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공영방송에 김어준 안돼..TBS 재정지원 없앨 것"
안·나·오 겨냥 "10년 전 지겨운 인물"
"합리적 새 정치 세력화에 최선"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년 전의 지겨운 인물이 아닌 합리적인 새 인물이 필요하다”며 “원칙이 바로 서고 합리적인 정치를 복원해 서울시정을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7일 서울 용산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한쪽 방향으로 치우쳤던 시정이 가장 큰 문제”라며 “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야 경직된 정치의 벽을 깨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편향방송 논란을 빚고 있는 TBS에 대해선 “김어준씨는 적어도 공영방송에 등장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같은 TBS에는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해선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있는 지원을 할 것”이라며 6개월간 월 임대료 2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금 전 의원은 ‘조국 흑서(黑書)’를 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권경애 변호사, 김경률 회계사 등을 거론하면서 “모두 문재인정부에 대해서 있는 힘껏 비판하고 싸워왔는데도 국민의힘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 합리적인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정당을 만드는 게 제 정치인으로서의 소명”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의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원칙이 바로 서고 합리적인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 우리 편 정책엔 부작용이 있거나 효과가 없어도 옳다고 고집하고, 상대방 정책이나 의견은 무조건 반대해선 안 된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정부는 전세대란을 초래했는데도 몰아붙였다. 소득주도성장도 마찬가지 아닌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수렴되고 논의돼야 하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나는 민주당에 있으면서도 소신과 원칙을 지켜오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을 해왔다. 그런 리더십이 서울을 정상화시키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데 반드시 필요하고 내가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출마선언을 하게 됐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꼭 해결하고 싶은 일은.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버틸 수 있는 지원을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의 비정상적인 상황, 비정상적인 시정을 정상으로 돌리는 데는 충분한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비정상적 시정은 무엇인가.
“서울시에 있는 정무직, 별정직 공무원들은 전문가가 아니라 어떤 정치적인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분들로 채워져 있다. 어느 때보다 시민 참여가 폭넓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장 공(功)이기도 하다. 그런데 다양한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하고 ‘끼리끼리’로 되다보니 시정이 한쪽 방향으로 치우친 것,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공약으로 내세운 디지털 부시장 제도를 설명해 달라.
“코로나 위기를 잘 대응한 곳은 대만이다. 실시간으로 마스크 등 자원을 파악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의료진과 환자에게 먼저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안심시킬 수 있었다. 대만의 오드리 탕 디지털 장관이 한 일이었다. 공공 지원을 주먹구구식으로 안 하고 정확히 어디에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해 대응하고, 관련 정보를 시민들에게 알리면 시정도 훨씬 더 원활하게 돌아가고 새로운 참여민주주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자영업자 지원 대책은.
“서울에서 재난구조금을 지원하는 자영업자 수가 41만명 정도로 파악된다. 이 분들에게 6개월간 200만원을 주자는 것이다. 현재 자영업자들의 평균 임대료 부담이 월 253만원인데, 이중 80%인 2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4조9000억원 예산이 든다. 지금 금리가 1%대인 점 등을 감안하면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재정을 과감하게 사용해서라도 지원해야 한다.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부동산 공약을 설명해 달라.
“공격적인 공급을 해야 한다. 저는 기본적으로는 재개발을 통해 공급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예전에 재개발 지구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데가 있다. 서울시가 재개발 지구를 해제하면서 지난 10년간 25만 가구가 건설되는 게 막혔다. 부족해졌던 25만 가구를 확보하는 게 가장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다.”
-성폭력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무엇보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 저는 특히 성폭력 문제에 있어서는 진영과 상관없이 가해자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에 철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 왔다.”
-최근 안철수 대표와 만나 단일화 관련 의견을 나눴다. 어떤 논의를 했나.
“단순히 ‘여당을 반대하는 사람이면 다 모여라’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외연 확장이 필요하고, 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저희 둘이 경선을 통해 ‘붐업’을 시키고 중도층에 소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이 안 대표에게도 유리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경선 룰에 대한 소모적 다툼은 지양하고 깊이 있고 폭넓은 토론을 하자고 이야기했다. 단순히 어느 날 여론조사를 하는 것 만으로는 안 된다. 되도록 토론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유는 무엇인가.
“탈당의 직접적인 계기는 징계 처분 때문이었다. 김어준씨는 진영 논리, 편가르기 논리를 설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고 음모론을 동원해서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힘든 분들한테 괴로움을 준다.
예를 들면 미투 사태 때에도 그가 ‘어느 세력이 피해자를 동원한다’는 식의 말을 했는데, 그 분은 정말로 적어도 공영방송에 등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께서 김어준씨의 유튜브를 다 봤다고 하시면서 ‘김어준이 민주당을 위해서 큰일을 한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은 너무나 잘못된 인식이다.
도대체 토론을 통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구나, 탈당 같은 방식으로 극단적 수단을 통해서 의사표시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당대표 한 분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전체가 그렇게 경직됐다. 상징적으로 (탈당을 해야겠다고) 느낀 게 그때이다.
또 예를 들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제가 그것을 비판하는 전면 칼럼을 신문에 기고했다. 당시 민주당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청문회 때 이상으로 제가 비난을 받았다. 한 선배 의원은 ‘입 다물면 되는데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고 했다. 저는 정말 민주당이 잘못돼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에 당선된다면 TBS의 편향방송 논란은 어떻게 대응할 건가.
“저는 적어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시 예산을 TBS에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넓게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정치가 언론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저에게 ‘서울시가 어떻게 그런 방송에 재정 지원을 하냐’고 말하면 답을 할 수 없다. 제가 시장으로 있는 이상 지금 같은 상황에선 (TBS에) 재정 지원을 하지는 않겠다.”
-편향방송이라는 판단 때문에 재정 지원을 줄이겠다는 취지인가.
“편향성이라는 말은 잘못하면 제 기준에서 바라보는 것일 수 있다. 편향성만 갖고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용수 할머니나 미투 피해자나 사회적 약자들을 어떤 정치적 동기 때문에 폄훼하고 공격하고 괴롭히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지금 서울시의원이 109명인데 그중 105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서울의 구청장 25명 중 24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야권 후보 중 누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민주당은 그 사람을 포위하고 아무 일도 못하게 할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에서 징계를 받고 탈당한 제가 서울시장이 되면 민주당의 벽에 균열을 낼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우리가 이래선 안 된다’면서 경직성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21대 총선에서 대승을 하니까 말을 못하고 있는 것인데, 제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면 이분들이 얘기를 하게 될 것이다. 또 서울시의원들도 탈당한 사람이 바로 서울시장에 당선되는 걸 보면서 ‘이대로 가면 다음 선거에서 다 망하겠다’ ‘협조할 건 협조하고 합리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민주당에 균열이 가면 국민의힘도 새 판을 짜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합리적인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질 수 있다. 제가 그 교두보를 놓기 위해서 이번에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고,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
-금 전 의원에 대해 내부 총질을 하는 사람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욕을 먹거나 비판을 받아도 원칙과 소신을 지키고, 입을 열어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면 꼭 얘기를 해왔다. 제가 정치인으로서 성공하고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다만 제가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결국은 이 방향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경택 이상헌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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