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말기를 바란다
7일 경기 용인시 기흥의 한 배구단 숙소에서 선수 A(25)가 갑자기 쓰러졌다. 동료가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A를 발견했다. 동료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A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구단은 상세한 설명은 생략한 채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만 발표했다. 여러 매체가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썼다. 사실 여부는 곧 밝혀지겠지만, A가 스트레스 탓에 육체적으로도 고통을 받았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A의 상황이 많이 심각하지 않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A는 현재 가족과 함께 안정을 취하고 있다. 경기보다, 조사보다 중요한 게 사람 아닌가. A의 가족도 A 못지않게 힘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몸과 마음을 잘 추슬러 건강한 모습을 되찾기 바란다.
왜 A가 쓰러지는 일까지 벌어져야 했을까.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났는데도 구단은 침묵하고 있다. 구단뿐 아니라 한국배구연맹(KOVO)도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KOVO 관계자는 "구단이 연맹에 '정신적 스트레스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선수와 구단은 인기가 많다. 이번 사건에 대한 팬과 대중의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예상한 그대로다. 침묵은 추측을 부른다. 다양한 설(說)이 사실인 양 흘러나온다. '팀 내 불화가 이번 일의 원인'이라는 이른바 불화설이 기정사실처럼 되고 있다. 급기야 A와 불화한 것으로 꼽힌 동료 선수 B의 소셜미디어에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계정은 댓글 달기 기능이 정지된 상태다.
불화설의 근거로 제기된 정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A는 코트 안에서 팀을 이끌어가고 공격을 배분하는 세터다. B는 팀의 주 공격수다. 경기를 하다 보면 세터와 공격수 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잦다. 정황 중 하나로 제기되는 'B가 공격 배분과 경기 운영을 놓고 A에게 여러 얘기를 했다'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일은 모든 팀에서 일어난다. 최근 한 남자팀 감독도 "공격 배분 문제를 놓고 세터와 주 공격수를 불러 얘기를 나눴다"고 공개했다.
또 다른 정황은 'B가 경기 외적으로 A를 괴롭히거나 군기를 잡았다'는 건데, 이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 12월 A가 소셜미디어에 주어를 생략한 비난성 글을 올린 일은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사냥에 나서듯 일부 선수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반대로 일부 극성팬이 욕설을 포함한 메시지와 악성 댓글을 A에게 쏟아내기도 했다. 이 구단은 당초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A는 많이 괴로워했다.
해당 구단 측은 "이번 일을 기사로 공론화하는 걸 자제해달라. 선수가 힘들어한다"는 입장이다. 이해 못 할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선수단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그런 상황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어졌다. 구단이 초기에 문제를 해결했어야 한다. 시기를 놓친 건 구단 책임이다. 그런데도 해당 구단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입장 표명 없이 보도가 나오면 "공론화 자제"만 읊고 있다. 추측과 각종 설(說)이 쏟아지는 상황을 자초했다.
일은 이미 벌어졌고, 되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은 채 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이 기사에서도 A, B라고 익명으로 보도하지만,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몇몇 기사와 게시판 글만 훑어봐도 A, B가 누군지는 알 수 있다. 하루빨리 구단은 이번 일의 자초지종과 향후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밝혀라. 그래야 억측에 따른 2, 3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A의 빠른 회복과 코트 복귀를 기원한다. 그 누구도 더는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아야 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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