 합니다. 공익감사를 청구해야 합니다.

코로나19는 백신 개발이 어렵다지만, AI 관련 백신 기술은 충분히 준비된 상황입니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며 예방적 살처분을 강행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행정오만을 반드시 응징해야 합니다. 뭐 하나 능동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모든 리스크를 농민이 떠안게 하는 이런 폭력이 어디 있습니까? 정부정책보다 더 섬세하게 관리해 온 산안마을이 그 행정의 리스크를 떠안아야 합니까?

이게 몇 년째입니까? 무능한 행정의 사회적 비용을 더 이상 농민에게 부가하지 마십시오.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책임을 회피하고, 방역 리스크를 농민에게 전적으로 떠넘기며, 수조 원의 국고를 탕진하고, 매몰하여 환경을 오염시키고, 국민적 트라우마를 조장하는 이 뭐 같은 행정폭거를 중단시켜야 합니다.

이 야만적 행정을 멈춰야 한다

서철모 화성시장님. 이 얼마나 부당하고 억울합니까? 화성시민의 생존권과 사회적 가치가 일시에 상실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살처분 명령을 취소하십시오. 장애인 정책에서도 엄청난 저항 속에서도 소신껏 행정을 집행한 것이 서철모다움, 서철모니즘 아니었습니까? 주민자치와 합리적인 행정의 대명사가 서철모 시장님 아닙니까?

화성시 한 농부로서 간곡히 부탁합니다. 산안마을 살처분 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주민주권의 실현으로 자치행정의 꽃인 지역회의를 개설하여 대한민국 행정을 바꾸고 계시지 않습니까? 지역회의 운영위원으로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산안마을 살처분을 거두어 주십시오. 화성시 시정자문위원으로서 정중히 요청합니다. 산안마을 살처분을 취소하시는 것이 화성이 사는 길입니다. 산안마을이 무너지면 서철모 시장님께서 매진해온 화성의 사회적 가치는 일시에 무너지는 것입니다. 살처분을 강행한 이후 겪을 화성시민과 화성 시민사회의 저항을 어떻게 감당하시렵니까? 화성이 자치농정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기후위기와 팬데믹 상황 속에서 화성시가 가축방역에서도 선두에 서서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린뉴딜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정치인 서철모 개인적으로도 한국사회에 우뚝 서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화성시민과 시민사회의 역량을 일시에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서철모 화성시장님. 시민과 함께 갑시다. 시민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

여러분, 광화문 교보빌딩에 코로나19 걸린 사람이 있었답니다. 반경 3km내에 있는 모든 사람을 살처분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서쪽으로는 이대까지고 동쪽으로는 동대문까지입니다. 남으로는 삼각지까지입니다. 북으론 청와대를 포함해서 세검정까지입니다. 이곳의 모든 사람을 살처분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일이 가축방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닭도 우리와 똑같은 생명체입니다.

이 야만의 행정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이런 행정이 기후위기를 만든 것이고, 이런 무능한 행정이 팬데믹 세상을 만든 것입니다. 문명 대전환기에서 이런 행정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그린뉴딜이 논해지고 미래문명의 뉴노멀을 상상하는 때, 디지털 기술이 하늘을 찌르는 때에 반시대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산안마을 살처분 강행은 반드시 저지할 시대의 야만입니다. 우리 함께 끝까지 같이 가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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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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