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탄핵내몬 김명수, 본인 인준땐 임성근에 로비시켰다

박사라 2021. 2.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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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후배법관 총동원 야당에 찬성 청탁

‘법관 탄핵’ 발언 논란의 중심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 때는 후배 법관을 총동원해 야당 의원을 상대로 찬성표 로비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도 앞서 중앙일보에 “표결 이틀 전 김 대법원장의 부탁을 받고 알고 지내던 의원뿐 아니라 고교 선배들에게까지 부탁했다"고 한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의 임명동의안은 그해 9월 21일 본회의에서 재석 289명 중 찬성 160명(53.7%)으로 가결됐다. 역대 대법원장 가운데 찬성률은 최저였다.


친박계 의원들에도…“우리 봐서 김명수 찬성해달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2017년 9월 12일 당시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정갑윤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7일 중앙일보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표결을 며칠 앞두고 임성근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이민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2017년 9월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었다.

정 의원은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춘천지법원장을 하다 와서 지도자 수업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고 자질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임 부장판사 등이) 속된 말로 ‘우리를 봐서라도 (찬성)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처 판사들이 국회를 왔다 갔다 하며 의원들과 친분을 많이 쌓았었는데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표결 통과가 위험했을 수도 있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행정처 판사 찾아와…김명수 부탁인지도 몰랐다”
마찬가지로 법사위 위원이었던 여상규 전 자유한국당 의원도 “인준 표결을 앞두고 (행정처 판사로부터) 찬성 표결을 해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오래돼서 정확히 누가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행정처 판사들이 사무실에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때는 대법원장이 부탁한 건지 몰랐고 워낙 김 후보자가 지명됐을 때부터 의외의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와서 후배 판사들이 자진해서 돕는 거로 생각했다”며 “김 대법원장이 비교적 한직인 춘천지방법원장을 하다 온 것과 더불어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 우리법연구회 회장 등 이력으로 당시는 비주류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그 외 다른 야당 의원 여러 명도 임성근 부장판사를 비롯한 판사들의 설득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에게 국회의원 찬성표 청탁 지시? 직권남용” 지적

김명수 대법원장의 인준안은 결국 국회에서 통과됐다. 2017년 9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모습.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 당시 인준안 통과 여부는 2017년 9월 21일 표결 처리 직전까지도 촉각이 쏠렸다.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마지막 순간 ‘반대 당론’을 채택하며 부결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결과는 당시 재석 298명 중 과반수(150명)를 10표 넘긴 찬성 160표, 반대 134표, 기권도 1표였다. 이는 당시 여당 의원 130표를 제외하면 야당에서 30명가량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김 대법원장이 자신의 인준안 표결 직전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를 포함해 법관을 찬성표 로비에 활용한 걸 두고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조직법 49조는 법관의 ‘정치 운동 관여’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법원장이 후배 판사들에게 자신의 인준안 통과 로비라는 정치 행위에 관여하게 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한 판사는 “대법원장 지명자가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행정처 판사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면 직권남용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임 부장판사는 재판 업무를 하는 법관임에도 불구하고 독립된 법관에게 입법부 고유 권한인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청탁하라고 시킨 행위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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