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터져도 0.6%만 난민? 너무 이상하다

이일 2021. 2. 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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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K-추방인가?] 법무부 2020년 난민법 개정안 연속 분석 ⑧ 제언

한국 난민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는 한국을 찾은 난민을 조력하고 정부의 정책을 감시하며, 난민법 제정과정에도 함께 해왔습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법무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난민법 개정안을 분석하는 릴레이 기고를 진행합니다. <편집자말>

[이일]

최근 한 난민신청자는 해외에 있는 아픈 부모를 만나기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방문했다. 해외에 다녀오려면 재입국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의 활동가는 난민신청자의 아랍어 통역을 전화로 도왔다. 무엇을 문의하러 갔는지 설명을 했더니 담당 공무원은 재입국허가를 해줄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 난민신청자네요, 재입국 허가 줄 수 없어요. 그냥 집에 가시면 돼요. 난민들은 다 집으로 가시면 돼요. 우리가 내보내려고 정책을 만들고 있으니까 그냥 집에 가면 돼요." 활동가는 너무 당황해서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담당 공무원이 평소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이 공무원의 답변이 법무부의 공식입장인지는 알 수 없다. 재입국허가 신청을 안내하지도 않고 일률적으로 난민신청자는 안 된다고 한 것은 위법한 접수 거부이면서, 현장에서의 시각을 보여준다. 

또한 난민법 개정을 비롯한 일련의 정책적 기조는 당국의 공식적 설명과 달리 명백한 난민거부정책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난민들은 한국에서 잘 사나
 
 상담차 어린 아들과 함께 변호사를 찾아온 난민
ⓒ 공익법센터 어필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일부가 오해하지만, 한국에서 난민들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법무부는 난민을 추방하는 정책이 아니라 '진정한 난민은 신속히 보호하고, 난민이 아닌 사람은 내보내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가? 

이 주장이 사실인지를 확인하려면 0.4%(2019년 기준)와 같은 협소한 바늘귀를 통과하고 난민인정을 받은 사람들, 또는 인도적 체류 지위를 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한국에서 사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진정한 난민'이었던 예멘 난민들에 대해서 어떻게 처우했는가. 다르지 않았다. 484명 중 총 3명의 난민인정. 0.6%의 난민인정률을 보였고 전체 인정률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전쟁터라는 상황이 명백한 만큼 많은 난민인정이 불가피한데 일반적인 전체 통계와 유사한 난민인정률이 나왔다는 것은 무얼 뜻하는가. 심사를 엄밀히 하지 않은 것이었거나 난민인정자 수를 조절했다는 주장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 결과 대부분의 예멘 난민들은 난민신청자의 지위와 사실상 동일하고 이름만 다른 '인도적 체류지위'를 얻어 추방만 불확실한, 유예된 상태로 지낸다. 

모든 한국 시민들이 겪는 삶을 위한 가혹한 노동과 거주 조건은 난민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거기에 더해 언어도 문화도 익숙지 않은 환경에 다른 시민들에게는 없는 법적 장벽들은 난민들의 삶을 더 옥죈다. 전쟁터로 추방하지 않은 한국정부에 감사했지만 삶은 결코 쉽지 않다. 다음은 예멘 난민들과의 상담을 통해 들었던 이야기를 요약한 것이다. 

"한국정부에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코로나로 가뜩이나 없던 일자리가 더 없어졌어요. 출입국에서는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일하다 척추를 다치고 움직이기가 어렵게 되었는데 보상받을 방법은 없다고 해요."

"저는 일하다 엉덩이뼈를 다쳤어요. 힘을 쓰는 일을 못 하게 되었어요. 가족을 데리고 임대료는 물론 생계를 유지할 방안이 없어요. 배달업종을 찾아보려 해도 출입국사무소에서는 배달업종은 취업허가를 해줄 수 없다고 해요. 이제 일할 수 있는 곳도 없어요."

"지역가입자로 건강 보험료를 납부하다가 직업도 잃고, 식비를 마련할 수도 없어 어렵게 되어 보험료 납부를 몇 달째 못했어요. 50만 원 아르바이트로 벌어 월세 내고 8만 원 건강보험료를 내기도 어려워요. 연체된 보험료를 납부하라는 독촉장이 오는데,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우선 피할 수 있었지만 제 아내와 아이들은 아직 전쟁터에 있어요. 부모님도요. 한국 대사관에서는 비자를 내줄 수 없다고 하는데 가족들이 같이 만날 수 있게 하면 안 될까요. 연락도 쉽지 않아요. 벌써 몇 년인지."
 
