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협업 무산부터 LG·SK소송전까지..변동성 커지는 전기차株
실적 등 펀더멘털 건재한 만큼 단기적 조정 전망
3월 아이오닉5로 전기차 시장 본격 공략
배터리 대장주 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 앞두고 주가 '흔들'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애플과 현대차의 전기차 협업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차전지 제조업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 결과도 오는 10일 나올 예정인 만큼 차세대 주도주로 꼽히는 전기차 관련주의 변동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다만 기업들의 실적과 기초여건(펀더멘털)은 건재한 만큼 단기적인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카 협업 무산 소식에 현대차 계열사 주가 줄줄이 급락
8일 오전 11시분 기준 현대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61% 떨어진 23만5500원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8.42% 하락한 22만8500원까지 내려갔다. 기아차 주가도 하락세다. 같은 시간 전 거래일 대비 13.30% 떨어진 8만8000원을 기록했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등 계열사 주가도 모두 8%가량 하락한 상황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을 통해 현대·기아차와 애플 간의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는 소식에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날 현대차와 기아차가 "다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협업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며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투심이 흔들린 것이다.
앞서 현대차 주가는 지난달 초 애플과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틀만에 30%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11일 장중에는 사상 최고가인 28만9000까지 올라섰다. 기아차도 미국 조지아 공장의 애플카 생산 논의 소식에 지난 3일 장중 10만2000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10만원 벽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현대차와 기아차 주식을 각각 8951억원, 937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피 시장 7위와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펀더멘털은 탄탄…"단기 조정 그칠 것"
이미 실적과 펀더멘털이 탄탄한 만큼 애플카 논란은 단기적인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귀연 흥국증권 연구원은 "애플카 이슈에 따른 주가 상승은 해외 정보기술(IT) 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 확장’ 기대 때문"이라며 "단기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며,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사는 신차 사이클 돌입과 제품군 및 판매지역 조합 개선으로 수익성이 성장하며 체력이 강화되고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특히 다음달 유럽부터 출시하는 아이오닉5는 향후 현대차의 전기차 전략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내세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차량으로 현대차가 글로벌 판매모델을 국내보다 해외에 먼저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력한 탄소 배출 규제로 세계에서 전기차 시장이 가장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유럽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미국 등 다른 주요 시장에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애플이 오히려 현대차와의 협업을 더욱 아쉬워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디자인과 소프트웨어(SW) 및 부품 결정권을 갖길 원하면서도 완성차 업체의 양산 플랫폼을 활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플랫폼을 갖춘데다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도 확보한 현대차 이상의 협업상대를 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삼성전자와 같은 이중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플 입장에서는스마트폰은 경쟁하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는 협력업체 관계를 이어가는 이중적인 관계를 완성차 업체와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조금이라고 여러 측면에서 통제하기 쉬운 협력 상대를 선택하고자 할 것"이라며 "반면 현대차그룹 포함 완성차 협력 후보업체 입장에서는 애플카의 성공적 공급을 레퍼런스로 삼아 독자적인 시장 확대 전략을 추구할 때까지 부족한 점을 확보하고 시장 내 지위를 높이려 들 것"이라고 설명햇다.
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전에 배터리주도 '흔들'
2차전지 대표 업체들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말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다.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이의 신청에 판결을 재검토 중이다. 지난해 10월5일이 최종 판결 예정일이었지만 세 차례 미뤄져 오는 10일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2차전지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한 만큼 판결 결과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이날 오전 11시 기준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95% 떨어진 29만2500원을 기록했다. 오전 한때 27만90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LG화학 주가도 전거래일 대비 3.02% 떨어진 99만7000원을 기록했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도 양사의 합의를 원하는 만큼 결국 합의 후 합의금 규모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K-배터리의 미래가 앞으로 정말 크게 열리는 만큼 작은 파이를 두고 싸우지 말고, 빨리 문제를 해결해 세계 시장으로 적극 나서는 상황을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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