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때와는 너무 다른 검찰의 연고대 수사
작년 교육부가 발표한 고려대와 연세대 종합감사 결과를 꼼꼼히 살펴봤더니 그 안은 강자가 판치는 세상이었다. 자신의 자녀에게 A+ 학점을 줘도 됐고, 가족을 연구원으로 등록시켜 연구비를 받아가도 됐다. 유흥주점이나 골프장에서 법인카드를 마구 써도, 참석하지도 않은 해외 세미나 특근 수당을 챙겨가도 됐다. 모럴 해저드, 그 한편에는 인건비가 60만원 정도 밖에 안 되는 연구원들이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해가 바뀐 지금, 그 후 상황을 확인해봤다. <편집자말>
[독립편집부 기자]
교육부가 연고대 입학 전형과 관련하여 검찰에 수사 의뢰한 4건 중 이경태 전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 딸 부정입학 건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은 불기소로 처리됐거나 여전히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교육부는 2020년 발표한 종합감사결과에 따라 연세대의 경우 작년 4월 1일에 11건을, 고려대와 관련해서는 같은 해 8월 3일에 3건을 각각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오마이뉴스>는 이 사건들의 후속 수사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교육부·서울북부지검·서울서부지검 등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아래 표 참조)
그 결과, 입학 전형과 관련하여 고려대 경우는 '대학원 입학전형 자료 미작성·미보존', '체육특기자 특별전형 부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지만 모두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를 대상으로도 실시된 '대학원 입학전형 자료 미작성·미보존'에 대해 서부지검은 기소 여부는 물론 관련 상황 일체를 밝히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건에 대해 "수사가 아직 진행중"이라고 답했다.
▲ 교육부가 공개한 '연세대·고려대 종합감사 관련 고발·수사의뢰 내역'. 적색 선 = 입학 전형 관련 수사의뢰 내역. |
ⓒ 교육부 |
선발 기준 변경으로 서류심사 고득점자 탈락... "혐의 없음"
먼저 고려대의 경우 교육부가 수사의뢰한 '체육 특기자 특별전형 부당' 건은 입학정원 선발 기준이 달라지면서 서류평가 고득점자가 최종선발에서 탈락한 사건이다.
교육부 감사결과처분서에 따르면, 고려대학교는 2018년도 체육 특기자 특별전형 1단계 서류 평가에서 입학정원의 3.9배수를 선발하기로 결정해놓고도 A종목 등 5개 종목에서 4.0배수를 적용하여 42명을 추가로 선발했다. 그 결과 1단계 서류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았던 지원자는 탈락하고 4배수를 적용하여 서류평가를 통과한 지원자가 최종 선발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교육부는 감사과정에서 이를 부당 선발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파악한 바로는 이와 같은 경우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5명에 이른다.
'대학원 입학전형 자료 미작성·미보존'의 경우는 수사의뢰와 함께 고려대 대학원 26개 학과 주임교수 54명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내렸을 정도로 교육부가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했던 사건이다.
감사결과처분서를 보면 고려대 대학원의 경우 2017년도 전기 입학부터 2019년도 후기 입학까지 지원자 3,1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입학전형의 개인별 평점표 12,568부를 보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물론 고려대학교 관련 규정이나 대학원 학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보공개청구결과 사건을 접수한 서울 북부지검은 이들 두 건 모두 '혐의 없음'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고려대 측은 이와 관련하여 모두 행정소송을 진행중이라고도 밝혔다. 고려대 관계자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당시 개인별 평점표를 작성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었고, 본교는 종합평점표를 작성하여 보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하여 교육부 관계자는 "감사 결과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소 여부 비공개한 서부지검 "차장검사님 입장"
"연세대학교 대학원 49개 학과 주임교수 65명은 2016학년도 후기 입학부터 2019학년도 후기 입학까지 지원자 5,789명을 대상으로 입학 전형을 실시한 다음 서류심사평가서, 서류심사 평균 성적표, 구술시험평가서, 구술시험 평균성적표를 학과에서 자체 보존하여야 하는데도, 2019. 11. 감사일 현재 적게는 1개 학기, 많게는 7개 학기 입학전형자료 4종 총 1,080부를 보존하고 있지 아니한 사실이 있음." (교육부 감사결과처분서 중)
교육부는 연세대에 대해서도 '대학원 입학전형 자료 미작성·미보존' 건으로 75명(중복 징계 포함)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 지원자들의 합격·불합격을 판단한 근거 자료 일부가 아예 없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이다. 교육부는 정보공개청구와 전화를 통해 해당 사건이 아직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수사의뢰를 한 날짜가 2020년 4월 1일이었으니 1년이 다 되도록 기소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셈이다.
이와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문의했으나 서부지검 측은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소 제기 전의 형사 사건에 대하여는 내용 일체를 공개해서는 안 되며, 공소제기 전의 형사사건이라 함은 수사 중인 사건뿐만 아니라 불기소 처분 사건까지 포함하고 있다"면서 해당 사건의 기소 여부도 밝히지 않았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북부지검 측은 기소 여부를 공개했는데 서부지검은 왜 공개하지 않는지'를 묻는 질문에 "차장검사님의 입장"이라고만 답했다.
<오마이뉴스>는 교육부가 수사 의뢰한 사건들에 대한 당사자 및 참고인의 소환조사 여부 및 그 횟수, 압수수색 실시 여부 및 그 횟수 등도 함께 공개해줄 것을 검찰 쪽에 요청했다. 하지만 북부지검과 서부지검 모두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및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해당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 이경태 전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 |
ⓒ 연합뉴스 |
2019년 8월 27일이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부정입학 사건 등을 특수2부(현재 반부패수사2부)에 재배당했다. 같은 날이었다. 특수2부는 서울대·고려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바로 실시했으며, 또한 이틀 뒤인 29일에는 장학금 특혜 의혹 관련 오거돈 전 부산시장 집무실 압수수색도 들어갔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이 불구속 기소됐던 그 해 12월 31일까지 특수2부는 12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또한 특수2부는 부정입학과 관련하여 조 전 장관 3회, 정경심 교수 13회, 그리고 조 전 장관의 아들과 딸을 각각 2회 소환 조사했다.
이와 비교하면 이경태 전 부총장 딸 부정입학 사건 수사 상황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당사자인 이 전 부총장에 대한 소환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압수수색 관련해서도 이제까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경우는 2020년 10월 30일 연세대 경영대학 관련 교수 연구실을 상대로 실시한 것이 전부다.
이 전 부총장 딸 부정입학 관련 연세대 교수 2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 전 장관 경우와 달리 검찰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4일 서면 답변을 통해 "검찰은 해당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 중"이라면서 "모든 공보활동에 대하여는 형사 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준수하고 있어 답변 드리기 어렵다"는 입장만 간략하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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