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보수 노선은 이미 실패" 선두 나경원 저격한 경쟁자들

성지원 2021. 2. 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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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후보라 그런지 (저에 대한)견제가 많은 것 같다.”

8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기호추첨 행사가 끝날 무렵 나경원 전 의원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미디어데이(기호추첨 및 언론대상 정견발표)’에선 다른 예비후보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 전 의원을 협공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예비경선을 통과한 오신환-오세훈-나경원-조은희(왼쪽부터)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동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서울시장 선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서 경선 후보자 기호 추첨을 하고 있다. 2021.2.8 오종택 기자


이날 질의응답에 앞서 기호를 추첨하는 동안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캐주얼한 차림으로 행사에 참석한 후보들은 오신환 전 의원(1번),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순으로 기호를 부여받았다. 청년‧여성당원들이 “서울 구석구석을 발로 뛰어달라”는 의미의 빨간 운동화를 전달할 땐 내빈석에서 박수와 웃음이 나왔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첫 인사말부터 “원팀”을 강조했다. 체크무늬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나 전 의원은 “오늘 여기 저를 포함한 네 명인 4인4색, 정말 훌륭한 후보들”이라며 “우리가 가는 지향점은 똑같다. 서울시장 선거를 이기고 정권교체를 꿈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인4색의 후보가 한 팀이란 생각으로 경선을 치열하게 해서 국민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은 날을 세웠다. 앞서 나 전 의원을 향해 “함께 (본경선 10%인)여성가산점을 받지말자”고 주장해 왔던 조 구청장은 이날도 “저희는 이제 여성계에서 기득권이다. 여성가산점제 덕분에 이겼다고 하면 옹색하다”며 나 전 의원에게 “여성가산점 10%를 포기하자”고 말했다. 반면 나 전 의원은 “그건 후배 여성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근본적인 문제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우리 후보 선택에 참여해 결과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 100% 시민 대상 여론조사 방식”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나 전 의원을 “강성보수”라고 비판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년 동안 강성보수 황교안‧나경원 투톱의 결과가 바로 지난 총선”이라며 “보궐선거에서 우리 당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느냐가 관건인데, 여론조사를 잘 분석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중도 외연 확장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면서 “출발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예비경선에서)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1위란 영광스러운 선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나 전 의원의 저출산 대책을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에 빗대 “나경영”이라고 저격해 각을 세웠던 오 전 의원은 이날 “경선 중 제살 깎아먹는 인신비방, 개인 사생활 공격은 엄격히 삼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중원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관건인데 지난 총선에서 이미 강경보수 노선은 실패한 것으로 판명났다”며 “우리 당이 취약한 중도‧청년 확장성을 갖고 있는 후보가 승리한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 당시 원내사령탑을 맡았던 나 전 의원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예비경선을 통과한 나경원 예비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서울시장 선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서 경선 후보자 기호 추첨을 마친 뒤 자신의 사진에 사인을 하고 있다.2021.02.08 오종택 기자


반면 나 전 의원은 본선 경쟁력을 강조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여당 예비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야당 후보들과의 양자대결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출마선언 컨벤션 효과”라며 “야권 단일화의 멀고 긴 과정이 남아있어서 표가 분산돼 있는데, 앞으로 정책이면 정책, 공약이면 공약, 경선 과정을 통해 야권의 지지도를 올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최소 세 차례 일대일 토론과 한 차례 합동 토론회를 개최한 뒤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다음달 4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최종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다음달 1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 단일화를 완성하면 이르면 3월 초 범야권의 단일후보가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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