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과로사한 내 아들.. 제발 방역수칙 지켜달라"

신나리 2021. 2. 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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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군산의료원에서 사망한 공보의 고 이유상씨 아버지 "아들 죽음 헛되지 않기를"

[신나리 기자]

이틀째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집 앞에서 벨을 눌러도 답이 없었다. 아들은 출근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경찰에 연락해 열쇠수리공을 불러 관사 문을 열었다. 현관 앞에서 어머니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버지는 숨을 고르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들은 현관에 엎어진 채 쓰러져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을 돌려 쓰다듬고 싶었지만, 경찰이 막아섰다. 곧이어 집안 곳곳에 폴리스라인이 쳐졌다. 1월 26일,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

이훈의씨의 아들 고 이유상씨(33)는 공중보건의사(아래 공보의)였다. 고인은 지난해(2020년) 3월, 공보의 생활을 시작했다. 공보의는 일반의·전공의(레지던트)·전문의 등의 자격을 가진 의사가 군 복무를 대체하는 제도다.

이훈의씨에 따르면, 고 이유상씨는 4주의 군사교육대신 코로나 방역 현장에 투입됐다. 당시는 대구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차 대유행이 확산된 시기였다. 이후 이씨는 4월 군산의료원에 배치받아 응급의학센터 과장으로 일하면서 응급환자를 돌보며 코로나 업무도 맡았다.

군산의료원은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김제에 경증 코로나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도 관리하고 있다. 고 이유상씨 역시 지난 1월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동안 김제의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했다.

"코로나로 인한 과로"
 
 지방의 한 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 등이 환자 이송을 준비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아들은 공보의 생활 내내 코로나와 연관된 업무를 했어요. 짜증이 많은 편이 아니었는데, 지난해는 부쩍 힘들어했어요. 지난해 내내 코로나로 병원이 바빴으니 아들도 힘든가보다 싶었죠. 특히 2주 간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하고 돌아와서 유독 힘겨워했어요."

이훈의씨는 어렵게 한 마디 한 마디를 이어갔다.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30대 아들. 아들을 화장하고 장례까지 치렀지만 그는 여전히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코로나'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군인 신분의 공보의는 어디든 방역이 필요한 곳에 투입돼 일해야 했다.

다른 공보의들 상황도 비슷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1월  발표한 '국가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공보의의 역할과 활동 및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공보의는 2020년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대구지역에 제일 먼저 차출됐다. 이들은 현장에서 이동검진, 역학조사, 선별진료 검체 채취를 했다.

대다수 공보의의 일터 역시 코로나 현장이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아래 대공협)이 질병관리청에 요청해 파악한 자료(2020.11.21 기준)는 코로나 방역에 투입된 공보의를 1910명으로 집계했다. 2020년 전체 의과 공보의 수가 1917명이었으니, 99.6%가 코로나 방역에 투입된 셈이다.

대공협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역에 투입된 공보의들이 전반적으로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감염 위험도 높고, 정신적 고통도 상당했다"면서 "아무래도 공보의 신분이다 보니 방역 관련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했고, 어수선한 현장에 긴급투입돼 적응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이 의미 없이 지나가지 않기를 바랐다. 코로나 방역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들의 업무 환경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무엇보다 코로나가 종식돼 더는 아들과 같은 죽음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단지 그뿐이에요. 우리 아들은 떠났지만 누군가의 아들딸들은 여전히 병원 안팎에서 고생하고 있어요. 병원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혹사당하고 있잖아요. 시민들이 제발 방역수칙 잘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내 아들을 빼앗아간 이 코로나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그는 "아들을 잃은 지금 어디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그저 코로나 종식과 아들의 죽음이 '순직' 처리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르면, 공무수행 또는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라는 게 확인돼야 순직처리가 가능하다.

고 이유상씨의 순직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북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인이 성실하게 코로나 방역 근무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유족들의 뜻대로 순직 처리를 하려면 사망 원인이 분명히 나와야한다"면서 "부검 결과가 나오는데 보통 한 달 정도 걸려 도청에서도 기다리는 중"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세균 총리는 지난 3일 고 이유상씨의 죽음을 언급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해 온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많은 분이 과중한 업무와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공보의의 근무여건을 면밀히 살펴보고 개선방안이 있으면 잘 검토해 달라"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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