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이어 남아공도 아스트라 보류.."변이 막지 못한다"

이민정 2021. 2. 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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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 백신의 사용이 보류된 건 스위스에 이어 두 번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EPA]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즈웰리 음키제 남아공 보건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 백신에 대한 접종을 당분간 보류하고, 과학자들의 추가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만 회분을 받은 남아공은 조만간 의료진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백신 효능과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추가 자료가 확보될 때까지 접종을 보류하고 백신을 쌓아두기로 했다.

대신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존슨앤드존슨에서 구입한 백신을 쓰기로 했다. 남아공에서 임상시험을 이끈 샤비르 마디 위트와테르스란트대 백신학 교수는 "현재로써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존슨앤드존슨의 백신이 심각한 증세에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즈웰리 음키제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부 장관. [AFP=연합뉴스]

남아공 보건부의 결정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이 지역에서 확산한 변이 바이러스(501Y.V2)에 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앞서 옥스퍼드대와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대가 2026명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해도 남아공 변이로 인한 경증과 중증 증세를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경증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면서 "대부분의 시험 참가자가 젊고 건강한 성인이어서 중증 발현이나 입원 단계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럽, 고령층 접종 논란…미국, 3상 시험 3월 말 결과 전망
지난 3일 스위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 승인을 보류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제출 자료가 불충분해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스웨덴·노르웨이는 65세 이상 고령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벨기에는 접종 대상자를 55세 미만으로, 폴란드는 60세 미만, 핀란드는 70세 미만으로 제한했다. 이탈리아는 당초 55세 미만 사용 권고를 내렸다가 55세 이상도 건강하면 접종 가능하다는 수정안을 내놨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각국 접종대상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 승인을 미뤘다. 95% 예방 효과를 보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효과는 평균 70% 수준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또 임상 시험 중 신경계 증상인 횡단척수염이 발병하고, 용량을 줄여 투약했을 때 효과가 더 좋았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등 안전성 문제도 제기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내 임상 시험을 두 차례나 중단한 끝에 현재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3월 말 결과가 나오고, 4월 중으로 FDA의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특집 브리핑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와 1000만 명분의 백신을 구매 계약한 한국은 2월 마지막주 75만 명분을 우선 들여온다. 다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접종 대상에 포함할지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 1일 첫 번째 검증단 자문 회의에서는 자문단 다수가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고 조건부 허가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4일 두 번째 자문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보건 당국은 오는 10일 식약처 최종점검위원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 여부를 결정하고,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통해 접종 계획을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차세대 백신 개발 착수"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자사 백신이 남아공 변이에는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났지만,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중증, 사망 사례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남아공 변이로 인한 심각한 질병을 막기 위해 남아공 보건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 "우리 백신은 8~12주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할 경우 새로운 변이에도 여전히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가을까지 남아공 변이에 대처하기 위한 차세대 백신을 개발·생산하겠다는 계획도 알렸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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