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블록 선물하지 마세요" 미국 작가의 섬뜩한 경고

노광준 2021. 2. 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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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기후] 기후위기 맞춰 선물 종류와 포장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

[노광준 기자]

▲ 설 명절을 앞둔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장 명절 선물은 명절 이후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된다.
ⓒ 노광준
  
'OO님께서 보내신 상품이 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누구나 한 번 이상 받는 메시지다. 받을 때는 고마운 명절 선물. 그러나 곧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되어 어디론가 버려진다.  

포장 쓰레기는 우리나라 전체 생활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과 배달이 급격히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포장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재활용 쓰레기 발생량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11.2% 늘어난 하루 5400여 톤이다. 플라스틱류 폐기물의 배출량은 13~15%까지 늘었다. 이미 부하가 걸린 재활용처리업체들은 일 년 중 가장 많은 쓰레기가 나온다는 명절 연휴가 다가오면서 긴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어떤 선물을 주고받는지, 또 어떤 포장재를 쓰는지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배출량 절감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이런 생각이 든다.

'10년만 지나도 우리의 선물문화가 많이 달라질 수 있겠구나.'

플라스틱 대신 로컬푸드 선물을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미국의 작가 레니 조는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온라인 뉴스저널 <스테이트 오브 더 플래닛(State of the Planet)>에 '기후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선물 문화'에 관한 글을 썼다. 먼저 플라스틱 선물에 대한 경고다.
 
많은 장난감과 의류, 전자제품 안에 플라스틱이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깨지면 고치기 어렵고 플라스틱 폐기물은 해양 생물들이 사는 바닷속이나 이름 모를 해변에 쌓입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생명체를 유해한 화학물질에 노출시킵니다. 일부 전자제품은 매립이 어려운 희귀금속을 함유하고 있기에, 여러분께서 물건을 사기 전에 그것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실제로 영국 플리머스대학교 연구결과 대표적인 플라스틱 선물인 레고 블록은 바닷속에서 짧게는 100년, 길게는 1300년까지 분해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는 플라스틱 선물의 대안으로 대나무나 유리, 금속 재질로 만들어진 선물을 추천했다.

또 지역에서 생산된 로컬푸드 먹거리 선물을 추천했다. 지속가능한 명절선물로 뭐니 뭐니 해도 먹을 수 있는 선물이 좋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선물 하고 영수증도 함께 보내세요

꼭 필요한 선물을 주고받는 선물문화를 위해 '영수증 동봉'을 제안하기도 했다.
 
쓸모있는 선물을 하고 (받는 사람이 바꿀 수 있도록) 늘 선물 영수증을 동봉하세요. 만일 '비밀산타'(Secret Santa) 놀이를 한다면, 불필요한 선물이 오가지 않도록 당신이 원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주세요.

그의 제안은 과소비의 상징이 되어버린 명절 소비문화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인들이 크리스마스와 설날 사이에 평소보다 25%나 많은 폐기물을 생산해 일주일에 100만 톤가량을 매립지로 보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전국적으로 더 많은 포장쓰레기가 집마다 배달되고, 매년 20억 개가 넘는 크리스마스 카드가 발송돼 10층 높이 축구장을 가득 채울만한 종이를 소모하며, 3만8천 리터가 넘는 리본이 버려져 매립되고 있습니다.

그는 전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의 45%가 우리가 매일 쓰고 사는 물건을 생산하면서 배출된다며, 우리의 소비습관의 변화가 생산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건을 구매할 때 좋은 재료와 디자인, 수리 가능성을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오랫동안 쓸 수 있도록 잘 설계되고 쉽게 고쳐 쓸 수 있는 물건이 좋은 물건이라는 것이다.

보자기의 재발견

지난 2020년 11월 15일, 영국의 <가디언>지는 '보자기'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짝이는 종이포장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보자기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3개월간 엣시(Etsy, 수공예 온라인 마켓)에서 '천으로 된 선물포장'을 검색한 횟수가 전년 대비 41% 늘었고, '친환경 선물포장' 검색량은 78% 늘었다.

