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직후 온다는 화이자..방역당국 "우리도 못믿는다"
노바백스 2000만명분 20일째 협상
정부, 아직 추가 구매 계획은 없어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노인 접종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첫 백신으로 알려진 화이자·바이오앤테크 백신 도입 시기가 이달 말 이후로 늦춰지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화이자 백신은 세계 백신공동구매 협의체 코백스 퍼실리티가 공급한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7일 "코백스 퍼실리티가 화이자 백신(5만8500명분) 공급 시기를 이달 말 이후로 알려왔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도입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그간 당국은 이 백신의 도입 시기를 "설 연휴 이후" "이달 중순 이후"라고 설명해왔다. 이 관계자는 "이번 달이 넘길 수도 있냐"는 질문에 "그리되지 않길 바란다.(코백스를)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2000만명분을 받기로 돼 있는 노바백스 백신의 계약도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노바백스 백신 위탁 생산)을 방문해 "2000만명분의 백신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약 20일이 지났지만 노바백스와 SK 간의 기술 이전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큰 문제는 정리됐고, 세부사항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협상이 마무리돼야 SK 측과 질병관리청이 2000만명분 공급 계약을 하게 된다.
방역 당국의 집단면역(인구의 70%가 항체를 갖는 것) 목표 시기는 11월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복병이 돌출했다. 믿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 참여 노인이 7.4%에 불과해 약효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전문가 검증자문단은 노인 접종을 권고했지만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자료 불충분을 이유로 질병청 산하 예방접종관리위원회에 판단을 넘겼다.
여기서 노인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한국의 '백신 없는 터널'이 길어진다. 2분기에 얀센·모더나 백신이 들어오기로 돼 있지만 4월인지, 6월인지 정해지지 않았다. 월별 물량도 마찬가지다. 최악의 경우 6월에서야 찔끔 들어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고민에 빠져있다"고 토로했다.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최근 1~3차 유행 간 간격과 지속시간, 크기(확진자 규모) 등을 근거로 3~4월에 2000명 단위 확진자를 가정해서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게다가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51명까지 늘었다. 지역사회 확산 우려가 점점 커진다.
하지만 백신 추가 구매 계획은 없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아직까지 상황이 불분명한 건 맞는데, (추가 구매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러시아 백신의 데이터 생성 과정을 신뢰하기 어렵다. 구매 리스트에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미리 선구매 안하고 허겁지겁 바구니에 담아 숫자는 맞춰놨지만 제때 공급된다는 보장이 없는데 안심하고 있는 꼴"이라면 "러시아 백신 논문(저명한 학술지 '란셋'에 발표) 상당한 규모의 '동료 평가'를 받은 것이라서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백신 내셔널리즘(자국 우선주의),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을 고려할 때 플랜B(실패에 대비한 다음 단계 대책)나 컨틴전시 플랜(만약의 사태 대비책)을 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황수연 기자 sssh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임성근 탄핵내몬 김명수, 본인 인준땐 임성근에 로비시켰다
- 美와 조율했단 유명희 사퇴, 본인 원했는데 靑이 극구 말렸다
- 윤정희 동생들 패소 석달 뒤…“치매 배우 방치” 청원 올라와
- "관광객 '개불' 싹쓸이"···갯벌 어슬렁대는 '빠라뽕'의 정체
- [단독]"소련 이후 최대 성과" 러 백신, 녹십자서도 만든다
- [단독]文 탈원전 선포날, 한수원은 500억 소송보험 들었다
- 코로나가 바꾼 설 상차림···며느리 “계탔다” 상인들 “속탄다”
- 3살 아이에 매일 물 7컵 욱여넣은 교사···의사협 "살인미수"
- 유명 女배구선수, 숙소서 쓰러진 채 발견…병원서 치료중
- 해발 7800m서 쏟아진 빙하, 댐 강타…인도서 150여명 실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