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일부' 주주들의 일탈.. 욕설에 정보 조작까지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2021. 2. 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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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언론사에 전화해 막말, 기업IR팀 사칭해 허위 보도자료
제약바이오에 대한 투자 열기가 과열되면서 일부 극성 주주들로 인한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약바이오업계가 일부 극성 주주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기업 IR팀을 향한 욕설이나 무리한 업무 지시는 물론, 기업을 사칭해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는 등 법을 위반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주주 자격으로 당연히 권리를 요구할 수 있지만, 최근 행태는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OO제약 추가 임상 자료’… 출처는 주주?

지난해 말 100여개 매체에 A제약사 이름으로 한 통의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보도자료에는 진행 중인 임상과 관련해 추가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설명과 함께 담당자 연락처가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낸 기업은 정작 이 같은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배포된 보도자료는 홍보팀이 아닌 A사 주주들이 만든 ‘허위 보도자료’였기 때문이다. 실제 몇몇 매체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온라인에 보도되기도 했다. 회사가 곧바로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면서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자칫 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이번 일은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투자 열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현재 제약바이오업계는 주식투자 열풍과 코로나19가 맞물리며 투자자들에게 여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기업 IR팀에는 다른 업무가 어려울 만큼 매일 많은 양의 전화가 밀려오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주가가 크게 오른 후 최근 하향세를 보이는 기업들은 일부 주주들로부터 욕설이 뒤섞인 강한 항의를 받기도 한다. 기업 IR팀 관계자는 “(주주들이)회사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항의를 하는 사례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라며 “회사 측에서 사실을 바로잡고 설명을 해도, 또 다시 왜곡된 사실이 전달·확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 본인을 위해서라도 부정확한 정보나 투자 열기에 휩쓸리기보다,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과 업계, 주식 시장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와 함께 투자 전략을 세운 후 주식 투자를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말 한 번 잘못하면…” 주주 항의, 전문가들도 예외 아냐

극성 주주들의 항의 대상은 기업 IR팀뿐만이 아니다. 기사를 통해 언급되는 전문가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투자한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사가 나오면, 언론사는 물론, 관련 자문을 한 전문가와 소속 기관에도 항의 전화가 쏟아진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 언론사와 함께, 기사에 언급된 기업, 전문가, 소속기관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공유하며 항의를 독려하는 듯한 내용의 글이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 진행된 한국과학기자협회 온라인 토론회에서 항체 치료제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후, 관련 발언을 한 전문가들에게 항의 전화와 욕설 메일이 쏟아져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한국과학기자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과학자의 입을 막는 행동은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과학자의 전문적인 의견 개진과 보도를 위협하는 행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과장된 보도 우려… 정확한 사실 근거해야”

최근 기업들의 보도자료에는 작은 이슈나 임상 단계, 상황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관련 자료가 대표적이다. 임상 결과가 논문이 아닌 회사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되기도 하며, 이마저도 필요한 데이터가 누락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자체가 높은 데다, 특정 이슈에 따라 회사 주가가 요동치는 점 또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효과, 안전성 등 개발 중인 약품에 대해 부정확한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사들의 보도 행태는 사실을 전달하려는 것인지, 주가를 띄우려고 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약 개발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사실 관계와 과학적 정보에 근거한 내용이 보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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