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범죄 인정 못 해" 부인 강난희 손편지 2차 가해 논란
[쿠키뉴스] 최은희 인턴기자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박원순의 삶을 믿고 끝까지 신뢰한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의 자필 편지가 공개됐다. 편지에는 박 전 서울 시장의 성범죄 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이 담겨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북부지검 발표, 중앙지방법원 판결, 국가인권위 결정을 통해 왜 박 전 시장이 사망했는지,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가 정리 발표 됐다”며 “그런데도 피해자를 살인녀로 고발하겠다는 주장에 동참하겠다는 사람이 1000명이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선동에 대한 피해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판단능력을 가진 시민들이 그들의 선동에 대해 멈추라고 용기 내어 주는 동참”이라고 당부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역시 같은 날 공식 성명서를 내고 “사건의 진실은 법원의 판결과 인권위의 결정문으로 이미 밝혀졌다. 사건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려는 시도는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견디기 힘든 가해 행위”라며 “박 전 서울 시장 유족과 지지자들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자 한다면 유가족은 서울시가 전달한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폰의 포렌식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규탄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성범죄 문제를 정치 담론에 끌어들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염치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며 “본인 자녀가 피해자라도 이런 편지를 쓸 수 있겠나. 명백한 2차 가해”라고 편지 내용을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강씨 편지가 어떤 이유로 공개됐는지 의문”이라며 “피해자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그나마 박원순을 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6일 팟캐스트 방송 ‘나는꼼수다(나꼼수)’ 멤버였던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정치개혁 준비된 더불어민주당권리당원모임 Blue Dia’ 페이스북 계정에 강씨의 자필 편지와 탄원서를 게재했다. “박원순의 동지 여러분 강난희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자필 편지 2장과 강씨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제출했다는 탄원서 1장을 찍은 사진은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해당 편지의 진위 여부 논란이 일자 7일 박 전 시장 지지자 모임인 ‘박원순을 기억하는 기억하는 사람들’(박기사) 관계자는 “강 여사가 작성한 게 맞다. 박 전 시장 가족 측이 박기사에 직접 전달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편지에 따르면 강씨는 “박원순은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나의 동지”라며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박원순의 삶을 믿고 끝까지 신뢰한다”고 적었다. 이어 “박원순 정신의 본질은 도덕성”이라며 “우리 가족은 박원순의 도덕성을 믿고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또 박기사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희롱 인정’ 결정을 받아들인 데 대해 “이번 입장문을 본 후 저희 가족은 큰 슬픔 중에 있다”며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또 강씨가 인권위에 낸 탄원서에는 “최근 법원의 무참한 판결 앞에 저희는 또다시 무너져 내리고 암흑 속에 갇혔다”며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강씨는 “박원순은 평생을 온전히 인권과 공익을 위해 자신을 바치고 여성 인권에 주춧돌을 놓은 분”이라며 “인권의 역사를 함께 써오신 인권위원 여러분 나의 남편 박원순의 인권을 존중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도 호소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달 25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의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법상 성희롱에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과 성폭력, 강제추행, 성적 괴롭힘 등이 모두 포함된다. 강씨의 편지 작성은 인권위가 내린 결과에 반발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hoeun23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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