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1등이라 그런지 견제가 많아"
[이경태 기자]
▲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자 미디어데이에 오신환(왼쪽부터),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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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 마무리 발언 때 웃으면서 한 말이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본 경선에 진출한 네 명의 후보, 오신환·오세훈·나경원·조은희(기호 순) 후보는 이날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면서도 각각 뼈 있는 발언을 주고 받았다. 특히 예비경선 때 책임당원 투표 힘을 업고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나 후보에 대한 견제구가 많았다.
오신환 후보의 견제구는 인사말에 녹아 있었다. 그는 "오늘 공정경선 서약을 했는데 세 가지를 다짐한다"면서 "당내 경선이지만 본선 잠재력과 정책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야권이 더욱 더 확대되고 국민의힘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경선을 치러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 후보의 청년·신혼부부 부동산 대출이자 지원 공약에 대한 '포퓰리즘' 논란을 상기시키는 발언이었다(관련기사 : 박영선·오신환 "나경원의 '청년·신혼부부 지원' 공약 문제 많다" http://omn.kr/1s053). 나 후보는 지난 7일 본인 페이스북에 "공격을 위한 공격에만 매몰돼,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조차 살펴보지 않고 프레임을 씌우려는 정치공세로는 게임은 바뀌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공약을 비판한 오신환 후보를 맞비판한 바 있다. 참고로, 오신환 후보의 슬로건은 '게임체인저'다.
조은희 후보는 예비경선 때부터 주장했던 여성가산점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나 후보와 차이를 보였다. 조 후보는 관련 질문에 "저나 나 후보 모두 여성가산점 없이 (본 경선의) 4강에 들었다. 나 후보가 들으시면 불편할 수 있는데, 저나 나 후보는 이제 여성계에서 기득권이다"며 "그래서 여성 가산점 덕에 이겼다고 하면 옹색할 것 같아서 포기하자고 했는데, 지금 본 경선에서도 포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여성가산점제가 문제되고 있는데, (이는) 후배 여성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당 지지여부를 묻지 않고 100% 시민여론조사로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본 경선 '룰'에 대해, "조직화 된 '문빠(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해서 많은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황교안-나경원의 당 운영 결과는 총선 참패"
오세훈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예비후보와의 양자대결 시 승리 방법을 묻는 질문에서 나 후보에 대한 견제구를 뿌렸다.
그는 "작년 전당대회가 생각난다. 제가 중도 외연 확장의 대표주자로서, 당심에서는 많이 졌지만 민심에서는 많이 얻었다"면서 "작년 1년 동안 '강성보수' 황교안·나경원 투톱의 당 운영결과가 지난 총선 결과라 생각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우리 당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자신과 다른 후보의 장점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의 답변을 통해 반박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보궐선거란 특징이 있는데 서울에 (국민의힘) 세력이 없다. 서울 지역구 국회의원은 8명에 불과하고 서울시의원은 109명 중 6명에 불과하다"면서 "결국 우리 우군 세력을 든든히 하고 중도로도 확장해야 한다. 같은 마음으로 뛰어주는 우군이 없으면 정말 어렵다"고 강조했다. 즉, '집토끼'부터 잡고 '산토끼'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나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거론했다. 당의 반대에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자신의 거취와 연계해 서울시장직을 중도사퇴한 오세훈 후보로 인해 열린 선거다. 나 후보는 이 때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뛰었다.
나 후보는 구체적으로 "당의 강권에 의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겪어봐서 (우군의 중요함을) 안다. 그 당시 패배감으로 움직이기 저어했던 시절 굉장히 힘들었다"며 "(우군과 중도 확장) 양쪽 모두 필요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정치력을 갖고 있는 것이 나경원의 강점"이라고 주장했다.
▲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 선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서 오신환(왼쪽부터),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경선후보자가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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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네 후보들은 최근 차기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리는 이유를 "지지층 분산 탓"으로 분석했다. 즉, 야권 후보가 하나로 확실히 정해진다면, 지금의 열세는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나경원 후보는 관련 질문에 "박영선 후보의 출마선언에 따른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가 있는 것 같다"면서 "여권에선 박영선 후보가 우상호 후보보다 압도적인 지지율을 확보해 여권 지지자들 표 쏠림을 받고 있는데, 야권은 단일화 과정까지 멀고 긴 과정이 남아 있어서 다소 유보적 지지들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단일화까지 관망하면서 야권 후보에 대한 지지가 분산됐다는 표현이 맞겠다"며 "지금부터 시작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정책과 공약 경쟁을 통해 야권 후보에 대한 지지를 올려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조은희 후보도 "현 지지율은 바람이 한 번 불면 훅 날라가는 연기와 같다"면서 나 후보와 같은 분석을 했다. 그는 "여권 후보는 2명인데 야권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의원을 포함해) 6명"이라며 "우리 당 후보가 결정되면 판이 바뀐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신환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반사이익'만을 통한 승리는 어렵다고 본다. 경선 과정에서 변화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를 통해 시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때 승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예비경선을 통과한 오신환(왼쪽부터),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동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 선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서 경선 후보자 기호 추첨을 마친 뒤 빨간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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