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고교 후배 이정수 검찰국장 발탁하곤.."윤석열 배려"

강광우 2021. 2. 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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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8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나와 국회를 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박 장관은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패싱'했다는 검찰 내 반응과 관련해 "패싱이란 말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최종 인사안에 관해 사전 통보가 없었다는 대검 측 불만에 "지금 거론된 분들은 총장을 직접 만났을 때 다 구두로 명확히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패싱' 논란을 일으킨 전날 검사장급 인사 기습 발표와 관련해 "총장을 직접 만났을 때 구두로 명확하게 말했다"고 8일 해명했다. 검찰은 이에 "구체적 인사안을 검찰총장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을 직접 실토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윤 총장 패싱 논란을 두고 2라운드 공방을 벌인 셈이다.

박 장관이 조만간 고검 검사급(차장·부장검사급) 후속 인사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윤석열 패싱'을 되풀이할 것이란 게 검사들의 우려다.


朴 "패싱 아니다…다소 미흡해도 이해해 달라"
박 장관은 8일 법무부 출근길에 '윤석열 패싱' 인사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총장은 다소 미흡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만 이해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며 "검찰국장을 교체했고, 신임 검찰국장은 총장 비서실장격인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했던 사람을 임명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 징계에 앞장섰던 심재철 검찰국장에 대한 경질 요구를 수용해줬다는 뜻이다.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은 대검 기조부장 출신은 맞지만 추미애 전 장관이 지난해 1월 검사장 승진과 함께 기조부장에 앉힌 추 라인 검사로 꼽힌다. 게다가 박 장관 자신의 서울 관악구 남강고 7년 후배(13회)이기도 해서 고교 후배를 '빅 4' 가운데 최고 요직인 검찰국장에 발탁하고선 생색을 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면서 "또 신임 기조부장은 총장이 원하는 사람을 임명했다"며 "(원전 수사를 지휘하는) 대전지검장을 유임해 '패싱' 이런 말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하루 전 일요일 검사장급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기습적으로 단행했다. 윤 총장은 박 장관이 인사안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기다렸지만 법무부는 인사 발표 직전에야 대검 관계자에게 문자메시지로 인사 내용을 전달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첫 인사는 심재철(사법연수원 27기) 검찰국장과 이정수 남부지검장을 자리를 맞바꾼 것 외에 공석인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조종태(25기) 춘천지검장을 임명했다. 춘천지검장엔 김지용(28기) 서울고검 차장검사를 이동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5일 서울고검 청사에서 만나 검찰 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윤 총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아 형식적 만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법무부]

윤 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이성윤(23기)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이종근(28기) 형사부장과 이정현(27기) 공공형사수사부장, 신성식(27기) 반부패·강력부장 등은 유임됐다.


朴 "이성윤이 현안 수사 지속해야"…"수사 뭉개기" 반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울타리에 이성윤 지검장 유임을 축하하는 화환 수십여개가 행렬을 이뤄 늘어서 있다. 촛불시민 일동 등 명의로 도착한 화환에는 '우리가 중앙지검이다.''한동훈 학교보내야지' 등이 적혀 있다.[중앙포토]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장관은 지난 5일 윤 총장과 대면 협의에서 구두로 ▶이성윤 중앙지검장 유임 ▶심재철 검찰국장 교체 ▶이두봉 대전지검장 유임 등 세 가지 인사 방향만 설명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박 장관이 윤 총장에게 인사 대상이 4명이라고 알리지도 않고 심재철 국장을 남부지검장으로 보낸다고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인사 방향을 이야기한 것을 구체적 인사안을 통보한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청법 34조 1항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2004년 1월 참여정부 문재인 민정수석 당시 만들어졌다. 이후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인사안을 놓고 총장과 실질적 인사 협의를 해왔지만 추미애 전 장관부터 이 조항을 사문화됐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법에 인사안을 서면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건 아니지만 그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인사 대상자 하나하나 건별로 협의했다"며 "박 장관이 윤 총장과 협의하는 시늉은 했지만, 실질적으로 협의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박 장관이 이날 "이성윤 지검장은 현안 수사를 계속해야 해서 유임했다"고 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중앙지검장을 1년 넘게 한 전례도 없는 데다 중앙지검에 무슨 현안이 있나"라며 "중앙지검에는 채널A 사건, 윤 총장 가족 관련 사건, 이용구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 등 윤 총장을 공격하거나 그들이 뭉개야 하는 수사만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 지검장 지시에 순응하는 인사들을 내세워 한동훈 검사장 휴대폰 포렌식 분석을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총장 7월 퇴임 이후 하반기 대폭 인사"
설 전후로 예상되는 차장·부장검사급 인사도 소폭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 장관이 이날 윤 총장 임기가 만료되는 "7월 이후 하반기에 대폭 인사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에선 사표를 낸 김욱준 1차장검사와 '한동훈 무혐의' 결론으로 이 지검장과 대립각을 세운 변필건 형사1부장의 교체가 거론된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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