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의용 임명 강행..인권,북핵 한·미 균열 가시화하나
야당 동의 없는 28번째 임명 강행
도마 오른 '북한 비핵화' 발언
탈북 선원에 '흉악범' 논란도
“역사상 가장 따뜻한 한반도의 봄을 이끈 분.”(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를 파탄 낸 장본인.”(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
여야의 상반된 평가 속에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가 8일 민주당 단독으로 채택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문 보고서 채택 약 6시간 후인 이날 오후 5시 20분쯤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야당 동의 없이 장관급 인사를 임명한 28번째 사례다. 정 신임 장관의 공식 임기는 내일(9일)부터 시작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정 장관에 대한 부적격 입장을 표명한 뒤 민주당의 청문 보고서 단독 채택에 항의하는 의미로 회의장에서 단체 퇴장했다. 국민의힘 측은 정 장관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직(2017년 5월~2020년 7월)한 시기에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사실상 파탄 났다고 주장했다. 국회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석기 의원은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북한 비핵화 정책 실패 ▲한·미 연합훈련 실시 이견 등 한·미동맹 균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등 반일 정서 조장 및 한·일관계 악화 ▲대중 굴욕외교 등의 사유를 들어 정 장관 임명에 반대했다. 이는 모두 정 장관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시절 발생한 일로 김 의원은 “외교·안보를 실험대상으로 삼고자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온다”며 “모든 책임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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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정책 실패의 책임자" 비판
반면 김영호 의원은 “정 후보자는 대북정책, 외교정책 실패의 책임자라며 (청문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것은 정의용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거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국회 외통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여야 간사의 모두발언 이후 “여야 합의로 보고서를 채택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민주당 단독으로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선 정 장관이 2018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시절 탈북 선원을 강제 북송한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이들을 ‘흉악범’으로 규정한 발언이 다시 논란이 됐다. 김석기 의원은 “탈북 어부 강제북송과 관련 청문회에서 확인된 후보자의 헌법 무시와 인도주의 외면, 국내법에 대한 몰이해는 장관 후보자가 지녀야 할 자질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영호 의원은 “(만일) 16명의 동료를 살상한 흉악범을 탈북자로 인정했다면 국민의 불안감이 크게 가중되고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겠나. 국가안보실장으로 매우 당연한 조치를 취했다고 본다”며 정 장관을 옹호했다. 정 장관과 민주당의 이같은 입장은 탈북자 북송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보편적 시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퀸타나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은 2019년 10월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자를 강제 북송하는 것은 '박해가 우려되는 지역으로 송환해선 안 된다'는 이른바 '농르풀망 원칙'에 어긋난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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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둘러싼 한·미 동상이몽
정 장관은 지난 5일 인사청문회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신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북측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고 미국도 평가를 공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사는 아직도 있다고 본다” 등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정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지만 정작 미 국무부는 이와 관련한 RFA(자유아시아방송)의 논평 요청에 7일(현지시간) “북한의 불법적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그리고 관련된 고급 기술을 확산하려는 의지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정반대의 평가를 내렸다.
외교가에선 정 장관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와는 다른 ‘새로운 전략’을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상태에서 한국의 외교부 장관이 기존 대북전략을 다시 활용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자체가 이견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지난 5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선택이 아닌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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