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韓기업]기대와 우려 공존..기업 투자 전략은 안갯속
新정부, 신재생에너지·친환경차 산업 활성화 예고
한화 태양광·현대차 친환경차 美진출 가속화
석유화학·철강 업종은 탄소국경세 도입 우려
美현지 투자 및 생산 확대 압박↑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미국 투자 전략을 확정하지 못한 이유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며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상존한 영향이다. 기업들은 신정부 초기 정책 방향이나 실제 공약 이행 속도 등을 파악하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실시간으로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8일 아시아경제가 국내 주요 업종별 대표 기업 2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가장 기대되는 변화로 자동차·에너지·인프라 등 친환경 산업 활성화(37.1%)를 꼽았다. 다음으로는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31.4%),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등 트럼프식 통상 조치 완화(11.4%),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 강화(11.4%) 등 순이었다.
◆신재생에너지·전기차, 新시장 기대감 높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앞으로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스마트시티 등 친환경 인프라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 날부터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선언하며 친환경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용량에 따라 최대 7500달러의 세금을 감면하고 주 정부 차원에서도 별도의 친환경차 구매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2030년 말까지 미국 전역에 50만개의 친환경차 충전소를 구축하는 등 충전 인프라 구축 투자도 병행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에 직접적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말까지 미국 시장 친환경 라인업을 주력 모델 10종으로 재정비하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한 신차를 연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 친환경차 시장 선점을 통해 2025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 목표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바이든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지난해 기준 미국 전력 수요에서 7%에 불과했던 풍력 비중을 2050년 35%까지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설비 투자의 30%를 세액 공제하는 등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을 펴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화그룹이다.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최근 1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신시장 투자를 위한 실탄을 확보했으며, 5년 간 해당 분야에 2조8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또 한화에너지가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과 미국에 세운 합작회사를 통해 태양광 에너지 분야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도 기대된다.
◆反기업 정책 우려…美 투자 유치 압박 커져= 기업들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친환경·친노동·소비자보호 강화(25.9%)를 꼽았으며 미국 보호무역 기조 강화(22.2%), 미국 내 투자 유치 압박 증가(18.5%), 글로벌 가치사슬(공급망) 변화(14.8%) 등 순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바이든 정부의 ‘그린뉴딜’ 기조는 우리 기업에게 양날의 검이다. 신시장 개척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기존 진출한 기업에겐 또 다른 규제 강화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탄소국경세 도입 시 에너지 소비와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시멘트,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 등 분야의 직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등 막무가내식 보호무역주의는 완화되겠지만 바이든 정부에서도 보호무역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바이 아메리카’ 정책 역시 미국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다.
자국 제조업 보호와 고용 활성화 관점에서 미국 내 투자 유치 압박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현지 생산 확대 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친노동 정책 강화로 인건비 등 공장 운영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최근 삼성전자는 다수의 연방 정부와 협상하며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현대차도 주력 차종인 신형 투싼의 미국 생산을 결정하는 등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설문에 응답한 한 대기업은 "미국의 자국 생산 체제 강화로 현지 생산시설 확대 및 조달 체계 강화 등 압박이 커졌다"며 "기업들은 원료 조달과 제품 생산, 판매·서비스 등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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