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이익 '뚝' 은행권..올해 자산관리(WM)에 사활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자산관리(WM) 역량 강화를 중점 추진한다. 저금리 시대 이자이익을 늘리는 데 한계를 드러낸 가운데 그동안 실적 방어 역할을 했던 수수료이익 마저 지난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은행의 지난해 수수료이익 총합은 3조6123억원으로 전년 4조1647억원 대비 13.0%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하나은행이 7113억원으로 전년 8864억원 대비 20.0% 가까이 줄었고 같은 기간 신한은행도 9870억원으로 15.8% 가량 감소했다. 우리은행도 8460억원으로 13.0% 감소했다. 국민은행도 1조680억원으로 5.8% 줄었다.
수수료이익은 은행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크게 방카슈랑스, 펀드판매, 신탁, 신용카드업무대행 등에서 나온다. 지난해 수수료이익 감소세가 컸던 것은 사모펀드 손실 사태 이후 고객들이 은행에서의 펀드 가입을 꺼리는 등 금융상품 판매가 쉽지 않았던 영향이다. 금융감독원이 부실 사모펀드 판매사 임원들에게 잇달아 중징계를 통보하면서 은행 내 펀드 판매 분위기는 잔뜩 위축됐다.
코스피가 지난해 30% 넘게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이 은행 판매 금융상품 보다 직접 주식투자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도 수수료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은행권 특정금전신탁의 대표 상품인 파생결합증권신탁(DLS)와 주가연계신탁(ELT) 등을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 전 은행권 판매 총량에 제한을 둔 것은 신탁 수탁고를 늘려 수수료 수입을 거두기 어렵게 했다.
은행권은 지난해 금리가 떨어지면서 예대마진으로 벌 수 있는 이익에는 한계가 생긴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은행권 대출자산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시대에 순이자마진(NIM)은 4대은행 모두 하락했다. 지난해 4대은행의 순이익은 이자, 비이자 부문 모두 기댈 곳이 없어지면서 5~10% 감소했다.
올해도 저금리기조에 이자이익 늘리기 한계수수료수익 늘려야 하는데...
WM 역량강화의 이유
올해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익을 내야 하는 은행권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저금리 시대로 예대마진으로 벌 수 있는 이익은 올해도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최근 은행권은 WM 사업부의 역량을 강화하며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비대면 통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은행권에 비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신한은행은 오는 4월 마이(MY)자산 고도화로 WM과 디지털 결합에 승부수를 던진다.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해 은행 계좌와 카드·증권·보험·연금 등 총 87개 기관의 자산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한 후 원하는 상품을 가입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사모펀드 사태로 WM 수익규모가 크게 줄자 개인고객 위주의 WM 영업에서 벗어나 법인고객의 자산관리와 자금조달까지 지원하는 ‘PCIB’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 PCIB는 프라이빗뱅커(PB) 업무와 기업금융(CB)·투자금융(IB)을 한번에 한다는 뜻이다. 부동산 거점점포 한 곳과 인근 영업점 4~8개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영업점 간 협업체계 ‘밸류 그룹(VG)’ 제도를 본격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KB국민은행은 은행과 증권을 따로 방문할 필요없이 한곳에서 모든 업무 처리가 가능한 WM 복합점포를 늘려나갈 뿐 아니라 WM기획부 차원에서 WM 상품·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하나은행은 하반기에 디지털 펀드투자 자산관리서비스를 고도화해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익성 약화에 직면한 국내 대형은행이 리테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신규시장 확대 효과가 있는 WM 역량을 강화하는게 중요하다"며 "중소기업금융과 PB조직의 연계성 강화, PB 전문인력 영입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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