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간첩선이 나타났어요"..한강 표류하던 바지선의 정체
“북한 간첩선이 서울 한강에 나타난 것 같아요?”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112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서울 성산대교 인근 한강에 간첩선으로 보이는 배가 정박해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즉시 한강을 관리하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측에 사실 확인에 나섰다. 그러나 해당 선박은 하류에서 떠밀려 올라온 어부들의 ‘바지선’으로 확인됐고, 오인신고로 판명 났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8일 “사업본부 측이 지난달 29일 한강에 떠 있는 빈 바지선을 발견해 떠내려가지 않도록 강가에 정박해 두었는데 며칠 후 이를 본 한 시민이 간첩선으로 오인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선박은 대공 용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명돼 경찰에 간첩선으로 오인 신고된 이튿날 한강 하류 행주어촌계 소속 바지선 주인이 되찾아 갔다.
이 관계자는 “바지선 주인을 찾던 끝에 며칠 만에 하류 행주어촌계 소속 어부의 것으로 구체적으로 소유주 추정이 이뤄진 뒤 불과 몇 시간 후 오인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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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선, 10㎞ 상류 한강으로 떠밀려 올라가
한강사업본부와 어부 등에 따르면 가로 10m·세로 5.5m 크기의 직사각형 모양의 배에는 빈 그물만 잔뜩 실려 있었고 사람은 타고 있지 않았다. 한강하구 일대 어부들이 고기 잡을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소형 어선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이다. 이 바지선은 그물 등을 강과 뭍으로 실어나르는 용도의 선박이다.
바지선 선주인 한상원(63) 행주어촌계장은 “잃어버린 바지선은 지난해 11월 중순 장어잡이 용 그물을 실어둔 채 로프 4개로 단단히 고정한 채 계류장에 정박해 둔 것”이라며 “한강이 꽁꽁 얼어붙었다가 녹는 과정에서 로프가 풀리면서 바지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강한 바람과 밀물의 영향으로 10㎞가량 상류로 떠밀려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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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철한 시민 신고 정신에 마음 놓여”
그는 “바지선을 잃어버렸다면 그물값 1500만원, 바지선 제작 비용 1000만원을 날릴 뻔했는데 찾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경기 고양과 서울까지 한강하구에 서해 밀물이 밀려 올라오지만 이번처럼 고양 행주 지역 바지선이 10㎞ 거리 한강을 거슬러 서울 성산대교까지 떠밀려 올라갈 줄은 상상도 못 한 일”이라고 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바지선은 당시 불어닥친 태풍급 강풍과 이로 인한 강한 물결의 영향을 받은 데다 밀물 시간까지 겹치면서 먼 상류로 떠밀려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행주어촌계 어부 심화식(66·한강살리기비상대책위원장)씨는 “생소하게 생긴 어부들의 바지선을 간첩선으로 혹시 착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어찌 됐던 학교에서 반공교육을 성실하게 받고, 간첩선 출몰에 대비하는 철저한 시민 정신을 지닌 시민의 투철한 신고 정신에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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