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부장에게 찍힌 일 있나요?" 그 후 45개월
[김병기 기자]
▲ 농진청 홈페이지 갈무리 |
ⓒ 농진청 |
20여명이 근무하는 연구실 책임자로 선임됐는데, 실험실에 기초 장비조차 없다면? 장비를 사달라, 타 실험실 연구장비를 분산배치 해달라는 요청은 한동안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체 등으로부터 장비를 무상대여 받아 국가 연구사업을 수행한 연구자들에게 돌아온 건 '기관 감사', '김영란법 위반 고발', '과태료 청구소송'이었다.
검찰은 두 연구자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를 결정했다. 법원도 부당이득에 대한 과태료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이 기관은 두 연구자가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장비를 무상으로 대여 받은 것은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사유(청렴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회계 질서 문란' 혐의였다.
결국 한 명의 연구자는 '불문 경고'라는 경징계를 받았다. 이 기관이 그간 취한 조치를 감안하면 미약했지만, 1년 동안 인사기록 카드에 기록돼 불이익을 받는다. 이 연구자는 이에 불복해 인사소청을 제기했다. 또 다른 연구자는 인사혁신처 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사안으로 회부돼 있다.
연구자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기관의 감사실에 3명의 상사를 소위 '갑질'로 신고했다. 감사실이 이를 대부분 인정하지 않자, 이들은 3명의 상사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서도 지난해 12월 무혐의 처분을 했다. 최근 이들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지난 3년 동안 농촌진흥청에서 벌어진 '갑질 논란'의 개괄적인 줄거리다. 두 연구자는 아직도 '갑질 신고'로 인해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농진청은 연구자의 잘못된 업무 처리에 대한 합당한 징계라고 맞서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제보를 받고 농진청의 갑질 논란을 취재했다.
▲ 농진청에서 '갑질'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선미 연구사(가명) |
ⓒ 김병기 |
"지금 제게 남은 건 공무원 조직에 대한 증오입니다."
작년 12월 초 경기도 수원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의 한 실험실에서 마주앉은 김선미(가명) 연구사가 처음 만난 기자에게 이런 말을 대놓고 할 수 있다는 게 의외였다. 농진청에서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일까?
"제 업무는 식량과학원이 개발한 품종의 기능성 향상 연구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입니다. B부장은 자주 트집을 잡았어요. '네가 왜 이걸 연구하냐?'고 하거나, 가공 맥주와 관련한 출장을 갔다 오면 '맥주 마시는 거 자랑하냐'고 질타했죠. 업무 평가라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감정적 반응이었어요."
김선미 연구사의 말이다. 2017년 4월 B부장(2020년 정년 퇴임)이 중부작물부로 오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김 연구사는 2017년 10월경 담당 과장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혹시 B부장에게 찍힌 적 있나요? 아, 근데 나도 왜 이렇게 하는지 이해가 안가네..."
김 연구사는 국제공동연구 수행을 위해 2017년 12월부터 6개월간 미국 파견이 계획돼 있었다. 그런데, 결재권자인 B부장이 미국 파견을 가지 말라고 했다면서 담당 과장이 김 연구사에게 던졌다는 말이다. 쌀 연구자가 미국에서 밀 연구 과제를 수행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하지만 김 연구사 파견은 1년 전인 2016년 이 과제의 기본 계획, 2017년 1월 농진청 기본 계획에도 들어가 있었고 파견 승인까지 났다. 이에 김 연구사는 부당한 조치라며 항의했고, 결국 미국 파견이 최종 결정됐다. 이때에도 B부장은 과장을 통해 "미국에 가서 아프지 않고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의사 소견서를 가지고 오라"고 김 연구사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어떤 의사가 그런 소견서를 써줍니까?"
김 연구사는 B부장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2018년 6월경, 계획된 미국 파견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B부장도 당시 상황을 기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쌀 연구자인 김 연구사보다 통밀 연구자를 찾아서 보내는 게 좋지 않으냐는 의견을 피력했던 것"이라면서 "의사 소견서를 받아오라고 했던 것은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데 힘든 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해서 한 말"이라고 말했다.
