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심재철 등 '秋 라인' 살린 박범계..尹은 또 패싱

이성윤 세 번째 유임
野 "추미애 2기 시작" 비판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나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추미애 라인' 검사들이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의 첫 인사에서 모두 살아남았다. 박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인사 관련 대화를 위해 두 차례 만나는 등 검찰과 소통을 강조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견제' 기조를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7일 대검검사급 검사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9일자로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라인 또는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됐던 이들 대부분이 자리를 유지했다. 반면 윤 총장 측 인사로 불리며 추 전 장관 체제 때 좌천됐던 인사들의 요직 복귀는 없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윤 총장과 대립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자리를 지켰다. 세번째 유임이다. 앞서 윤 총장이 박 장관과의 인사 논의 회동에서 채널A 검언유착 사건과 청와대 선거개입, 하명수사 사건 등의 처리를 미룬다는 이유로 지검 내부로부터 비판을 받는 등 리더십에 문제가 생긴 만큼 이 지검장 교체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추미애 체제에서 윤 총장 징계를 사실상 주도하다가 법원의 잇따른 효력정지 판결로 난감한 처지에 놓인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 남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심 국장 자리에는 이정수 현 남부지검장이 오게 됐다. 

하지만 남부지검장 전보는 문책이라기보다 사실상 영전이란 평가도 나온다. 남부지검은 현재 여야 정치인들을 겨냥한 라임자산운용 비리 의혹 사건 등 굵직한 수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노골적으로 정권 친화적 행보를 보였던 심 국장을 전국 지검 가운데 중요도나 위상에서 2번째로 꼽히는 신임 남부지검장에 앉힌 것은 예사롭지 않은 신호다. 또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도 자리를 유지했다.

반면 윤 총장의 측근으로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인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검사장급 인사가 소폭으로 끝나면서 검찰청의 차장·부장검사급 중간 간부 인사도 최소한의 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임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오는 7월 윤 총장이 임기를 마친 뒤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야당은 박 장관의 첫 인사 단행에 대해 '추미애 2기'라고 비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법무부의 공정 인사가 아닌 정권옹위부의 오기 인사"라면서 "정권 말기의 권력 수사를 쥐락펴락 할 수 있도록 법무부 본부와 야전 사령부에 충성파 홍위병으로 돌려막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뀌어야 할 요직은 말뚝처럼 박아 놓았다"며 "어차피 내 맘대로 할 인사였다면 박범계 장관은 뭐하러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첫 거짓 연극을 했다"고 지적했다.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