영국의 화장품 소매업체 러쉬(Lush)는 보자기를 응용해 다양한 디자인의 포장재를 팔고 있다. 소매점인 올리버 보너스와 토스트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쓰이는 '크리스마스 크래커'(터뜨려서 개봉하는 선물)를 대체할 녹색상품으로 '보자기로 만든 식탁선물 세트'를 기획했다.

영국의 백화점 체인인 존 루이스는 온라인으로 보자기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Gwendolyn Smith, 'Why reusable cloth could consign Christmas gift wrap to the bin'
ⓒ 가디언
   
서양인들이 이처럼 동아시아권의 선물문화인 '보자기'를 찾는 이유는 환경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반짝이는 포장재 안에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돼있고, 종이 포장재의 절반만 재활용해도 수만 그루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끊임없이 '포장의 대안'을 모색해왔다.
어떤 사람은 신문지를 재활용해 선물포장을 했고, 어떤 사람은 지도나 카탈로그를, 심지어 아이가 직접 그린 그림을 재활용하기도 했다. 문제는 받는 사람의 반응인데, '받는 사람도 이런 포장을 좋아할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포장하는데 너무 손이 많이 가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기는 서양에서 녹색포장의 대안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천으로 된 선물포장의 매력은 그 자체도 '선물'이라는 점에 있다. 소매업체 토스트의 하우스&홈 책임자인 주디스 해리스는 '받는 사람 입장에서 멋스러운 선물을 받아 즐겁고, 나중에 누군가에게 선물할 일이 있을 때 이걸 재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 2020.11.15)

특이한 점은 이들이 녹색포장으로 떠올리고 있는 보자기는 일본의 전통 보자기인 '후로시키'(風呂敷)라는 점이다. 에도 시대 공중목욕탕에서 옷을 싸서 보관할 때 쓰였다는 후로시키 보자기는 영미권에서 'Japanese Furoshiki Wrap'(일본 후로시키 포장)이라는 용어로 통용되며 녹색포장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보자기라는 세 글자만 들어도 자연스레 '어머니의 뒷모습'을 떠올리는 보자기 민족이다. 20~30년 전만 해도 보자기로 선물을 포장하고 양푼 그릇에 콩나물을 담아오는 문화가 자연스러웠다. 그런 보자기를 추억으로만 간직하지 말고 이제 '미래를 위한 선택'으로 꺼내놓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스티로폼 없앤 과일, 보냉백에 담긴 한우, 촘촘해진 스팸

환경부가 올해부터 선물의 과대포장을 사전점검하고 페트병 투명재질 의무화 등 '탈플라스틱 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기업들도 친환경 포장 혁신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과일, 고기, 생선 등 상대적으로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소재를 많이 쓰는 신선식품 포장에 대한 혁신이 눈에 띈다. (스티로폼은 지역 재활용 센터에서 가장 골머리를 앓는 포장소재이기도 하다.)
 
 친환경포장 관련 카드뉴스
ⓒ 환경교육포털
   
장보기 앱 마켓컬리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모든 배송용 포장재를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변경하는 '올 페이퍼 챌린지'를 시행해 1년간 4831톤의 플라스틱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현대백화점은 2019년부터 과일 선물 세트에서 스티로폼 등 플라스틱 포장재를 쓰지 않는 '올 페이퍼 패키지'를 늘려왔고 사탕수수섬유로 만들어진 '사탕수수 종이 박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2019년 설부터 한우 등 정육 선물세트를 재활용이 가능한 '보냉 가방'을 선보였다. 롯데마트는 자체 개발한 종이 난좌(충격완화용 받침) 등을 적용한 과일, 채소 친환경 선물포장으로 환경부 주최 '착한 포장 공모전'에 입상하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20년 과일 선물세트 종이 포장재를 60%까지 늘렸고, 홍삼류 등 건강식품 세트 포장에도 나일론 천 포장 대신 분리배출이 가능한 종이소재로 교체했다. 과일선물세트의 띠지를 100% 제거한 이마트는 2018년부터 환경부와 비닐, 플라스틱 감축에 관한 자발적 협약을 맺어왔다.

