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교수회도, 전 변협회장들도.. 좁아지는 김명수 입지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한 전방위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전직 회장들과 사단법인 대한법학교수회가 일제히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놨다. 법원 내부에서도 사법부 수장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김 대법원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전직 대한변협회장 8명은 8일 성명서를 내고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을 위해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김두현(30대) 박승서(35대) 이세중(37대) 함정호(39대) 정재헌(41대) 신영무(46대) 하창우(48대) 김현(49대) 전 회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직과 관련된 진실 공방과정에서 공개된 김 대법원장의 녹취록은 더 이상 사법부 수장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며 “대법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국회에서 탄핵을 당하도록 사표의 수리를 거부한 것은 우리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할 의지는커녕 권력 앞에 스스로 누워버린 대법원장, 국민 앞에 거짓말 하는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김현 전 협회장은 “이번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법학 교수들도 이날 김 대법원장을 겨냥한 성명을 냈다. 대한법학교수회는 “대법원장의 언행을 보면 국민들에 대한 배려는 전무하고 중심 없이 정치권력에 좌고우면하는 모습만 보인다”며 “주권자 국민들은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종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한 사실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며 “국민을 속인 대법원장을 사법부 수장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법원 내부에서도 김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현직 판사들의 익명게시판에는 “법관을 대표하는 분이 법원을 욕보이고 있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허무하다’ ‘창피하다’는 등 현 사태에 대한 참담함을 드러내는 댓글이 다수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에는 김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장이 잇따라 접수됐다.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이 터진 직후 여러 시민단체들은 그를 직무유기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김 대법원장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야당 의원들과의 만남에서도 사퇴 의사는 나타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도 “정치외압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한 채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임 부장판사와의 면담에서 ‘정치적 상황’을 언급하며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김 대법원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임 부장판사가 녹취록을 공개하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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