 상담중인 예멘 난민
ⓒ 공익법센터 어필
 
법무부가 이번 난민법 개정을 통해 만들려는 거친 체는, 이미 바늘귀와 같이 좁은 한국의 난민보호의 공간을 자세히 따지지 않고 막아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법무부가 입법예고 과정에서 보도자료로 밝힌 것처럼 "난민제도의 남용방지와 절차적 권리보장 및 처우 강화"라는 목표는 사실 서로 모순된다. 남용 방지는 절차적 권리를 축소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난민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는, 이미 와 있는 난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난민법 개정안을 통해 '진정한 난민은 보호받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개별 공무원들의 선의와 결심과 별개로, 전체로서의 법무부의 정책적 기조와 실제 운용되는 현실은 결코 그 설명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난민들은 보호받고 있지 않다.

법무부 장관이 8일 이후 해야 할 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난민법 개정안은 8일 입법예고 기간이 만료된다. 정부발의 법안은 입법예고기간을 거치면, 형식적인 의견수렴이 아니었던 이상 의견수렴 내용을 고려하여 이후 절차를 거친다.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됐고,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소수자의 곁에 서는 시민들도, 변호사협회도, 국가인권위원회도, 유엔난민기구도, 아태지역의 이주난민단체들도 모두 반대하였던 법안이다. 

난민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주체가 된 박범계 신임 법무부장관은 과거 국회의원 때 법사위에서 단속과정의 강제진입에 법관의 영장을 요구하는 이주민의 인권을 위한 정의로운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체류자격 위반 외국인에 대해 강력범죄자를 다루는 듯한 가혹한 방식으로 집행하는 비인도적 행위는 강력히 금지하고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통상 검찰분야가 법무부의 핵심적 중점 사안이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교정정책본부의 일은 주로 차관이 챙기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과연 이제 법무부장관의 자리에서 이제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어떤 선택을 할까 주목된다. 

만약 이와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를 마치면, 이후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친 심의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로 공이 넘어간다. 대통령 선거 당시 국제앰네스티의 "2017년 대선후보에게 묻는다"를 통해 8개 국제인권 이슈에 대한 캠프의 공식 입장을 물었다. 그중 난민주제에 관한 문재인 캠프의 입장은 아래와 같다. 

"한국의 경우 비록 난민법 제정으로 난민인정절차와 난민 보호가 일부 개선되었지만, 경제력, GDP, 인구, 국토면적 대비 난민에 대한 보호의 정도가 전세계적으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난민인정/보호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고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2018년 예멘 난민들의 피난에 관한 국내의 낯설었던 논쟁에서, 한국 정부는 소극적 태도를 취했다. 이때 외신들은 국제적인 상식에 근거하며 이를 비판했다. 가디언지(2018년 7월 12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사에 주목하며 '스스로가 북한에서 피난한 난민의 아들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까지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president Moon Jae-in, himself the son of refugees from North Korea, has stayed silent on the issue)'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세계 각국이 모여 공식적으로 난민보호에 관한 각국의 역할을 논의했던 글로벌난민포럼 둘째날인 2019년 12월 18일 대한민국 정부는 외교부 2차관의 발표 및 공약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는 계속해서 인력과 인프라의 확충을 통해 한국의 난민보호의 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이다"라고 123개 국가 및 국제기구 앞에 약속하면서, '난민보호를 위한 한국의 진정한 연대(Solidarity)를 보여주겠다'라고 발표했다. 

난민법 개정은 이와 같은 약속에 정확히 배치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 대한민국 정부가 이와 같은 공적 약속을 쉽게 뒤집는다면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난민에 대한 보호의 정도가 전세계적으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던 문재인 정부가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난민인정/보호시스템을 재정비"하려면, 지금의 난민법 개정안은 결코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평화 이슈에서 난민은 결코 빠질 수 없다. 평화를 찾아 폭력에서 피해온 사람들이 난민이기 때문이다. 평화가 오랜 국민들의 숙원인 한반도에서, 한반도를 어려운 외교적 여건 가운데 국제평화지대로 만들고자 오랜 노력을 기울여왔던 대통령은 난민법 개정안을 실제로 국회로 보낼 것인가.

대한민국이 달성코자 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의 일부를 폭력적으로 배제한 평화인가. 보편적인 평화의 언어를 대한민국이 갖지 않는 한, 그와 같은 언어로는 평화의 언어로 외교를 펼쳐야 하는 동북아시아의 어떤 나라도, 그리고 국제사회의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8일 이후 법무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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