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코레일·승객이 만든 '3분의 기적'..심장 이식 소방관 살렸다

민태원 2021. 2. 8. 11: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적출 심장 대구서 서울로 이송..간발의 차로 KTX 놓칠뻔
코레일 협조, 승객 배려로 열차 시간 3분간 조정..제 시간 도착

의료진과 코레일, 승객들이 만든 ‘3분의 기적’이 심장이식을 기다리던 젊은 소방관의 생명을 살렸다.

8일 가톨릭의대 은평성모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의 4번째 심장 이식수술 성공 뒤에는 촌각을 다투는 적출 심장 이송 과정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탑승객들의 숨은 공로가 있었던 걸로 확인됐다.

뇌사자에게서 떼낸 소중한 심장을 대구에서 서울로 이송하는 도중 간발의 차로 예정된 KTX를 놓칠 뻔 했으나 의료진의 간절한 요청과 코레일의 협조 그리고 승객들의 보이지 않는 배려로 열차 운행 시간을 3분간 조정해 제 시간에 심장을 태울 수 있었다.

예정된 열차를 놓쳤다면 한 시간 뒤에 도착하는 다음 열차를 타야만 했다. 이렇게 되면 의학적으로 알려진 4시간 안에 심장 적출과 심장 이식 후 피가 흐르게 해야 하는 ‘골든 타임’을 지키기 어려웠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기적 같은 3분으로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낸 것이다.

지난 1월 13일 오후 7시 49분.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심장이식 적출팀은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뇌사자의 심장을 떼내는데 성공했다.
대구에 있던 의료진에게 남은 과제는 기증자의 심장을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 이식 수술을 준비 중이던 심장 이식팀에게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전달하는 것이었다.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는 뇌사자 기증이 결정된 순간부터 최단 시간에 심장을 이송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다방면으로 알아보던 중 소방본부 협조를 얻어 병원 옥상에 마련된 헬리포트를 활용한 야간 헬기 착륙 심장 이송을 준비했다.

하지만 수술 당일 저녁 중부지방 기상 악화로 헬기 이송이 갑자기 무산되면서 의료진이 선택할 수 있는 교통편은 동대구역에서 저녁 8시 13분 서울역으로 향하는 KTX가 유일했다.
그 마저도 동대구역까지 앰뷸런스 이동 시간을 고려했을 때 열차 출발 시간보다 심장 도착이 3분 정도 늦을 가능성이 높았다.

열차를 놓칠 경우 심장 이송이 1시간 가량 지연될 위기에서 장기이식센터 의료진은 간절한 마음으로 코레일에 심장 이식을 위한 장기 이송 상황을 설명하고 의료진이 8시 13분 열차를 탑승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코레일은 병원 요청에 동대구역 도착 전부터 KTX 운행 속도를 조절해 동대구역에 열차가 3분 늦게 도착하도록 시간을 확보했고 의료진은 그 사이 사이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코레일은 의료진이 서울역에 도착한 후에도 다시 엠뷸런스에 빠른 시간 내에 탑승할 수 있도록 동선을 확보하며 끝까지 심장 이송을 도왔다.

같은 시간, 은평성모병원 수술실에서는 1년여 간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투병 중 심장이식 수혜를 받게 된 서민환(38)씨가 심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10시 20분 대구에서 출발한 의료진이 2시간 30분 만에 뇌사자의 기증 심장을 무사히 이식팀에 전달했다. 의료진은 심장이 몸 밖에서 머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곧바로 이식 수술에 들어가 다음날 오전 1시 10분 심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심장 수혜자인 서씨는 서울 종로소방소에서 근무하는 현직 소방관으로 2019년 10월 건강검진에서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았다. 지난해 12월 상태 악화로 에크모(ECMO·인공심폐장치)치료를 받던 중 성공적으로 심장 이식을 마치고 회복 후 수술 20여일 만인 지난 5일 퇴원했다.

서씨는 “다시 건강을 되찾도록 도와준 의료진과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심장 기증으로 새로운 생명을 나눠주신 분의 뜻을 이어받아 소방대원으로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장이식을 집도한 흉부외과 강준규 교수는 “의료진은 물론 신속하고 안전하게 뇌사자 심장이 이송될 수 있도록 도와준 코레일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