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보·보물 번호 없애고 데이터 댐 만든다

이종길 2021. 2. 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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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지정번호는 가치 판단의 기준이 아니다.

문화재청은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문화재 지정번호를 없앤다.

관계자는 "문화재 지정번호를 관리용으로만 사용하고, 비지정문화재를 포함한 보호체계를 새롭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공문서, 누리집 등에서 문화재 지정번호의 사용은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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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함께 가꾸고 누리는 문화유산' 비전 업무 추진계획 발표
문화재 주변 지역 건축행위 규제 완화..드론스테이션 설치·운영
'가야고분군' 등 세계유산 등재 추진..세계유산국제해석센터 설립

문화재 지정번호는 가치 판단의 기준이 아니다. 지정 순서에 따라 부여한 숫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를 근거로 문화재를 서열화한다. 지금도 국보 제1호를 숭례문(남대문)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바꾸자고 주장할 정도다.

문화재청은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문화재 지정번호를 없앤다. 8일 정부대전청사 브리핑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올해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관계자는 "문화재 지정번호를 관리용으로만 사용하고, 비지정문화재를 포함한 보호체계를 새롭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공문서, 누리집 등에서 문화재 지정번호의 사용은 제한된다. 교과서, 도로표지판, 문화재 안내판 등에서의 표기 또한 중지된다. 새로운 보호체계는 기존 문화재의 범위에서 근현대유산·자연유산·수중문화재 등의 수요를 반영해 법·제도로 구축한다. 관계자는 "문화재 행정의 원칙과 기본방향을 담은 문화재기본법 제정이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족 대명절 추석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횡단보도에 설치된 대형 보름달 조형물 앞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번 업무 계획의 비전은 '문화재정책 60년, 국민과 함께 가꾸고 누리는 문화유산'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유산의 미래가치 창출 ▲문화유산의 온전한 보존과 전승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유산 ▲세계와 함께 누리는 우리 유산 등 4대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크게 열다섯 과제를 실행한다.

문화유산의 미래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국내외 사례 조사·문화유산 분류체계 수립·산업진흥 근거 마련 등으로 산업생태계 기반을 구축한다. 문화유산 정보를 디지털로 저장·관리하는 데이터 댐도 만든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주변 지역 건축행위에 대한 규제도 완화한다. 그간 문화재 지역 주민들은 문화재보호법에 건축 규제에 관한 조항만 있어 재산권 행사는 물론 생활에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문화재청은 환경개선·복리증진·교육문화시설 지원과 세제 혜택 등 주민 맞춤형으로 개정을 시도한다. 매장문화재 보존조치에 따른 손실 보상이 가능하도록 토지 보상 적용 범위도 확대한다. 관계자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 행위 등 기준을 재정비하고, 지구단위계획·도시재생사업 등과 연계한 역사문화환경 보존관리 계획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설 연휴 사흘째인 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문화재청은 설을 맞아 이달 6일까지 4대궁·종묘, 조선왕릉, 유적관리소를 휴무일 없이 무료 개방한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문화재청은 첨단기술과 현장 기반의 문화재 안전·방재 체계도 수립한다. 성주 성산동 고분군 등 아홉 유적지에 드론스테이션을 설치·운영하고, 동산문화재 상시 관리구역 이탈알림 기술 등을 개발한다. 아울러 무형문화재 전승 취약 종목을 충원해 안정적인 인적 토대를 마련하고, 막걸리 빚기·떡 만들기·갯벌어로·한복문화 등 신규종목을 발굴한다.

문화재청은 국민의 치유·회복을 위한 문화유산 활용에도 주안점을 둔다. 파주 장릉 등 조선왕릉 내 숲길을 정비하고, 궁궐과 조선왕릉에 적용 중인 비대면 입장시스템을 확대한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안내해설과 방역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해설사'도 도입한다. 관계자는 "문화 소외계층을 궁궐로 초청하고, 점자 리플릿과 수어 해설 영상을 제작해 보다 많은 국민이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우리 유산의 세계 위상 강화를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가야고분군' 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세계유산국제해석센터를 설립해 국제사회 갈등 조정에 기여한다. 아울러 파키스탄 간다라 유산 활용 콘텐츠 제작 등 해외 문화유산에 대한 기술 지원을 확대하고, 국외 부동산문화재를 한국 문화 홍보 거점으로 만들어 다양한 전시·행사를 마련한다.

북한과 문화재 교류 또한 앞당길 계획이다. 관계자는 "교류 활성화를 위한 법·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비무장지대(DMZ) 세계유산 남북 공동등재를 추진해 북한 측의 협력은 물론 국제사회의 지지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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