▲ 농진청에서 '갑질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선미 연구사(가명) |
ⓒ 김병기 |
김선미 연구사가 귀국해서 부서에 복귀한 뒤에도 B부장과의 관계는 나아지지 않았다. 새로 부임한 과장과 실장 등과의 관계도 악화됐다. 마침 2018년 8월 농촌진흥청에 갑질 신고센터가 생겼다. 김 연구사는 그간 자신에게 모욕적이고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했다면서 B부장, C과장, D실장 등 3명을 이곳에 신고했다.
하지만 김 연구사는 "갑질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제가 고발한 건을 유야무야 처리했고 B부장은 규정에 없는 의사 소견서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만 주의 조치를 받았다"면서 "제가 갑질 신고한 D실장이 저에게 이메일로 문제를 제기해서 답신 메일로 항의했었는데, 감사실은 이 때 표현을 문제 삼아 저를 '품위유지 위반'으로 징계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갑질을 신고한 직후인 2018년 9월 국립식량과학원 신설 부서인 밀 연구팀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김 연구사는 "쌀만 하던 사람이 왜 밀을 연구하냐면서 미국 파견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저를 밀 연구팀에 보내려 했다"면서 "연구직은 전공이 중요한데, 제가 일한 부서에는 밀 연구 적합자가 두 명이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최종 인사권자였던 김두호 식량과학원 원장(현 국립농업과학원 원장)에게 항의했고, 인사발령은 당일 취소됐다. 김 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선미(가명) 연구사를 추천한 사람은 없었고, 통밀 연구를 위해 미국에 파견을 간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내가 직접 9월 3일 인사발령을 낸 것"이라면서 "그날 김 연구사가 감사실에 고충을 신고한 사실을 알고 오해 살 일이 있을 수 있기에 부득이하게 인사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연구사로부터 직권남용과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고소돼 무혐의로 풀려난 C과장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추천 사실은 시인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불기소 이유서에 C과장이 '김 연구사를 밀 연구팀으로 추천한 사실은 확인됐다'고 적시했다.
검찰 불기소 이유서에 따르면 C과장은 '미국에 밀 연구 파견을 가 있는 김 연구사가 일도 잘하고 성과도 좋다고 B부장이 칭찬을 해서 자신이 추천하고 B부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B부장은 'C과장의 보고를 받고 김 연구사 추천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인사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C과장의 진술처럼 B부장은 단지 '칭찬'만 했던 것일까? C과장이 추천했을 즈음, 김 연구사는 미국에 체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C과장은 예전에도 김 연구사와 함께 일한 적은 없었다. 따라서 김 연구사는 '쌀 연구자가 왜 밀 연구를 위해 미국에 파견을 가냐'고 말했던 B부장의 입김이 인사에 작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설령 B부장과 C과장이 김 연구사의 전보조치를 건의했다고 해도 최종적으로는 인사권자인 김 원장의 '고유권한'이라면서 불기소 처분을 했다.
▲ 농진청에서 '갑질'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박관영 연구관(가명) |
ⓒ 김병기 |
작년 12월 김선미 박사와 함께 만난 박관영(가명) 농업연구관은 자신이 농진청에서 겪은 일을 말하기 시작하면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처음에는 깡통 연구실이었죠. 나는 2015년에 수원 중부작물부의 ○○○과의 ○○○연구실장으로 발령이 났어요. 3개 실의 한 실험실 책임자였습니다. 생산된 쌀이나 식량 작물을 농산업체와 연계해서 가공하고 제품화하면서 소비를 촉진하는 부서였죠. 중부작물부 별관동을 리모델링한 곳의 연구실로 배치됐는데, 문제는 실험 장비였어요."
