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 영령 기리는 추모공간서 고성 시위 방치한 대전현충원
현충원측 "주최측 반발로 물리적 충돌 우려"
여당선 '3년 이하 징역' 처벌 개정안 추진
최근 국립대전현충원이 '고(故) 백선엽 장군 묘소 안내판' 철거 문제를 놓고 벌어진 시민단체의 시위를 방치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립묘지에서의 소란 행위를 처벌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5일 민족문제연구소 회원들은 대전현충원 내 백 장군의 묘소 앞에서 백 장군의 만주 군관학교 전력 등을 내세워 "반민족행위자 백선엽, 국립묘지에서 이장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했다. 이들은 특히 대전현충원 측이 백 장군 묘소 안내판까지 설치한 것은 "특혜"라면서 당장 철거할 것을 주장했다.
일부 참가자는 "(대전현충원이) 직원들을 다 동원해 백선엽 묘지를 지키는 것이냐. 독립운동가 묘지는 친절하게 안내도 안 하지 않느냐"고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한 인터넷 매체는 이런 내용을 촬영해 편집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동영상 주소: https://youtu.be/RdjupiqpOX4)
국립묘지법 제20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국립묘지 경내에선 가무, 유흥, 그밖에 국립묘지 존엄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호국 영령을 기리는 추모공간인 만큼 "국립묘지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만든 조항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관리소장이 제지하거나 경외로 퇴거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날 여러 명의 대전현충원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오고서도 시위대를 해산시키지 않으면서 논란이 됐다. 이를 놓고 "대전현충원이 소란 행위를 사실상 방관한 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당시 시위를 제지하기 위해 구두 경고했으나, 주최 측의 강한 반발로 물리적 충돌이 우려돼 퇴거 조치 등 적극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며 "국립묘지법에선 행위 금지 조항만 있지, 벌칙 규정이나 강제력을 동원할 근거가 미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처벌 규정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12월 신동근ㆍ김종민ㆍ송영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이 발의한 개정안으로, 이에 따르면 퇴거 명령 불응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정부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이 법제화에 나선 건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식 등에 참석할 때 보수 단체들의 반대 시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처럼 친여 단체가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현충원 측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요청을 받아들여 시위 당일 백선엽 장군 묘소 안내판을 철거했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백선엽 장군 묘소 안내판은 참배객 증가에 따라 편의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것"이라며 "집회 참가자들의 요구로 안내판을 철거한 것이 아니라 최근 참배객 감소에 따라 철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정부 안팎에선 "대전현충원은 물론 서울현충원에도 개인 묘소를 알리는 일부 안내판이 있는 데도, 백 장군 묘소 안내판만 콕 집어 서둘러 빼낸 것은 여권 눈치를 본 행위로밖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철재ㆍ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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