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갈등으로 치닫는 나발니 사태..독일·스웨덴 등 러 외교관 '맞추방'
러시아가 독일·스웨덴·폴란드의 외교관을 추방하자 세 나라가 나란히 러시아 외교관을 '맞추방'했다.
러시아가 3개국 외교관이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을 촉구하는 불법시위에 참여했다며 추방 명령을 내리자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이다. 나발니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유럽 국가간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8일(현지시간) 독일 외교부는 주 베를린 러시아 대사관 소속 직원 1명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외교적 기피 인물 통보를 받으면 해당 외교관을 소환하거나 외교관직을 박탈하는 것이 관례다.
스웨덴의 안 린데 외무장관도 이날 "러시아 대사에게 대사관 소속 직원 1명을 스웨덴에서 떠나도록 하라는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외교부도 자국 외교관의 추방에 대응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다고 공개했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5일 독일·스웨덴·폴란드 외교관을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고 추방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 외무부는 "스웨덴 대사, 폴란드 대사 대리, 독일 공사 등을 불러 총영사관·대사관 소속 외교관들이 지난달 23일 시위에 참여한 것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행동은 용납될 수 없고 외교관 지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들에게 이른 시일 내 러시아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에 3개국 측은 외교관들이 외교관계에 대한 빈 협약에 따라 정당한 방법으로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했다며 반발했다.
마침 5일은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나발니 문제를 논의했던 날이다. 보렐 대표는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를 석방하고 독살 시도 의혹을 투명하게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라브로프 장관은 "EU의 내정 간섭적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보렐 대표는 지난 7일 벨기에 브뤼셀로 돌아간 뒤 "이번 방러 결과는 러시아가 EU와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재 카드까지 거론하며 러시아를 압박했다. 보렐 대표는 "우리는 이 문제를 (22일 예정된)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회원국들의 결정은 러시아 제재가 논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나발니는 2014년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는데, 이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지난 2일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나발니 측은 "푸틴 대통령의 개인적인 정치 보복"이라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또 나발니는 푸틴을 향해 "아무리 자신을 위대한 세계 지도자로 묘사하려고 해도 그는 독극물 암살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정면으로 비난했다.
이후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일제히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러시아 내에서도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며 500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됐다.
앞서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후 그는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했다.
나발니는 러시아 정보기관인 러시아연방 보안국(FSB) 소속 독극물 팀이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암살 지시의 배후에는 푸틴 대통령이 있다고 지목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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