박 연구관은 "우리 과의 2개 연구실은 본관에 있었기에 실험 장비가 부족하지 않았지만, 별관의 새 연구실에는 저울, 원심분리기, 항온수조, 동결건조기 등 기본 장비도 없었다"면서 "장비를 사용하려면 수십 미터 떨어진 본관 실험실을 이용해야 했는데, 그곳 장비 관리자들은 '내일 오라', '일주일 뒤에 오라'고 갑질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연구관은 "매년 신규장비 구입을 요청했지만, 장비 심의위원회에서 '너희 과에 저울이 3~5대가 있는데 왜 또 사냐? (다른 실험실 장비를) 나눠 써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부장과 과장에게 장비 분산배치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저는 장비 욕심쟁이로 낙인찍혔습니다. 사실 국가적으로도 손실이었죠. 결국 장비를 빌려서라도 쓰겠다고 C과장의 전임자에게 구두 보고를 했는데, '능력대로 하세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상으로 데모 장비(전시제품)를 임대해서 사용했습니다. 데모장비의 경우, 기관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B부장과 C과장, C과장의 전임자의 말은 달랐다. 이들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 연구관이 장비 구입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관이 구두 허락을 받았다고 한 C과장의 전임자도 "내가 '능력대로 하세요'라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대부분의 연구자들처럼 '이런 장비를 사야 한다'는 정도의 통상적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연구관은 2016년, 2017년에 진행된 '자산취득비(소액장비) 수요조사서'를 제시했다. ○○○과에서 부족한 장비를 취합해서 농진청 식량과학원 본원에 구입을 요청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매긴 문건이다. 이 문건에는 두 연구자가 무상으로 빌렸던 원심분리기도 포함돼 있었다. 박 연구관은 "장비 구입 요청은 이 문건에 드러나지 않은 2015년부터 3년째 보류됐다"고 주장했다.
▲ 박관영 연구관(가명)은 중부작물부 별관 실험실에 장비가 없다고 호소했고, B부장과 C과장의 전임자들이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분산배치' 지시까지 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
ⓒ 농진청 |
[갑질 논란 ④ 감사, 고발... 과태료 청구] 검찰 불기소, 법원 기각했지만
"제가 빌렸던 동결건조기는 샘플의 수분을 날려서 시료에 변형이 가지 않도록 말리는 장비였어요. 그게 없으면 다음 단계로의 연구를 진행할 수 없죠. 그런데 당시 다른 연구자가 그 동결건조기를 5개월 동안 써야 한다면서 장비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럼 과장이나 부장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줘야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김선미 연구사)
김선미 연구사는 2017년 1월부터 박관영 연구관이 실장으로 있는 ○○○연구실에 배속돼 근무했다. 농진청에는 데모 장비에 대한 별도 신고 규정이 없었기에 이들은 2017년 2월부터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원심분리시, 동결건조기, 전자저울을 무상으로 대여해서 국가시험사업 연구에 활용했다.
하지만 김 연구사는 2018년 8월, 3명의 상사를 갑질 신고하고 2개월 뒤인 그해 10월 말에 감사실로부터 장비 무상대여 문제로 종합감사를 받았다. 연구실 실장이었던 박 연구관과 함께였다. 당시 조사기간을 일주일이나 연장하면서 감사를 했지만 그해 농진청 중부작물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이 문제를 감사한 기록이 없었다.
대신 농진청은 두 연구자를 그해 11월 부정 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두 연구자의 무상 대여 장비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수원지방검찰청은 이듬해인 2019년 8월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두 연구자에게 "최고로 불리하게" 계산해도 청탁금지법 한도(300만원)를 넘지 않는 금액이라는 이유였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장비 무상대여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이 보였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농진청 감사실은 4개월 뒤인 12월 두 연구자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농진청은 2020년 1월에는 두 연구자에 대해서 법원에 과태료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이에 전국공무원노조 농진청 지부는 2020년 1월 28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직장 갑질 피해자에 대한 잔혹한 괴롭힘을 중단하라"면서 "검찰에서 무혐의로 결정된 사건에 대한 중징계 요구는 이성을 잃어버린 보복행위"라고 성토했다. 전공노 농진청 지부는 2월 26일에도 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 농진청은 두 연구자를 부정 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형사고발했지만 수원지방검찰청은 이듬해인 2019년 8월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
ⓒ 수원지방검찰청 |
[갑질 논란 ⑤ 중징계 요청] 공무원 청렴 의무 위반
그렇다면 농진청은 왜 검찰 불기소 처분에도 불구하고 중징계를 요청했을까? 작년 1월 배포한 설명 자료를 통해 농진청이 밝힌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검찰에서 혐의자 1과 2가 시험장비를 대여 받아 사용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취득한 것은 인정(300만 원 이하)되나, 청탁금지법 제8조 제1항에 따른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았다고 보기 어려워 혐의 없음으로 통보('19.8.23.)하였으나,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제4조 제1호에 따르면 범죄사건에 대한 '혐의 없음' 통보를 받은 경우에도 '국가공무원법' 상의 징계사유(청렴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징계를 요구하여야 함.
