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열린 2·8 독립선언 기념식..대사는 "한일 협력", 광복회장은 "외교 구걸은 선열 뜻 역행"
강창일, "미래지향적 관계 위해 노력할 것"
김원웅, "친일에 뿌리 둔 과거 정권이 권리 포기"
일제 강점기 3.1 운동의 도화선이 된 일본 유학생들의 '2.8 독립선언' 102주년 기념식이 8일 도쿄 재일본한국YMCA 한국문화관에서 열렸다.
역사 문제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가운데 열린 이번 기념식에서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는 "대통령의 뜻"을 강조하며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원웅 광복회장은 서면 메시지를 통해 "일본 정부의 고압적인 태도에 굴복하고 외교를 구걸하는 굴욕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독립운동 선열들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사는 이날 김용길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 공사가 대독한 기념사를 통해 "우리는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면서 한일 양국이 공생·공영하는 미래지향적 발전과 협력 관계가 되도록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또 "(문재인)대통령께서도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하셨다"며 "정부는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대화와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여건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장도 "(현재의) 남북관계와 한일 관계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려운 상태"라면서 "재일 동포뿐 아니라 한일 양국의 차세대가 새로운 시대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기념식에 보낸 서면 메시지에서 일본 정부와 역대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일본 정부의 강경한 자세에 굴복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시시때때로 '한일 관계의 기본은 1965년 체결된 청구권 협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일제 강점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이 협정문에는 일제가 자행한 반인류 범죄에 대한 진실규명, 사과 및 배상에 대해 한 구절의 내용도 실려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광복회장은 또 "일본이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뻔뻔스러운 태도로 사과와 배상을 거부하는 것은 그간 친일에 뿌리를 둔 정권들이 민족의 정당한 권리를 포기해 왔기 때문"이라며 "일본은 그동안 역대 친일 정권들과의 야합적인 외교에만 익숙해 왔을 뿐 눈부시게 깨어난 한국인들의 역사 정의 실천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가보훈처와 재일본한국YMCA가 함께 준비한 이번 행사에서는 2.8 독립선언문 전문 낭독과 함께 도쿄 한국학교 학생들의 '신아리랑' 협연, 그리고 참가자들의 만세 삼창이 이어졌다.
국가보훈처의 이남우 차장은 동영상으로 보낸 메시지에서 "2·8 독립선언은 조국 독립을 향한 확고한 의지를 우리 민족은 물론 세계만방에 알렸던 중요한 사건"이라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숱한 가시밭길을 기꺼이 걸으시고, 심지어 소중한 목숨까지 바치셨던 선열들의 생애와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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