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딸이 A+ 받은 비결
작년 교육부가 발표한 고려대와 연세대 종합감사 결과를 꼼꼼히 살펴봤더니 그 안은 강자가 판치는 세상이었다. 자신의 자녀에게 A+ 학점을 줘도 됐고, 가족을 연구원으로 등록시켜 연구비를 받아가도 됐다. 유흥주점이나 골프장에서 법인카드를 마구 써도, 참석하지도 않은 해외 세미나 특근 수당을 챙겨가도 됐다. 모럴 해저드, 그 한편에는 인건비가 60만원 정도 밖에 안 되는 연구원들이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해가 바뀐 지금, 그 후 상황을 확인해봤다. <편집자말>
[독립편집부 기자]
질문 ① 2017년도 2학기, 연세대학교 회계 강의를 맡은 A 교수는 같은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는 딸에게 자신의 수업을 들으라고 권했다. 딸과 함께 사는 A 교수는 자택에서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정답지를 작성했다. 이 딸은 어떤 학점을 받았을까?
질문 ② 고려대학교 B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던 세 과목을 2017년 2학기와 2018년 1학기에 걸쳐 수강한 자녀에게 학점을 어떻게 줬을까?
질문 ①의 답은 A+, 질문의 ②의 답은 세 과목 모두 A다.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가르치는 수업에 자녀가 학생으로 수강했다는 점 외에도 두 사안에는 공통점이 또 있다. 교육부 혹은 대학 자체 조사에 돌입했을 때 자녀의 답안지를 분실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조에 따르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된 학교는 공공기관이고, 공공기관장은 기록물의 생산부터 활용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진본성, 무결성(데이터의 정확성과 안정성), 신뢰성 및 이용 가능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5 대학기록물 보존 기간 책정 기준 가이드(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성적 관련 기록물은 10년 보존 대상이다. 그러나 교수 '엄빠(엄마·아빠)'는 자녀의 답안지를 보관하고 있지 않았다. 무엇을 근거로 A+와 A라는 학점을 줬는지는 '엄빠'만 알고 있는 셈이다.
▲ 교육부는 지난해 고려대 종합감사를 통해 '교수 자녀 간 강의수강 제도 미정비'를 지적했다. 고려대는 '교수 자녀간 수강' 실태를 확인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 이주연 |
'엄빠' 교수만 알고 있는 A+와 A의 근거
고려대는 자체 조사 결과 B 교수와 유사한 사례 10건을 인지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고려대를 종합감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려대는 2014~2018학년도 교수-자녀 간 부모 강의 수강 여부와 해당 과목 평가 과정을 자체 조사했다. 고려대는 B 교수와 같은 사례 10건을 적발했지만 "공정성을 저해한 사실이 없다"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교육부는 "고려대는 교수-자녀 간 강의 시 교수는 대학 본부에 해당 사실을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지 않았고, 이를 위반한 교원에 대한 제재 조치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채 교육부에 '제재 조치 근거를 마련했다'고 보고한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고려대 C 교수도 2019년 1학기, 2학기에 자녀가 자신의 강의를 들었고, 자녀에게 A와 A+ 점수를 줬다. 이 성적을 산출한 근거를 학과장에게 제출하지도 않았음에도 고려대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0명의 '엄빠' 수업을 들은 자녀들의 성적은 대개 높았다. 교수 부모를 둔 학생은 적게는 한 번 많게는 다섯 번씩 부모의 수업을 들었고 2014~2018년 사이 총 23차례 '교수-자녀 간 강의 수강'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자녀가 A+ 성적을 받은 게 12번에 달했다. A가 6번, B나 B+ 학점을 받은 사례는 5번에 그쳤다.
이 같은 사실이 교육부 종합감사를 통해 드러났고 교육부는 6명 경징계, 4명 경고 처분서를 고려대에 발송했다. 그렇다면, 고려대와 연세대는 교수들에게는 각각 어떤 징계를 내렸을까.
<오마이뉴스>는 서면을 통해 해당 교수의 징계 여부 및 그 내용 그리고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개선한 점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고려대와 연세대에 질의했다. 고려대 측은 "현재 학칙과 규정에 따라 절차가 진행중이므로 자세한 사항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고, 연세대 역시 "진행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입장만 밝혔다. 두 학교 모두 징계 여부조차 밝히지 않은 것이다.
▲ 2020년 7월 16일 연세대 총학생회 청원 게시판에는 '감사에서 드러난 각종 비리에 대한 학교의 해결책 요구'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연세대는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일부 교수가 자기 자녀의 성적평가나 대학원 입시에서 특혜를 주고 유흥주점 등에서 법인카드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
ⓒ 연합뉴스 |
성적뿐 아니라 입학에서도 '엄빠 찬스'는 어김없이 작동했다.
교육부는 종합감사에서 "2016년도 2학기 대학원 입학 전형에서 신입생 부당 선발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 발표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합격 당사자가 이경태 전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의 딸이었음이 드러났다.
교육부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 재임 시절이던 2016년 4월 대학원 입학 전형에서 경영대학 교수들은 이 전 부총장 딸을 합격시켰다. 단 한 명의 최종 합격자였다.
1차 서류심사는 정량영역(학점, 영어성적)과 정성영역(학업계획서·자질·추천서)으로 나뉘는데, 이 전 부총장 딸은 정량영역에서 73점을 받아 16명 가운데 9위였다.
반전은 정성영역에서 이뤄졌다. 평가위원이었던 교수 6명은 구술시험 대상자만 표시한 채 정성영역 평가서를 주임교수에게 제출했다. 주임교수는 이 전 부총장 딸에게 만점인 95점을 부여했다. 이 전 부총장 딸은 총점 168점을 받아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그리고 서류심사를 통과한 학생 8명을 대상으로 구술시험이 이어졌다.
교육부 감사 결과, 구술시험에서 우선 선발권한을 갖게 된 또 다른 교수는 다른 평가위원에게 "이 전 부총장 딸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른 평가위원 4명은 평가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평가위원 한 명이 대표로 5명 모두 직접 점수를 매긴 것처럼 작성해 이 전 부총장 딸에게 100점 만점을 줬다. 그 결과 총점 268점으로 1등을 차지한 이 전 부총장 딸은 16: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했다.
이 사건 처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지난달 20일 이경태 전 부총장 딸을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연세대 교수 2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교수 측 변호인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입학과정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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