혐의자 1과 2는 직무관련자(거래업체)로부터 시험 장비를 무상으로 대여 받아 금품 등을 수수(100만 이상)한 행위는 청탁금지법 제8조 제2항을 위반(변호사 4명 자문 결과)하여, 감사처분심의위원회(위원장 포함 외부위원 4, 내부위원 1)의 심의・의결('19.12.4.)로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제3조에 따라 '중징계' 의결 요구함."
하지만 박관영 연구관은 "당시 ○○○과의 또 다른 연구실에서도 냉동고를 3년간 무상임대해 빌려 썼고, 또 점도계 등 작은 데모 장비도 2~3대가 있었다"면서 "다른 부서에서도 많았을 텐데, 우리들이 빌린 3대 장비만을 문제 삼아서 표적 감사를 벌였고, 검찰도 무혐의 처리를 했는데, 이에 불복해 중징계까지 하려고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농진청 김선진 운영지원과장은 "데모장비의 정의는 시제품을 개발한 업체에서 홍보용으로 단기간 빌려주는 것이고 별도 신고 규정도 없다"면서도 "두 박사는 짧게는 9개월에서 많게는 20개월 동안 빌려 썼는데, 이를 데모장비라고 볼 수 없고, 국가기관이라면 이럴 경우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장비 업체에 임차비를 주고 사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장비를 빌려줬던 한 업체의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농진청에는 데모장비가 많았습니다. 사용하던 기계를 수리할 때 일주일이나 보름 정도 빌려줄 때도 있었고, 길게 빌려주는 경우도 있었죠. (박 연구관이) 보고서를 써야 한다고 해서 빌려준 것인데, 원심분리기는 시가로 따지면 230만원이고, 그건 중고였습니다.
20여 년 동안 농진청과 거래를 했는데, 사과박스만한 중고 장비를 돈 받고 빌려준다는 건 말이 안 되지요. 농진청은 관공서이기에 중고를 구입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실험실이 텅텅 비어있지만 않았다면 이번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건물에는 시멘트 바닥만 있었습니다."
박 연구관은 농진청이 과태료 청구소송을 제기한 수원지방법원에도 의견서를 제출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 바 있다.
"위반자들은 장비 하나 없는 깡통실험실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장비를 빌려주신 민간업체 대표들의 도움으로 국가과제를 무사히 수행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Top저널(상위논문 : Food Hydrocolloids)에 연구 성과를 정리하여 논문게재를 하였으며, 국내 수제맥주산업발전에 기여한 쌀맥주 연구와 기능성 도담쌀 제품화 연구 등을 선도적으로 수행하여 10여개의 특허기술개발과 산업체기술이전을 통하여 농가와 산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우리 농업기술을 실용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장비 무상대여의 실제 수혜자는 농진청이라는 주장이다.
