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 3호 토종 치료제 '4∼5월 중' 승인 기대
셀트리온의 항체 치료제(렉키로나주)가 지난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받아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상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최종 3상 임상시험을 하는 조건이다. 이달 중순부터 60세 이상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증, 산소치료가 필요한 폐렴 동반 환자에게 공급될 전망이다.
아울러 제2, 3의 토종 치료제 자리를 놓고 국내 제약사들의 속도전도 가열되고 있다. 개발 플랫폼은 혈장 치료제와 약물·신약 재창출이다. 치료 범위는 무증상·경증부터 중증 환자, 최근 이슈화된 변이 바이러스 감염까지 폭넓다.
항체 치료제에 이어 임상 진척이 빠른 일부 치료제는 이르면 4~5월 쯤 3상 조건부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2상 임상시험까지 끝낸 종근당과 GC녹십자가 유력하다. 8일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는 15건이다. 한발 늦게 뛰어들었지만 유망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임상진입을 서두르는 제약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5월 국책과제로 선정된 ‘혈장 치료제(GC5131A)’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된 환자의 혈장(혈액 액체성분)에서 다양한 항체가 들어있는 면역 단백질 만을 분리해 고농도로 농축한 것이다. 일반 면역단백질 혈액제제 보다 코로나19에 특화된 항체가 많이 들어있다.
제약사 측은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폐렴 환자와 고령,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60명을 대상으로 최근 임상2상을 종료하고 결과를 도출 중이다. 4월 초 식약처에 3상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면 이르면 5월 중 승인이 날 가능성이 높다. 식약처의 코로나19 치료제 허가 심사에는 40일 정도 걸린다. 제약사 관계자는 “이미 3차 추가 생산을 완료한 만큼 허가 즉시 의료 현장에 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10월부터 식약처의 치료 목적 승인을 받아 일선 의료현장에서 환자 치료에 쓰이고 있다. 지금까지 35건의 치료 목적 승인이 이뤄졌다.
해외에서도 10여개 제약사가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얼라이언스(연합체)’를 구성해 혈장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나 아직 사용 허가를 받은 제품은 없다.
종근당은 기존에 다른 질환 치료에 쓰이던 약을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약으로 개발하는 약물 재창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급성췌장염 약인 ‘나파벨탄’이 대표적이다. 현재 러시아와 호주 등에서 글로벌 2상 임상시험을 벌이고 있다. 나파벨탄의 주성분인 ‘나파모스타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체 세포 침투 과정에 주요 역할을 하는 단백질분해효소(TMPRSS2)를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사람 폐세포 실험에서 기존 치료제인 렘데시비르 보다 수 백배 이상 항바이러스 효능을 갖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 코로나19 중증 환자 대상 러시아 2상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폐렴을 동반한 확진자 100여명에게 위약과 나파벨탄을 투여해 조기경보점수(NEWS)가 7점 이상인 고위험군 36명을 분석했다. NEWS가 7점 넘는 고위험 환자는 사망 확률이 18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석 결과 2주간 나파벨탄 투약 그룹은 61.1%의 증상 개선율을 보여 표준치료 그룹(11.1%) 보다 우월한 효과를 보였다. 전체 임상기간(4주)으로 넓히면 나파벨탄 투약 그룹의 증상 개선율은 94.4%로 높아진 반면 표준치료군은 61.1%에 그쳤다. 회복 도달 기간도 나파벨탄 투약군은 10일로 표준치료군(14일)보다 단축됐다.
주목할 점은 전체 100여명의 참여자 가운데 표준치료군에서 질병의 진행으로 숨진 사례가 4건 발생했지만 나파벨탄 투여그룹에서는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나파벨탄이 고위험군에서 증상 악화로 인한 사망자 발생을 막아주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제약사 관계자는 “설 연휴 전후 러시아 2상 임상 최종 결과가 도착하면 식약처에 3상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며 큰 문제 없으면 4월 중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또 지난해 12월 호주 식약처로부터 대규모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뉴질랜드, 인도의 70개 이상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환자 2440여명이 참여한다.
대웅제약은 경증과 중증 환자,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치료 3종 세트를 개발 중이다. 먹는 알약 형태의 만성 췌장염약 호이스타정(카모스타트 성분)과 구충제 니클로사마이드 주사제, 줄기세포 치료제다.
진도가 가장 빠른 것이 경증이나 무증상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 중인 호이스타정이다. 카모스타트 성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내 진입을 막아 바이러스 증식과 염증 진행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다. 제약사는 최근 서울대병원 등 13개기관 연구진이 코로나19로 입원한 경증 또는 무증상 확진자 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a상 결과를 공개했다. 중도 탈락자 제외 81명을 분석한 결과 호이스타정 투여군(41명)의 바이러스 제거 속도와 증상 개선 시간이 위약 투여군(40명)보다 유의미하게 빨랐다. 다만 환자의 음전 시간(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져 양성에서 음성 판정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을 위약군보다 유의미하게 줄이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보다 확실한 효과 검증을 위해 대규모 추가 임상시험(2b·3상)을 진행키로 했다.
지난해 말에는 식약처로부터 중증 코로나19 환자 약 1000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와 호이스타정의 병용 요법 임상3상 승인을 받았다. 두 약을 함께 써서 중증 환자 치료 효과를 확인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최근에는 호이스타정의 코로나19 예방 치료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 3상시험 승인도 받았다. 임상 참여자는 확진자의 접촉자로 자가격리 대상이며 코로나19 진단 결과 음성이 확인된 사람이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호이스타정으로 코로나19 경증 및 중증 환자, 예방 치료제 등 총 3건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추가 임상 2b상(300명 대상)이 마무리되면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대웅 측은 자회사와 협업해 기생충약인 니클로사마이드 경구약을 코로나19 치료 주사제로 개발 중이다. 국내는 물론 인도 호주 필리핀에서 임상1상을 진행중이다. 대웅 관계자는 “니클로사마이드는 감염된 숙주 세포에서의 ‘자가포식(스스로 잡아먹는 성질)’을 증가시켜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에서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1상도 진행 중이다. 줄기세포는 코로나로 인한 사이토카인 폭풍(과잉 면역반응)으로 손상된 폐 세포 재생과 항염증 기능을 수행한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급성 폐 질환자 치료가 목적이다.
JW중외제약은 기존 항암제 후보물질(CWP291)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신약 재창출 전략이다. 아직 임상 진입은 못했지만 최근 종료된 동물실험에서 우수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CWP291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코로나 등 RNA바이러스의 숙주인자로 알려진 ‘GRP78’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다.
지난해 3월과 9월 국제학술지 감염저널에 코로나19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사람 몸 속에 있는 GRP78 단백질의 결합을 차단하면 바이러스 진입과 복제를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코로나19 폐렴 환자의 혈액 샘플 분석을 통해 정상인 대비 GRP78의 발현율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논문에서 확인돼 CWP291의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5월 세포실험에선 CWP291이 렘데시비르 등 기존 약물 보다 4배 높은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였다.
아울러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공동 진행한 코로나19 감염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개발 작업에도 돌입했다.
평가결과 CWP291은 저용량 투여시에도 대조군 렘데시비르(24.8%)보다 약 2배(41.3~48.9%) 높은 ‘폐 병변’ 개선율을 보였다. 렘데시비르와 병용 투여할 경우 90%에 육박하는 폐 병변 개선이 확인됐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폐 섬유화증(폐가 딱딱하게 굳음) 동물실험 효능 평가에서 CWP291의 항섬유화 기능이 확인된 바 있어 코로나19 관련 폐질환 치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환자 대상 2상 임상시험 진행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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