식품회사들도 플라스틱 없애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노란 플라스틱 뚜껑을 없앤 스팸 선물세트를 선보였고, 투명용기로 바꾼 고급유 선물세트, 페트병에서 쉽게 떨어지는 수분리성 라벨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지난해 설 선물세트에 비해 약 173톤의 플라스틱과 282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였다고 밝혔다.

동원에프앤비는 지난 추석 참치캔이나 햄으로 구성된 세트 배열을 촘촘하게 바꿔 플라스틱 쟁반의 무게를 평균 10%씩 줄였고, 올해 설에는 포장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쟁반을 종이로 교체하고, 부직포 가방이 아닌 종이 가방에 담은 '노(No) 플라스틱' 선물세트 2종을 출시했다.

대상은 부직포 대신 분리수거가 용이한 종이 재질의 쇼핑백을 개발해 지난 추석부터 적용했고, 플라스틱 용기 대부분을 투명 용기로 교체해 재활용률을 높였다고 밝혔다.

지역에서 구매하거나 경험을 선물하거나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포장이나 배송 자체를 줄이는 소비문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작가 레니 조는 앞서 소개한 <스테이트 오브 더 플래닛> 기고문에서 될 수 있으면 온라인 쇼핑보다 지역상점에서 선물을 사자는 의견을 밝혔다.
 
포장과 배송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는 만큼 될 수 있으면 온라인 쇼핑을 피하세요. 대신 직접 가게로 가서 우리 지역 상인들을 기분좋게 도와주세요.

영국 <가디언>지의 소비자 전문기자인 레베카 스미서스는 '녹색 크리스마스 실천법'이라는 기사에서 물건 대신 '경험'을 선물할 것을 제안했다.
 
꼭 상품화된 물건을 선물해야 할까? 대신 '경험'을 구매할 수 있지 않을까? 선물 상품권이나 영화티켓, 박물관 회원권 등을 선물해보자. 동물을 후원하거나 열대우림 보호에 기부해도 좋다. 직접 만든 음식 선물도 좋다.

방식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선물을 고르기 전에 버리는 것까지 고려하는 습관이 정착된다면 누구나 다양한 방법으로 지구환경을 위할 수 있지 않을까? 분명한 것은 과소비를 향해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던 명절선물은 갈수록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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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 김민제, '코로나 시대의 택배 쓰레기 홍수, 해법 떠오른 다회용포장' (한겨레 누리집, 2020.11.17) - 오현태, '코로나 집콕에 '인쇼·배달'은 승승장구…포장 쓰레기는 첩첩산중' (KBS 누리집, 2020.9.3) - Renee Cho, 'How Buying Stuff Drives Climate Change' (미국 컬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 발간 'State of the Planet' 누리집, 2020.12.16) - 황찬익, '바닷물에서 1300년 넘게 유지된다는 '이것' (위키트리 누리집, 2020.3.19) - Gwendolyn Smith, 'Why reusable cloth could consign Christmas gift wrap to the bin' (The Guardian 누리집, 2020.11.15) - 박수지, '설 선물세트, 이제 '노 플라스틱'이 대세?' (한겨레 누리집, 2021.1.20) - 김은경, '착한포장 공모전' 최우수상에 롯데칠성의 '라벨없는 생수병' (연합뉴스 누리집, 2020.11.16) - 조윤경, "면세점 뽁뽁이-백화점 PP완충재 그만" (동아일보 누리집, 2020.1.7) - 환경부, 국가환경교육센터, '친환경으로 포장된 추석 선물세트' (환경교육포털 누리집, 2020.10.8) - Rebecca Smithers, 'Dreaming of a green Christmas? Here's how to make it come true' (The Guardian 누리집,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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