▲ 수원지방법원은 2020년 10월, 두 연구자와 데모장비를 빌려준 업체들에 대한 농진청의 과태료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당시 법원의 결정문 발췌. |
ⓒ 수원지방법원 |
결국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두 연구자와 데모장비를 빌려준 업체들에 대한 농진청의 과태료 청구 소송을 기각하면서 결정문을 통해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① 기본 장비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점, ② 업체에서 장비를 무상으로 대여해준 점, ③ 대여 장비를 독점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직원들과 함께 사용했다는 점, ④ 업체들로부터 어떠한 청탁을 받았다고 볼 만한 정황은 전혀 없는 점, ⑤ 대여 장비는 회사들이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던 장비이거나 중고장비로서 그 가치가 큰 것으로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상대여에 불과하고 이를 독점적으로 사용한 것도 아니므로 대여 장비로부터 취득한 이익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
하지만 농진청은 지난해 11월 10일 김선미 연구사에 대해 보통징계위원회를 열고 '불문 경고'라는 처분을 내렸고, 박관영 연구관에 대해서도 인사혁신처에 요청한 '중징계' 의결 요청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남춘우 전공노 농진청 지부장은 "그동안 감사실의 형사 고발, 과태료 소송, 중징계 요구 등 2년 이상 지속된 과도한 처분에 비해 초라한 결과이며 회계질서 문란과 형법 및 부정청탁법을 위반한 중범죄자 취급하며 '중징계'를 요구한 감사실의 처분은 그동안 현실성 없이 과도했다는 또 하나의 반증"이라면서 "농진청은 기득권을 지키려고 이들을 괘씸죄로 몰아서 해코지를 해오는 등 중세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쟁점은 농진청 갑질 논란의 발단을 둘러싼 논란이다. 김선미 연구사는 지난해 4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농촌진흥청 고위공무원의 갑질에서 시작된 4년간 조직적 살인 행위에 대한 피해를 호소합니다"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면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저는 공무원이 되기 전, 대학원 석사 과정 중 여학생들을 성폭행하며 괴롭히는 교수에게 피해입어 고통스러워하던 당시 미성년자 후배를 도와, 해당교수가 파면을 당했던 적이 있습니다. 교수는 가해자1(B부장)과 대학동문사이입니다. 저는 (농진청에) 입사하여 가해자1(B부장)이 저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2013-2014년 사이에 알게 되었으며..."
김 연구사는 2012년 10월 식량과학원에 입사한 뒤 처음으로 밀양 남부작물부로 발령을 받아 근무했다. 김 연구사는 당시에도 다른 부서에 근무했던 B부장으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배경에는 B부장의 대학 동문인 A교수의 파면 사건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B부장의 주장은 달랐다.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부작물부에서 근무할 때 A교수가 횡령의 혐의로 파면을 당했다는 것을 주변 전언으로 알았습니다. 그 때는 성폭행 관련 내용을 알지 못했습니다. (2018년 8월경) 김 연구사가 담당 과장과 상담하면서 보낸 메일을 보고 알았습니다. 그런데 A교수는 내가 밀양에 근무할 때 그곳에 업무적으로 온 적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제게 인사도 한번 안했습니다. 내가 A교수와 각별한 관계였다면 그와 밥 먹고 술 먹었다는 증빙 자료라도 제출했으면 합니다."
B부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의사 소견서와 인사 발령 사건 때에도 A교수와 김 연구사와의 관계를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두 연구자가 주장하는 '사적 감정'을 일축한 셈이다.
하지만 박관영 연구관은 "김 연구사가 미국 파견을 나가있을 때인 2018년 2월경에 C과장이 저를 불러 '박관영 연구관은 김선미 연구사의 아바타로 소문이 나있고, 김 연구사는 과거에 모 교수를 파면시킨 적이 있는 사람이니 조심하고, 서로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연구사와 함께 일한 적도 없는 C과장이 대체 누구로부터 A교수 파면 사건을 들었겠냐는 의혹 제기이다. 이에 대해 C과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연구사를 알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박 연구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면서 그해 2월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당시 A교수로부터 피해를 받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조사도 받았다"면서 "밀양이라는 좁은 지역에서 그 대학 동문들이 모임을 갖고 있는데 그곳에서 B부장이 A교수 파면에 김 연구사가 관여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도 있었겠지만, 그걸 확인할 길은 없다"고 말했다.
두 연구자와 노조측은 이번 사안을 '보복 갑질'로 규정하면서 반발하고 있지만, 농진청은 여전히 '회계문란 사건'으로 바라보고 있다. 농진청과 인사혁신처가 두 연구자의 인사소청과 중징계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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